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화왕산
산행일 : 정월 대보름 2009년 2월 09일 월요일
누구랑 : 병일이랑 둘이...
산행코스 : 고분군~도성암~제1코스~삼거리~구현산 방면~장군바위~삼거리~배바위
~동문~정상~행사장 공연장~정상~도성암~자하골~주차장.
정월 대보름...
올해는 3년마다
화왕산 정상의 너른 억새밭을 태우는 날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볼거리가
싸움 구경과 불 구경이라 하길래 만사 연일 제켜두고 떠난다.
가는길 외롭지 않게
나의 산우 병일이와 함께 했다.
산행들머리는 고분군으로 한다.
왜~?
입장료 아끼려고....
고분군을 지나 산행 초입의
목마산성을 향한길을 버리고 자하골과 나란히
따라 오르는 솔숲의 오솔길을 걸어 오르다 도성암을 앞두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 암릉미가 빼어난 제 1코스로 방향을 잡는다.
억새 태우는 시간에 맞춰
늦게 출발한 탓에 정상까지는 배가 고파 산행을 할 수 없어
팔각정을 지나 한참을 더 올라 조망이 시원한 너럭바위에 올라 앉아
병일과 둘이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식사후
제1코스의 암릉을 타고 오르며
억새 분지를 바라보니 행글라이더가 축하 비행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 있다.
제1코스 암릉의 능선 끝 삼거리에 도착한다.
갖은 해찰을 다 부렸어도 넘~ 빠르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비들재로 향한 능선의 구현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구현산을 가기전
가지 친 능선에 특이한 바위가 있어 호기심에
그곳을 내려가다 홀로 올라서는 산객을 만나 저 바위가 뭐냐 물어보니
창녕이 고향이란 그분 말씀이 장군바위란다.
(장군 바위 모습)
장군바위만 보고 발길을 되돌린다.
저 멀리 배바위의 우뚝 솟은 모습이 보인다.
이쪽에선 그저 암릉 덩어리나 옥천에서 올라서며 바라보면
영락없는 배 한척인 배바위가 이번 화왕산 참사 현장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멀리서 바라본 배 바위 전경)
쉬엄 쉬엄 걷는 걸음이
어느덧 배바위 정상에 이른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화왕산 억새 분지엔
축제 분위기를 느낄수 없는 그저 한산하고 스산한 분위기다.
(배바위 아래 날벼랑을 겁먹은 모습으로 내려다 보는 등산객)
(배바위에서 증명사진)
동문으로 향한다.
억새를 듬성듬성 베어낸 방화선에 앉아
안전요원들이 간식등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전요원들이 메고 있는 빨간 등짐이 뭘까 ?
병일이는 그 물건이 궁금한가 보다.
낸들 알수 있나.
아마도 최첨단 소화 장비 일거란 짐작뿐....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최첨단 소화 장비라 생각된 그 장비는
잔불 정리때나 쓰는 분무기 였다나 뭐라나 ???
거참~!!
참말루 거시하구만...
동문에 이르자
한무리의 군인들이 서문으로 향하고 있다.
아마도 안전요원으로 차출된 장병들로 생각된다.
동문의 성벽을 거슬러 올라
정상에 이르자 서서히 축제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새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멋진 장면을 잡기 위해 벌써부터 찍사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 해 삼각대를 받처놓고 시간을 죽이고 있는 중이다.
정상을 찍고 동문을 향해 내려선다.
점점 더 군중들이 늘어나고 있다.
행사장 본부 천막근처에 이르자 행사장 요원들이 부럼을 나눠 준다.
호두,밤,땅콩,사탕등이 들어있다.
공연장에 가까이 다가 서자
가수 홍 서범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내 노래가 시작되고...
옥슨 80 멤머 당시 최대의 히트곡이
화왕산 정상벌에 울려 퍼진다.
저녁노을 지고
달빛 흐를때 작은불꽃으로
내 마음을 피워~ 봐~
불놀이야 노래가 끝날쯤
우리 둘은 어느새 배바위를 향하고 있다.
아직 점화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춥다.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자는
병일이를 끌고 내려와 공연장의 가수 노래나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후에 알았지만 참말루 잘했다 안 그랬슴 우리 둘 다 씨커먼스 끄실렸을게 분명)
(신인 가수란다...분위기 제대로 살린다)
(한잔 얼큰한 아저씨의 특별 안무도...)
(가수의 공연을 바라보는 군중들)
세번째 가수
서 주경씨가 나왔을땐 축제의 절정이다.
한잔 얼근하게 취한 아줌씨의 거대한 방댕이와 출렁이는 살들이
함께 흔들리는 춤사위에 모두들 배꼽을 쥐고 웃는 축제의 장으로 군중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달집 주위의 군중들)
(무대 위에 올라선 저 아줌씨가 젤 인기가 있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억새를 태우기 전 식전 행사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안전을 위해 방화선 밖으로
모든 사람들은 나와 달라는 진행요원의 방송이 계속 이어진다.
참말루~
사람들 말 디게 안 듣는다.
나올랄때 후딱 좀 나와주지 꾸물럭 거리고 게기는 사람들 천지다.
불 확 싸질러 버려야 날 살려줘 뛰어 나오려나 ?
멋진 장면을 디카에 담을 욕심으로
올라서기 싫어하는 병일이를 구실러 끝내는 정상까지 올랐다.
이윽고 하루해가 저문다.
서산의 해가 지며 동녁엔 정월 대보름달이 떠 오른다.
정월 대보름달이 떠 오르자
달집에 불을 붙인다.
달집의 대나무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달집이 사그라들자 이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하나 둘 셋.
추위속에 떨며 기다리던 순간이다.
가슴이 뛰고 긴장이 된다.
사방 팔방 동시에 점화가 된다.
둥글게 퍼지는 불꽃은 미미하게 시작됐다.
가늘프고.
어여쁘게.
그리고 얌전하고 요~염하게.....
둥글게 떠오른 정월 대보름달 아래
살며시 퍼지기 시작하는 불꽃을 내려다 보며
모든이가 힘든 경제 살려주고 내 가정 내 나라의 행복과 안녕을 빌었다.
거센 바람을 타고 번지기 시작한 불꽃이
화마로 변하는덴 불과 몇분만 이다.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아주 작고 어여쁘던 불꽃이 어찌 저리 순식간에 변할 수 있는지 ?
거대한 불기둥의 너울댐에 두려움이 몰려든다.
열기 또한 어찌나 뜨거운지
대략 200미터 정도 떨어진 정상까지 열기가 느껴진다.
거대한 불기둥이
방화선을 넘어 서문을 타고 넘는다.
방화선 가까이 서있던 사람들이 당황스런 얼굴로 일제히 위를 향해 뛰어 오른다.
여기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 지는데
가까이 있던 저들은 얼마나 뜨거웠을까 ?
거대한 억새평원을 태우는 덴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불과 15분정도 만에 시커먼 재를 남기며 불꽃이 사그러든다.
그런데.....
내가 서있는 반대편 봉오리 배바위쪽으로 불길이 번진다.
배바위를 내려올때
방화선을 넘긴 배바위 주위 억새풀이 그대로 였던걸 기억한다.
가뭄으로 건조한 상태에서
불티 하나라도 날아들면 위험할텐데란 염려가 들었으나
행사 관계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했겠지란 믿음으로 불안스런 마음을 애써 지운다.
설마
뭔일이야 있겄냐란 생각으로 서둘러 병일이와 하산길에 든다.
하산객이 일제히 몰릴것으로 예상되는 환장고개를 버리고 목마산성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따르다 도성암으로 내리는 가파른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내림길에 바라본 배바위 방면엔
아직도 불길을 잡지 못한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큰 산불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무사히 주차장에 이르자
연달아 구급차들이 올라가고 있다.
이런~!!
하산길에 수많은 인파로 인해 부상자가 생겼나 ?
돌아오는 귀로에 참사 소식을 듣는다.
4명 사망에 부상자 속출...
정말인가 ?
이게 정녕 사실인가 ?
믿고 싶지 않는 사실에 오싹 소름이 돋는다.
화왕산의 불....
정말로 진짜루 무섭다.
화왕산에 온 걸 아는
지우들로 부터 끝없는 안부전화가 걸려온다.
내가 많은 사람들로 부터 잊혀진 존재가 아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지면을 빌어
걱정해준 모든님들께 감사 드림니다.
고맙습니다.
끝으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곳으로 가셔서 영면 하소서...
아울러
사건이 있기전 축제 운운하며 열 올리던
방송사 언론사들이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기 시작하는 걸 보며
느낀게 있다면 축제을 알리는 방송 취재를 하면서 좀더 심층 취재로
문제점을 발굴하여 지적해 줄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까발리구 비난하는건 니들이 아니라두 아무나 누구던 얼마든지 할수가 있거든....
이번일을 거울삼아
모든일을 추진함에 있어 행사 관계자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론 절대 이런
어쩌구니 없는 일이 발생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첫댓글 사고가 없었으면 저 현란한 불잔치 그림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을텐데... 안타까움 감출 수가 없습니다. 마침 정월 대보름날이 월요일이 아니고 일요일이었음 더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합니다. 수덩이 역시 사상자수에 포함될 수도 있었겠구요. 저도 그날 안위를 묻는 전화, 여러 수 통 받았더랬습니다.
맞습니다. 주말이었음 더 큰 사고로 이어 졌을지도~앞으로는 어디를 가더라도 잘 생각하여 행동해야겠습니다
회사에서도 이 장면을 다시 연거푸 이야기하게되는 이야기꾼이 되어버렸답니다. 하여간 주최측도 방송측도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 모두 많은 반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