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小確幸) Ⅱ
-휘게의 삶
일상의 행복은 소소한 생활에서 비롯된다. 행복을 찾아서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군락의 클로버에서 네 잎을 찾는 것과 같으며 헛된 욕심이며 허망이다. 행복은 멀리 있거나 높은 곳에 있지 않고, 일상에서 내가 나에게 주는 소박한 삶의 방식에서 얻어진다.
과거 직장에 매었을 때는 매일 반복되는 삶이라 즐거운 일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그렇게 보냈었다. 그러나 무탈하게 끝맺음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쁘다.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제자들이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상의 삶을 더듬어본다. 뭐 일상도 다른 것이 없다. 주기적 사이클에 맞춰 산다. 아침에는 테니스장에서 동호인들이 모여 게임을 한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공 따라 이리저리 뛰며 주고받는 재미가 넘친다. 두 게임을 하고 나면 땀이 옷에 배어든다.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집에 오면, 아내는 아침밥을 해놓고 기다린다. 이 나이에 아내가 곁에 있기만 해도 고마운데 밥까지 차려주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이제 저물어 가는 인생인데 뭘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며 다투랴. 낮에는 각자 뜻대로 모임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하며 살아야 하리라. 이제 부부는 실과 바늘의 밀착된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해방되어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하리라.
나의 일상 중 하나는 오전에 미사에 참례한다. 성체성사를 통해 그분과 일체가 되어 생명의 힘을 받는다.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어 의지를 일으키시고 뜻하는 바를 이루도록 도와주신다. 우리는 그분의 뜻을 채울 그릇이다. 그분은 그릇이 무엇을 담기에 적합해야 허락하고 채워주신다.
나는 대학에서 순수 과학을 공부했으며 과학 교사로 봉직했다. 지천명에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옷을 입었다. 글 쓰는 은사를 받아 문단에 이름을 올리고 생활 수필을 써 수필집을 몇 권 내었다. 그 뒤에 신앙 수필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의욕만 넘쳤을 뿐 한 단락도 작성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신앙의 글을 담을 그릇이 못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그릇을 준비했다. 십여 년 동안 말씀과 순례를 통해 담을 그릇을 준비했더니 그제야 허락하셨다. 2017년부터 ‘문서 선교’를 위한 글을 쓰고 있으며 지금까지 1,200여 편의 메시지를 카페에 탑재하여 카톡을 통해 지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를 통한 그분의 권능이다.
나의 일상은 소소한 가운데 행복을 맞이한다. 한때는 전원생활이 그리워 휘게(Hygge) 마을에 작은 집을 임대하여 텃밭을 가꾸며 수확의 기쁨을 얻었다. 또 밤이면 별을 보기도 하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기도 했다. 그곳에서 고즈넉한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휘게(소소한 행복)의 참맛을 느꼈다.
세상 순례의 길은 목적 달성에 있지 않고 어떻게 살았는지 그 과정에 있다. 온갖 부와 권력과 명예를 누린 솔로몬, 미국의 거부 ‘애플사’ 창립자 스티브 잡스도 마지막 떠날 때는 허무한 삶이었다고 술회했다. 날마다 삶의 길에서 만나는 연(緣)에 함께 즐기며 보람을 느낀다면 그게 소소하고 확실한 휘게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