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새벽에는 썰렁해서 담요 하나를 더 꺼내 덮었다.
오전 산책길에서 커다란 개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스쳐가는 젊은 여인이 벌써 겨울 털모자를 썼길래
한 발자국이 조심스러운 아내와 나의 옷차림이 두드러지게 얇아 보였다.
경험상 10월 중순쯤 되어야 덱 위의 화분을 집안으로 옮기게 되는데 벌써 쌀쌀하니 예년과 확연히 다르다.
오후 산책 나갈 때 옷을 바꿔 입어야 하겠다.
산책 중 앞뜰에 구호가 적힌 팻말을 세워둔 집이 여럿 보였다.
요즈음 이곳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농장과 숲을 파괴하는 행위를 반대하는 팻말이다.
농경지와 숲으로 이루어진 770 에이커를 (대략 백만평) 주정부가 산업지구로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로
우리로 치면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개발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이다.
이에 주민들이 각자의 집뜰에 팻말을 세우고 열성적인 사람은 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이 부지를 공장으로 전환하면 모든 방향으로 최대 20km까지 교통 체증이 발생할 것이며
공장의 물 공급을 위하여 지하수층을 끌어야 하니 식수로 사용되는 물 자원을 오염시키며
온실 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기후 위기를 악화시킬 것" 이라는 개발 반대편의 주장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이 귀중하고 희소한 농경지가 개발이라는 포장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770 에이커는 대략 서울의 여의도 섬 정도이니 상당 규모의 넓이로
농부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지에서 동원된 인부들이 트랙터를 이용하여 강제로 농경지를 갈아엎는 뉴스의 영상을 보게 되니 주민들의 반대가 이해가 된다.
최소한 4주 정도만 기다리면 광활한 농지에서 자라고 있는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몇 년간의 협상기간에 비추어 단지 한 달여를 더 기다리지 못해서
곧 수확이 가능한 옥수수밭을 강제로 트래트가 갈아엎는 장면을 보게 되니 당사자가 아니어도 어처구니가 없어 화가 났었다.
개발을 반대하는 농장주와 주민을 대표하는 대변인은,
"수확 몇 주 전에 작물을 파괴하는 것은 우리가 지닌 가치에 대한 공격입니다.
그 모든 옥수수를 파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파괴되기 전에 수확했다면 농장 동물의 사료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몇 주만 기다리면 250만 상자의 콘플레이크(400g)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수확량을 얻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지역의 모든 주민(625,000명)이 3~4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식량입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장주와 그에 호응하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우리가 지닌 가치'가
아깝게 짓뭉개 진 옥수수뿐일까?
자연과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미이니
이곳의 정책 당사자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이 새겨 들어야 할 가치일 것이다.
지구상에서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유일한 존재가 숲이라고 한다.
그래서 숲을 파괴하면 대기 중 탄소농도가 높아져 종래에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곳의 작은 예를 보더라도 도처에서 개발을 위해 숲이 파괴되는 현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브라질의 열대우림은 매일 (every day) 축구장 3,000여 개 넓이로 파괴된다고 했다.
올여름 서울의 무더위는 무척 견디기 힘들었다.
중국 일본은 강력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내가 사는 이곳도 예년에 비해 이례적으로 쌀쌀한 날씨가 빨리 찾아왔으며 지난여름은 여름 같지가 않았다.
지구촌의 여럿곳에서 나타나는 이런 이상기후 현상의 원인이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의 욕심 때문일 텐데 지구가 우리를 품기에는 사람의 개체가 너무 많은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의 거리 사진이다.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텅 빈 도로가 무척 괜찮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욕심이던 -
사람 머릿수이던 -
너무 많아서 정도가 과(過)하면 종래에는 부대끼기 마련이다 ~
첫댓글 뭔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그 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사람들의 의식과는 큰 의식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실질적인 것보다는 명분적이고, 감성적인 것보다는 다분히 이해타산적인 것 같습니다.
여름이나 겨울에 들려오는 수많은 기상이변의 징후들, 지구가 아프다고 내지르는 비명이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환경 선진국으로 알려진 캐나다에도 그런 일이 있군요.
지난 5월부터 집 뜰에 팻말 세우고 가끔 거리에서 피켓들고 시위하더니
시에서 트랙트를 동원해서 작물을 갈아 엎은 후로는 조용해지네요
ㅎ 우리처럼 트랙트 앞에 드러누워 시위할줄 알았는데 잠잠해요~
"우리가 지닌 가치에 대한 공격입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네요.
생태, 환경에 대해서는 선진국이라는
카나다에서도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네요.
케나다 사람들의 시위하는 표정이,
머리에 두건 두르고,
한 쪽 손을 높이 쳐들며,
교통이 복잡한 도로를 차지하여
악을 쓰듯 하지 않아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넓은 농지, 확트인 도로가 마음에 쏘옥 들어 오네요.
이젠 개발, 발전이란 단어가 마음에 거슬려 오기 시작하네요.
누구를 위한 개발이며 발전이라 하는지 헷갈립니다.^^
좋은 글, 귀담아 실천해야 할 이야기 감사합니다.
설렁설렁 옆사람과 농담하고 종이컵의 커피 마시면서 놀러 나온것처럼 시위를 하더군요
사생결단 식이 아니라서 길거리에서 시위대 만나면 박수쳐 주고
경적도 울려주고 함께 동참해주는 모습이 괜찮아 보입니다
꼭 결말을 내기 보다는 단지 의사 표현을 했다는 것에 대부분 목적이 있어보입니다
무엇이던지 니죽고 나도 죽자, 식이면 서로가 피곤하지요
인간의 탐욕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과다로 기후의 위기를 확실히 느낍니다.
그곳은 벌써 가을 분위기로군요.
서울은 한낮은 아직 30도를 넘어 늦더위가 심합니다.
이번 여름 고생하셨지요
여긴 여름이 평년보다 눈에띄게 시원했습니다
지난 겨울엔 눈도 적게 왔지요, 최근 몇년이 유독 그렇게 보이네요 ~ 이상 기후인걸 직접 느낍니다
저 옥수수밭을 이미 파괴하기 시작햇는지 궁금합니다
옥수수 수확 이라도 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좋겟습니다
대한민국 공사장에서도 저런 문제가 가끔 발생합디다
충성
안타깝게 옥수수는 체 익기도 전에 모두 댕강댕강 잘려 나갔답니다
위 사진 보면 푸른 옥수수빝을 마구 갈아 엎고 있지요 ㅠ
잘려나간 옥수수는 그냥 거름이 되겠지요, 잔혹한 모습입니다
지구촌 어디든 자연을 파괴하고
시멘트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사람들은 그리 반기지 않나 봅니다.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유일하게
탄소를 흡수하는 존재가
숲"이라는 글이 넘 마음에 와닿습니다.
어제 저녁 무렵 남편이랑 뒷산을
산책하면서 더 이상 개발이 되지
않고 자연이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의 거리 사진이
참 아름답습니다.
여기 처음 왔을때
도심 중심가에 백년도 넘은 허럼한 가정집을 모두 사무실로 쓰는걸 보고 낯설었습니다
최근엔 이곳에서도 개발붐이 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전부를 헐어버리지는 얺더군요
일요일 이른 아침 운전허며 찍은 겁니다
왠만하면 휴일 아침은 도로가 텅 빕니다. 북적거리지 않으니 괜찮더군요
단 몇 주를 기다리지 못해서 트랙터로 옥수수 밭을 갈아 엎는군요.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지요.
지금부터 적극 대처해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를 멈추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개인, 사회, 정부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환경 보호 운동과 실천이 필요한 때 같아요.
ㅎ
공권력으로 밀어 붙이는 건 어디에서 많이 본 모습이지요
몇주를 기다리지 않고 농산물을 갈아 엎어버린 행위에 시민들이 매우 분개하지만
이내 잠잠하답니다 ~ 어디에서나 공권력은 무지막지하게 강한 존재이니까요 ㅎ
70평생에 이렇게 덥고 길고도 긴 여름은 처음겪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다 주는 최악의 순간 순간이 오고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무차별 행하여지는 공권력의 횡포가 이지구를 병들게 합니다. 지난주 관악산을 갈때 태평성대님한테 단풍님 얘기를 들었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저는 10월3일부터 12일까지 주마간산으로 뉴욕.보스턴.워싱톤. 토론토.몬트리올.퀘벡을 갑니다. 나이야가라도 가구요.
한 여름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은 되려 여름이 여름같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이상 기후때문인가 봅니다.
태평성대님은 지난 3월 한국방문떼 잠깐 만나 뵈었습니다.
여행일정이 빡빡해 보이는데 건강 유념하시고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그 시위가 효과가 없었나봅니다 .
옥수수 밭이 갈아 엎어지는게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 꼭 해야 하는 일이면
어쩔 수 없는것이지요.
이곳도 가끔 시위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시간 장소 허락 맞고 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것도 있고
아닌것도 있지요 .
그러게요 시위 효과가 없었나 봅니다.
옥수밭 갈아 엎어 버리니 집집마다 놓여있던 팻말도 안보이네요
이곳도 공권력이 막강한가 봅니다
많아서 좋은건 로또 벼락 맞는거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