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미국에 있지만 한국엔 없는 '여름 국회 회동'
조선일보
채민기 기자
입력 2024.06.27. 00:10
https://www.chosun.com/opinion/espresso/2024/06/27/3EZG7VCWENEVRII56X4X7POX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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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의 '여름 의상 회동' 전통
여야·지역·인종 넘은 화합 보여줘
고성과 막말로 지새우는 韓 국회
잠시라도 서로 존중할 순 없는지
지난 2024년 6월 13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서 상원의원들과 직원들이 시어서커 데이(National Seersucker Day)를 기념하기 위해 모였다. /AFP 연합뉴스
올해 미국 상원의 시어서커 데이(National Seersucker Day)는 지난 13일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화창하고 따뜻한 날’에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시어서커(오돌토돌한 촉감의 여름 옷감)로 지은 옷을 입고 함께하는 자리다. 시어서커는 화사하고 청량하다. 의장을 맡아 2014년부터 행사를 이끌고 있는 공화당 빌 캐시디 의원이 배포한 사진도 한결 산뜻한 분위기였다. “상원 의원들이 칙칙한 양복에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 넥타이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란 걸 보여주자”(1996년 트렌트 로트 의원)던 발족 취지 그대로다.
외국 의회에서 나온 사진을 보면서 지금 우리 국회에서 사라진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우선 화합이다. 올해 시어서커를 입은 의원은 모두 9명이다. 공화당이 5명, 민주당이 4명이고 여성이 5명, 남성이 4명이다. 지역구로 보면 미국에서 시어서커의 본고장에 해당하는 남부(루이지애나·미시시피·조지아) 외에도 동부 뉴잉글랜드(뉴햄프셔·메인)나 알래스카도 있다. 유일한 유색인종인 라파엘 워녹(민주당) 의원이 올해부터 공동 의장을 맡는다. 이날만큼은 여야가 정파, 성별, 지역, 인종을 초월해 어울리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타운대가 법안 여야 공동 발의 실적을 토대로 산출하는 ‘루가 초당파(超黨派) 지수’(Lugar Bipartisan Index)에서 이날 함께한 의원 중 7명이 상위 20위에 들었다. 워녹 의원은 상대 당 캐시디 의원의 공동 의장직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 행사는 멋진 여름 옷감에 대한 애정을 통해 미국인을 단결시킨다”고 했다. 캐시디와 워녹은 8월까지 매주 목요일을 ‘시어서커 목요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단결은 거창한 곳에만 있지 않다.
다음은 선견지명이다. 캐시디는 워싱턴포스트(WP)에 “500년 뒤 인류학자들은 왜 사람들이 더운 여름에 이걸 안 입고 모직 옷을 입었는지 의아해할 것”이라면서 시어서커를 입는 것이 “환경에 맞서지 않고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했다. 기후 변화 때문에 시작된 행사는 아니지만 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지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모두의 미래가 걸린 문제 앞에서 눈앞의 잇속을 떠나 의제를 제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정치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시어서커의 날은 또한 전통을 존중하고 지켜나가는 자세를 보여준다. 미 상원 웹사이트의 ‘전통과 상징’ 코너에 따르면 이 행사는 에어컨이 없던 20세기 초에 남부 출신 의원들이 여름이면 프록코트(무릎까지 내려오는 남성 정장용 외투) 대신 시어서커를 입고 워싱턴DC의 동료 의원들에게도 소개했던 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트렌트 로트 의원이 1996년에 정례 행사로 부활시켰고, 2012·2013년 중단됐다가 2014년부터 캐시디가 주도해 오고 있다.
지난해 별세하기 전까지 공동 의장을 맡았던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당)이 상원의 여성 동료들에게 시어서커 슈트를 선물하면서 여성 의원들의 참여도 늘었다. 100년 전 선배들의 모습에서 좋은 뜻을 발견하고 가장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발전시켜 나간다.
누군가는 시시하고 실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현실이 엄중하지 않아서, 한가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드레스코드도 엄연한 공감대(共感帶)다. 작은 공감대가 더 중요한 일을 함께할 발판이 된다. 적수(敵手) 앞에서 유머와 품위를 잃지 않으려면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여유 있을 때 생겨나는 게 아니라 애써 만드는 것이다. 고성, 막말, 조롱, 모욕, 꼼수, 독선, 저급(低級)과 부도덕이 일상이 돼버린 우리 국회의 정치인들에게 그 한 뼘의 여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채민기 기자
블랙사파이어
2024.06.27 02:42:34
어느 나라 정치인들이라고 자기 욕심이 없을까만은 유독 한국은 정치인들은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사색당파를 그대로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배려나 존중은 곧 자기자리의 상실과 죽음으로 연결된다. 그러니 사사건건 자기정파와 자기개인의 영달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니 그밑을 따르는 보좌관, 비서관들이 저런기획들이 눈에 들어 올리가 없다. 상대방의 허점과 실수를 찾기바쁘고 거짓을 기획하고 모함해서 깍아내리고 나중에도 아니면 말고로 넘어가 버린다. 정치가 인생사 모든것을 다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국민들 생활에 들어와 방해하면 될 일이 안되고 나락에 빠지고만다. 이래서 가끔 정치 무용론이 나오기도한다. 마치 주머니가 빈 힘없는 늙은 아버OO까? 정치가 희망을 불러일으켜주고 책임을 져줄 시대는 과연 올것인가? 한국에는 아직도 당대표를 아버지라 부르고, 그를 추종하는 개딸들이 설쳐대는한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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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韓國
2024.06.27 00:33:10
채민기 기자, 그건 미국에서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그런 화합의 정치가 있었지요.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한 뒤 청와대로 역대 대통령들을 초청해서 회동을 했지요. 그때 최규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의 5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 모여서 담소를 나누었지요. 김대중 대통령은 1년에 한 번씩 그 모임을 해서 총 5회 오임을 열었지요. 한국 역사에서 5명의 대통령들이 모여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나눈 건 그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었습니다.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그렇게 김대중 대통령이 좋은 정치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사사건건 싸웠지요. 그리고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으 탄핵시킴으로써 한국의 정당은 죽이지 못하면 죽는 전쟁터로 변했지요. 이제 한국에서는 화합의 정치는 없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은 과거 대통령들과는 수준이 비교할 수 없게 저질입니다. 정치력도 지도력도 없습니다. 정치판이 아주 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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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2024.06.27 08:17:57
비교대상이 안되지 한국은. 먼나라 얘기일뿐,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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