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버스를 타고 베르겐으로 여행한 적이 있었다. 플롬,
구드방엔을 거쳐 송네피오르 협곡을 지나는 환상적 코스였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피오르를 채운다는 것이 신기하였고, 천 길 낭떠러지 위로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느끼는 스릴도 만점이었다.
차창 밖 풍경을 구경하던 중 피오르 건너 편 절벽위에 간간이 집 같은 것이 조그맣게
보였다.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했다. 인구밀도가 조밀한 것도 아닌데 편편한 땅을
두고 절벽 위에 사는 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가이드의 설명은 의외로 “세금을
피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생필품을 사러 외출할 때는 로프로 절벽을 오르내리지만
세무공무원이 들이닥치면 로프를 걷어버린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지가 잘된 나라
에서도 ‘세금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속담은 통하는 것 같았다.
국가별 세금 부담 비교 기준이 조세부담률인데 국민총생산(GNP)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0%다. OECD국가 평균에 비해서는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좀 더 실감나는 ‘세금지표’로 국민부담률이 있다.
조세 외에 국민연금 같은 공적보험의 부담금까지를 포함한 개념이다. 국민부담률도 지난
해 27.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OECD 평균(34.2%)보다는 역시 낮지만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최근 4년간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이 0.8% 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2.3% 포인트 뛰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국민부담률은
40%선을 훌쩍 넘는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아직도 상당히 낮다.
통계적으로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의 국세청 총 세수규모는 284조원, 10년 전에 비해
84.3%이니 거의 곱으로 늘었다. 소득세는 2009년에는 34조원이던 것이, 2019년에는
89조원으로 2.5배로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도 10년 동안 갑절 이상 증가했는데,
지난 9년간 증가액(6657억 원) 보다 2019년 한해 증가액(7975억 원)이 더 많다. 증여세도
10년 전에 비해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민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 출산 고령화에다 재정지출 확대, 각종 사회보험기금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벌써부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기름이 솟아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자작나무로 가득한
숲 밖에 없던 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의 부자 나라로 바뀌었다. 영덕 만에서
기름이 솟아날 가능성 일(1)도 없는 우리 현실은 걱정스럽다. 공평하게 거두고 아껴 쓸
수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입만 열면 혈세 나누어주겠다는 정치인들이
무섭다. 제발 잠든 거위 깨우지는 말고 깃털만 뽑아가야 할 텐데.
첫댓글 덕분에 공부 잘했어요. 그 잘 살던 남미꼴 안 날는지 모르겠소.국민의식도 좀 더 깨어야 될테고...공짜 좋아하다 신세 망친다는 옛 금언을 잊지 말고.
더위와 코로나에 건강관리 자알 하이소.
똥가대이 같은 고향 집....
이달 말까지 5,500원 세금 납부하랍니다.(ㅎ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