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야구인생입니다.
최근 감독교체에 대하여 슈퍼루키와 제가 열의가 타올라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많은 의견들을 종합하여 글로 써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게되면 여러곳으로 퍼뜨릴 것입니다.
약간 길지만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야구부 감독교체에 관한 의견
안녕하십니까? 저는 춘천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박종규라고 합니다.
그동안 제가 재학중인 춘고 야구부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감독교체에 관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의견이 상황을 바꾸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일에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용이 길더라도 끝까지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불거져나온 감독교체건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그 의견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상태를 유지하여 내년시즌에는 짜임새있는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이 교체되면 내년 시즌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찬성하는 측의 의견은 직접듣지 못했지만, 연속되는 부진의 책임을 감독의 탓으로 간주하고 감독을 교체하려는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춘고에 재학하는 3년동안 춘고의 야구부를 지켜보아왔습니다. 2000년과 2001년의 야구부를 결산하며, 패배뿐인 기록이었지만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어느해보다도 팀웍이 잘 맞는 팀이었습니다. 강원도내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서울팀과의 연습경기도 훌륭히 치뤄냈고, 대통령배 강원도예선 1위, 대통령배 1회전에서 선전을 하며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몇경기에서 부진한 것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점이 감독교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얇은 선수층입니다. 한 야구팀을 운영할때는 베스트멤버 아홉명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한 포지션에 한 명씩 대체요원이 있어야 합니다. 즉, 같은 포지션을 맡은 두 선수가 서로 경쟁을 하여 더 월등한 선수가 경기에 주전으로 나오게 되고 자연히 기량은 향상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플래툰 시스템' 이라고 합니다. 이 시스템은 기량향상만이 아니라 한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그 선수의 자리를 메꾸는 데에도 목적이 있습니다. 프로야구팀에는 이 시스템이 필수입니다. 다른 정상급 고교팀들도 두터운 선수층으로 이 시스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춘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선수가 모자라 주전으로 출전하던 선수가 출전이 불가능하면 그 자리는 비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수교체시 새로운 투수가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야수를 보던 선수와 위치를 바꾸는 일이 흔합니다. 다시말해서 아홉명의 선수 안에서만 교체가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또한 주전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는 잘 뛰었지만 피로가 겹치거나 가벼운 부상을 입어도 시합에 나와야 했습니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출전해도 공격이나 수비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계속 그 피로가 누적되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입니다. 얼마전 귀에 20바늘 이상 꿰메고 출전했던 1학년 용상혁 선수가 기억납니다. 부상을 당해도 그 선수가 아니면 시합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할수없이 출전하게 되고, 그 결과 부상이 더 악화되어 선수생명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시즌 초반에는 성적이 좋았으나 계속 부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것입니다. 이것은 감독의 지도력과는 무관합니다. 춘고의 얇은 선수층으로 인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얇은 선수층은 선수수급에 기반이 되는 중학교가 한 팀밖에 없는 현실도 작용했습니다. 그나마 그 선수들도 춘고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함을 알고 성적이 좋은 서울팀으로 전학하는 실정입니다. 그 팀에서 4강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대학이나 프로팀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인해 타지역에서 선수를 사들여야 했고 감독님이 거기서 큰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2000년부터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99넌 춘고야구의 절정기 이후 선수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준우승을 이끌었던 3학년 멤버들이 졸업했지만 그 당시 있었던 1,2학년만으로도 2000년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여 1학년 신입생들의 영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다른 정상급 고교팀이나 프로팀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그 때 처음 등록된 1학년 신입생들이 고작 4명에 불과했습니다. 그해에는 춘중선수들이 서울팀으로 진학을 했어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불균형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1학년들이 3학년이 되는 올해까지 팀의 짜임새가 부족한 것은 그때부터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다행히 당시 6개월만에 해임된 김상우 감독님을 대신해 부임한 윤성훈 현 감독님의 노력으로 어느정도 재건된 상태입니다. 윤성훈 감독님 부임 후 타지에서 가능성있는 1,2학년 선수들을 영입해 계속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팀웍이 다져지고 있습니다. 올해 나왔던 주전선수 중 2학년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선수들이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그 기량이 발휘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3학년 선수들이 고작 6명인 올시즌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단 올해는 포기하더라도 내년에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감독을 교체한다면 선수도 교체될 것입니다. 감독님이 춘고야구부를 떠난다면 감독님을 따라 전학하거나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얼마전 분당 야탑고에서 전학온 8명의 선수들은 기량이 뛰어나고 내년부터 출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확보해 놓으신 1학년 신입생이 15명 정도 있습니다. 얇은 선수층은 일단 해결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거친다면 내년에는 정말 짜임새 있는 팀이 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감독교체란 춘고야구의 포기를 의미합니다.
감독이 교체되었을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새 감독과 새 선수들의 영입으로 신생팀이 되는 춘고야구부가 될 것입니다. 짜임새 있는 팀이 되려면 지금 상황같이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 시간은 몇 안되는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 그리고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호흡을 맞출 기간으로 그 동안의 성적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새 팀이 1,2년 사이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또 벌어질 것이고 결국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도내의 원주고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타지에서 온 '외인구단' 으로 여전히 도내 최약체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99년의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98년 당시 휘문고 이명섭 감독은 선수를 대학과 프로팀에 이중등록시키는 물의를 일으켜 해임당했고, 휘문고 선수들을 후배가 코치로 있는 춘고에 전학시켰습니다. 당시 구명근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하여 이명섭 감독이 보내주신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그 선수들은 당시 정상급으로 평가받던 휘문고의 주축멤버들이었습니다. 그 선수들의 영입에 따라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주전경쟁을 벌이는 시너지 효과를 거둠에 따라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표면상으로는 춘고가 좋은선수들을 영입해 준우승을 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이런 사실들이 숨겨져 있던 것입니다. 99년의 경우처럼 될 것을 기대하여 감독교체가 추진되었겠지만 그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현 상황에서 감독교체가 된다면 신생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 부임할 감독님과 따라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야탑고에서 전학온 8명의 선수들과 확보된 춘중의 선수들도 모두 타 지역으로 나가게 된다면 얇은 선수층의 고통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 2∼3년의 과정을 거쳐 선수난을 해결할 내년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최근 월드컵 4강이라는 쾌거를 이룬 국가대표 팀의 경우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우리나라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짧은 시간에 정상급 팀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고 춘고 감독도 훌륭한 감독만 있다면 못할것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다 단계를 거친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1년동안 한국축구는 부진을 거듭했습니다. 5-0패배와 각종 대회에서의 부진으로 많은이들은 히딩크의 지도력을 의심했고, 사생활까지 거론하며 교체설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히딩크감독은 자신의 목표는 팀을 월드컵에 목표를 맞추어 그때 기량이 절정기가 되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감독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따라 월드컵 개막 1개월 전부터 기량이 급상승했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춘고의 경우로 생각해보면 지금은 좋아지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윤성훈 감독님은 가능성있는 1,2학년들을 영입했고 그 선수들이 3학년이 되는 내년을 절정기로 본 것입니다. 선수난 해결과 팀웍향상이라는 큰 무기를 갖게 됐고 99년의 경우처럼 야탑고에서 전학온 선수들과 경쟁하여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 내년입니다. 99년의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2년간 다듬어진 팀이 해체된다면 춘고야구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감독이 새로 교체되어 성적이 부진할 경우 또 감독을 바꾸는 일이 일어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마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춘고야구에 실망해 이제는 관심을 가지지 않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황에서 포기한다면 10년간의 포기라는 코치님의 말씀이 뇌리에 꽂힙니다. 현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감독교체가 결정된다면 당장 선수들을 이동시켜 8월 봉황대기에 춘고의 출전을 막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야구협회에서 다음 두 대회의 출전권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리가 개입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 상황같이 물의를 일으켜 대회에 나가는 팀은 심판판정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현 김선훈 코치님은 심판 출신 코치님이기 때문에 이번 일이 잘못될 경우 적어도 강원도대회에서는 그런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런 이유로 춘고야구에 특별히 많은 관심이 있는 분들(단순히 승패에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야구부의 전반적인 것을 상세히 알고계신 분들)은 춘고야구를 떠날 것입니다. 다만 윤성훈 감독이 가게 될 팀에 같이 가게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을 기대하여 그팀을 응원하겠다고 합니다. 저도 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을 알고 그쪽으로 따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선수들이 춘천고교라는 이름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영광스러운 춘고의 이름을 다시한번 드높일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것은 이번 8월 봉황대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상황으로는 팀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내년을 위한 과정으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대회의 성적이 감독교체의 한 요인이 되어 감독교체가 더욱 합리화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춘고 선배님들이 '정도' 를 강조하시는데, 진정한 정도가 무엇인지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이 춘고 야구부에 대한 이해를 돕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