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친 몸을 보하고 입맛을 살려주는 여름 보양식. 보양식이라고 하면 고기와 생선을 먼저 생각하겠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은 데다가 맛도 좋은 채소야말로 여름철 밥상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리법과 부재료에 따라 최고의 보양식이 되는 여름 채소의 다양한 변신.
탕 _ 애호박을 듬뿍 넣은 꽃게탕 한여름 더위에는 뜨거운 국물로 이겨내는 이열치열以熱治熱만 한 방법이 없다. 고단백, 고칼로리의 육류나 생선이 부담스럽다면 여름 제철 채소로 시원한 탕을 만들어보자. 비타민 A・C가 풍부한 여름 애호박은 자른 단면에 단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은 것이 특징. <본초강목>에서는 애호박을 소개하며 소화기 계통을 보호하고 기운을 더해준다는 의미로 ‘보중익기補中益氣’라고 설명했다. 애호박은 표면이 고운 연두색을 띠고, 작고 윤기가 흐르며,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여기에 꽃게를 넣으면 시원한 애호박 국물에 감칠맛이 더해져 지친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냉채 _ 부추 수삼 냉채 새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부추와 수삼은 특유의 쌉쌀함이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건조시키기 전 상태인 수삼은 면역 기능을 강화해 여름 감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몸통에서 뿌리까지 굵기가 일정한 것이 상품. 부추 역시 몸이 찬 사람에게 좋은데 여름철 지나친 냉방으로 고생할 때 먹으면 좋은 채소다. 오랫동안 절이지 않고 단시간에 무쳐 아삭한 질감을 살리도록 한다. 영양 균형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잘 삶은 닭고기를 잘게 찢어 넣고 칼칼한 양념을 더해 냉채 스타일로 먹으면 좋다.
구이 _ 모둠 채소 구이 여름 채소의 영양을 그대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구이가 제격이다. 고열에서 양념 없이 구우면 재료의 풍미가 그대로 남는다. 소금이나 양념을 미리 바르는 대신 채소를 있는 그대로 구운 다음 소스에 찍어 먹으면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양념이 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가지, 호박,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양파, 버섯 등 입맛에 맞는 채소를 골라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살짝 구운 후 갖은양념을 더한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특별한 조리법 없이도 여름철 식탁이 풍성해진다.
면 _ 검은깨 콩국수 물에 불린 대두나 서리태 등의 콩을 갈아 차갑게 만든 후 국수를 말아 먹는 콩국수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최적의 여름 음식이다. 예전에는 서민은 콩국수를 먹고 양반은 깨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더욱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검은콩과 검은깨를 삶은 다음 함께 갈아 국물을 만들어 먹는 검은깨 콩국수가 제격이다. 콩과 깨는 장과 위를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이 없고 소화가 잘되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방에서는 검은색 음식이 더위를 많이 타고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한다.
튀김 _ 뿌리채소 튀김 투박한 모양의 뿌리채소는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해 많은 사랑을 받는다. 쇠약해진 기력을 회복하고 면역을 증강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연근, 당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고구마,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더덕과 우엉을 먹기 좋게 손질한 다음 튀김가루나 밀가루를 살짝 묻혀 단시간에 튀기면 메인 요리로도 알맞다. 바삭하게 튀긴 뿌리채소 튀김은 여름에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고 고소함이 오래간다. 레몬즙이나 매실청 등을 뿌려 상큼한 맛을 더하면 튀김의 느끼함을 덜 수 있다.
밥 _ 강된장 채소 보리밥 초여름에 수확한 햇보리를 넣어 지은 밥에 손으로 찢은 깻잎과 부추, 잘게 썬 풋고추, 데친 조갯살, 명란을 얹은 다음 씹히는 맛이 일품인 강된장을 넣어 비비면 최고의 여름 별미가 된다. 보리는 섬유소 함유량이 쌀의 10배나 되고 몸속 열을 내리는 특징이 있다. 강된장은 수분이 너무 많지도 너무 퍽퍽하지도 않게 자작하게 끓이는 것이 포인트. 우렁이나 쇠고기, 두부 등 함께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강된장은 그 자체로 여름철 입맛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반찬이 된다.
[출처] 럭셔리 (2011년 7월호) | 기자/에디터 : LEE YOUNGCHAE / 사진 : DO JAE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