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활동시 발생한 사고 책임은?
복지와 법④
‘한봉사’는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여 그동안의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방과후 학습교사로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수업도중에‘문제아’가 수업분위기를 흐리기에 훈계적 차원에서 주의를 주면서 지시봉으로 가볍게 머리를 때렸다. 그런데‘문제아’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검사결과 선천적으로 두개골의 경도가 매우 약한 특이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고로‘문제아’는 신체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입게 되었다. ‘한봉사’의 법률적 처지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협동하여 문제점을 잘 헤쳐 나가는 지혜로운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서해안의 기름유출사건이나 수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전국민이 동참하여 아픔을 나누어 상처를 치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지금의 서해안은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았으며, 어민들 또한 예전만은 못하여도 생계의 터전인 어장이 많이 회복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아니하고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지대하였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자원봉사라는 숭고한 정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것도 항상 내포되어 있으며,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좋은 일에는 불행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나, 이는 불행이 발생할 것을 애써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였으나, 너무나도 박장대소를 하다가 보면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혹은 부러지는 확률적으로 어려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사례처럼 자신의 전문적인 기술 내지는 재능을 은퇴와 더불어 그동안의 사회의 베풂에 응하고자 자원봉사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널리 지향하여야 할 것이며, 마땅히 하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으며, 여건이 성립한다면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것이, 우리 현대사회의 발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자원봉사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대비의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한봉사’의 자원봉사활동 중에‘문제아’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히는 것을 법률적으로 풀면,‘ 한봉사’가‘문제아’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 되는데, 이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한 자원봉사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불법행위로 귀결시키는 것은 자원봉사라는 의미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불법행위라는 것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봉사’가 ‘문제아’의 머리를 때리면서 ‘문제아’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임으로 고의라고는 볼 수 없으나, 실수로 인하여 결과가 발생한 것임으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문제아에게 장해라는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불법행위를 한 행위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즉, 자원봉사활동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자원봉사자가 이를 배상하여야할 법적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한봉사’는‘문제아’에게 어느 정도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완전한 보상)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범위는 손해의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배상하여야 할 범위는 불법행위와 관련성이 있는 손해(인과관계있는 손해)로 한정된다. 즉, ‘한봉사’가 ‘문제아’를 가격하여 발생한 손해에 한정되는 것이지, 과거에‘문제아’가 가지고 있었던 질병으로부터 증가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아니다.
불법행위와 관련성이 있는 손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일반인이 알 수 있었던 사정과 행위자가 특별히 알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즉, ‘한봉사’가 사례와 같은 행위를 하면 일반인이 생각해 보았을 때 발생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손해를 의미하며, ‘한봉사’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행위자가 특별히 알고 있었던 사정이라는 것은 ‘한봉사’가 ‘문제아’에게 이러한 질병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 행위를 한 경우에 그로부터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특별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론들을 본다면 자원봉사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안게 될 것이며, 좋은 일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진다는 생각 때문에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마침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는데, 바로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하‘자원봉사법’)이다.
자원봉사법 제1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자원봉사자 본인의 보호를 위하여 자원봉사활동 중에 발생한 자원봉사자의 사망, 후유장애 및 의료·입원·수술비 등에 대한 보상과 자원봉사활동 중에 발생한 타인의 신체 또는 재물손괴를 보상할 수 있을 정도의 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행정안전부는 활동자원봉사자에게 동기부여 차원에서 상해보험을 단체보험으로 가입하여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원봉사보험수가의 대폭적인 상승으로 인하여 예년에 비해 그 대상자의 수는 대폭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자원봉사보험의 문제점으로는 자원봉사의 대상적 측면에서 모든 자원봉사자가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봉사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는 점이다. 배상범위측면에서도 자원봉사자 또는 자원봉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완전한 손해를 배상할 수 있을 정도의 보험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불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단체가 어디이며, 어느 지역인지에 따라서도 배상의 범위를 달리한다는 문제점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사례를 해결하여 보면, ‘한봉사’는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기에‘문제아’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며, 다행히도 ‘한봉사’가 우수자원봉사자로서 국가의 자원봉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사고로 처리하여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함으로써‘문제아’의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보험금이 ‘문제아’의 손해를 완전하게 배상할 수 없을 정도라면 ‘한봉사’는 ‘문제아’에 대하여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안타까운 일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살다가 보면 예견하지 못하는 사고를 입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기에 사고에 대비할 목적으로 보험이라는 제도를 활용하게 되고, 그 상품의 종류 또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나 자신의 재산에 대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나, 보험을 가입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타인의 손해를 배상할 수 있는 특약에 가입함으로써 적은 보험료로 이러한 문제점을 방비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업적 측면에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전임직원을 대상으로한 자원봉사단체보험에 가입하여, 자원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하나 둘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의 촉진이라는 대전제하에, 예산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안심하고 자원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보험의 가입대상자를 획기적으로 늘림과 동시에, 그 배상범위 또한 실제 손해를 담보할 수 있을 만큼 확대하는 것이 자원봉사활동의 저변확대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