예술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멩이]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국립중앙박물관

2001년 5월 영월의 산골 폐사지에서 발굴된 오백나한은

시간을 초월해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이다.

그네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사상도 이상도 없이 몸 부대끼며

달고 쓰고 신 얼굴들을 돌 보자기에 감싸고

500년 전 그대로 웃고 있었다.

무디 정으로 무디게

암탉이 알을 쪼듯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모래 뭉쳐 돌덩이가 저렇게 부드럽고 저렇게 따뜻할 수 있는 것은

울음 속에도 웃는 표정 때문이다

그 안의 마음 때문이다

홍건적의 쳐들어왔을 때도 왜놈이 쳐들어왔을 때도

동학년 전쟁 통에도 6.25의 지옥도 안에도

입안에 흙을 물고 견디며 견디며

영원히 살아가는 민중이야말로

나한이었다

우리 안에 이렇게

이곳에 살다 이곳에서 죽으라고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