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편]
치트콩 릐순신좌 : 대놓고 트롤하는 우수충 원균이랑 츤츤대는 부하새끼들 때문에 마음 고생은 하지만 흠... 어차피 역사상의 스포일러를 다 알고 영화를 보러 가는 입장에서 굉장히 평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걍 신중하고 '오 저 사람 개세보인다.'하는 이상의 인상이 없네요.'
한산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입니다.
왘히 : 대의도 뭣도 없고 걍 머리좋은 소시오패스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친구라 보기 좋았습니다. 착한 놈은 아니지만 국적을 떠나 그나마 이 작품 최고 정상인임.
준사 : 병신새끼 1호. 나가죽어 그냥.
원균 : 할말않하
마나베 : 일본 원균(의사소통은 가능)
와타나베 : 대장님(작중에선 왘히가 삼촌이라고?) 위해서 탈모충까지 되었는데 세상 참 잔인하다..
이 작품 최고의 단점은 주인공 이순신이 굉장히 평면적이라는 겁니다. 사실 한산 뿐 아니라 한국 사극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입니다. 한국사람들이 킹 세종과 이순신은 지금까지도 세종대왕'님'이나 이순신 '장군님'같은 걸 꼭 붙여 말하는 습성에서 볼 수 있듯 이순신은 굉장히 신성시되고 성역화된 존재입니다.
한산의 이순신도 그 스테레오타입에 벗어나지 않는 걍 고민하고 나라 위해 뭐든 다하며 머리 좋고 의협십 강한 걍 세인트 이순신임. 이번 작품이 긴장감이나 위기감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건 작중 이순신 때문에 비롯된 게 아닙니다. 그저 열심히 학익진 연구하고 부하들 말썽피우고 다투는 거 중재 잘 해주고 기지방어 미션 수행하고 거북선 업글버튼 누르다가 나가서 "발포하라" 하니까 일본군이 다 뒤져있었습니다가 줄거리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극적 긴장감은 죄다 와키자카가가 조성합니다. 나름 굉장한 노력충으로 이순신을 얕잡아보지도 않고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하는데다 그렇게 노력해서 한다는 게 세계정복의 꿈인지라 겁나 비루하긴 하지만 최소한 지 식구들한테는 잘해주는 차도남이기도 하구요.
작중 거북선 사보타주, 전라좌수영 고바야카와랑 협공하기, 조카 머머리 만들어서 첩자로 잠입(완전 노블리스 오블리주인데?) 그리고 마지막 전투에서의 밀당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의 극적 요소는 전부 와키자카가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겁나 좋은 거북선이랑 그래도 조금 더 인내심이 있던 치트공이 아힝흥햏 시켜버린다는 게 주 내용이죠. 아마 두 사람의 역할을 바꾸었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와키자카 역시 마지막 전투에서 동료들 낚여서 조금씩 뒤져나가기 시작하는 와중에도 냉정하게 "저건 미끼여! 우린 여기서 기다린다! 침착하고 진중하게!"를 구사하는 인물이라 일본군이 초근접할 때까지 진을 펼치다 회심의 카드 하나로 날려버리는 작중의 이순신과 어느 정도는 결이 닿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둘 다 지략과 사전준비는 철저했는데 거북선과 대포로 대표되는 머신 성능(?)의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는 느낌?
한산의 이순신이란 캐릭터는 정말 인간적인 매력이 없습니다. 걍 '위인전 나오는 착한 사람' 수준이죠. 하는 말은 다 맞말이고 하는 행동이 다 정답이고 인간적인 오점도 없고 거기에 유머나 개그 감각 같은 것까지 없으니 캐릭터적인 매력으로서는 0점임.
솔직히 말하자면 월오쉽 판옥선 스킨 달고 캐쉬대포 사서 신묘한 전술을 펼치는 컨트롤봇 이순신이란 캐릭터보다 아주 열심히 노력도 하고 자기 공까지 양보해가며 "명나라 먼저 가서 따갚되 하면 돼." 같은 코인충 마인드로 지 나름의 빅픽처를 그리다 조선군에게 억까당해 꿈이 무너져 표류자 신세로 전락하고 꼴뵈기 싫은 동료랑 칼부림도 할 줄 아는 관심다이묘 와키자카가 훨씬 입체적이고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중에게 이순신이란 개념은 성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는 굉장히 멋대가리없고 한쿠인 이외의 사람들에게 다가올 수 있는 캐릭터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오우 신형 거북선 개쩌는데 이거 끌고 경복궁이나 함 쳐들어가볼까? 아...아니 경복궁역 3번 출구 맛집에 간다고..." 같은 대사를 하는 킹순신이 보고 싶긴 하지만 꽤 요원한 일이겠죠. "우리 장구우우운님께 가아암히! 네가 이순신 장군님 친구냐!" 같은 소리를 할 순신맘 같은 사람들도 분명 나올 겁니다.
그런 저항을 감수하고 이순신이란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늘 하던대로 개쩌는 이순신SS로 그려낼 것인지, 이건 한산 뿐 아니라 향후 이순신을 다루는 모든 창작자들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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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순신이 원래 그런 인물이긴 하죠. 술퍼마시고 게임하기를 즐겼다는 점 빼면 타인에게 엄격하고 자기자신에게는 더 엄격하고 논공행상 철저하고 부하들전공은 칼같이 챙기는데 자기전공 욕심은 전무하며 전략 잘짜고 전술 잘짜고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껌같이(?) 물자보급 스스로 해결하고 중앙에 바치기까지 한 인물이니 한산에서 그렇게 나왔다면 고증 제대로 한거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와키자카가 심각하게 왜곡된건데. 명량의 그 하극상당하고도 우물쭈물하는 쫄보 와키자카가 고증 제대로 한 모습이고요.
그런데 그거 고증 아니겠나요 실록이나 난중일기나 그럴텐데
난중일기 보면 위에 아론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승경도도 하고 술 먹고 원균을 비롯한 다른 장수들 뒷담화하고(그 대상에 곽재우도 껴있던 걸로 기억) 그런 인간적인 요소들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순신을 완벽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라는 게 아니라 좀 호모 사피엔스다운 부분을 부여해서 공감이 되게 만들자는 겁니다.
전 한산처럼 "삐빅 일본군이 전주성이 아닌 좌수영으로 온다.", "삐빅, 의와 불의의 싸움 수행한다 절멸한다.", "견내량에서 일본군 발견.", "삐빅 이억기는 학익진 우측으로" 같은 해전AI가 아니라 좀 인간다운 캐릭터가 보고 싶다는 거죠.
원래대로라면 거북선은 학익진 양날개 끝에 위치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엔터테인먼트이니.. 하지만 전 복카이센이 곧 이순신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순신의 캐릭터 묘사를 드라이하게 한 것일지도요.
난중일기 보시면 이순신 장군은 감정의 동요를 잘 안내비치신 분입니다. 아들이 노비를 때리자 뒷뜰로 데려다 묶어놓고 몰래 혼을 내시기도 하고. 군량미나 소를 빼돌리는 백성이나 병사는 가차없이 냉정하게 처형하시고요. 박해일이 이를 표현한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사극 제작 시도에 흥행까지 한다는 자체에도 고무적입니다. 완전 국뽕이면 와키자카는 무뇌아 빌런 바보충으로 나왔어야죠 ㅋㅋ 뒷담화도 뭐 본인 일기에 적으신거지 공개석상에서 논쟁하시던 스타일보단 뚝심으로 과묵히 결정하던 분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