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유사이래 최초의 사건이 목하 진행중이다. 법도 공권력도 어떤 영향력도 미칠 수 없는 흐름이다.
바로 똘기충만한 한 사이버 렉카 유튜버 때문에 불거진 밀양성폭력 사건 재조명 사건이다.
나는 사태의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무엇보다도 기독교나 불교를 막론하고 단순 유치한 종교의 윤리로는 도저히 접근이 불가한 난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의 윤리적 측면이 기성 종교로서는 접근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태에 관해서는 종교적 접근은 아무런 도움이 될 일이 없고 오히려 방해만 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판단을 보류하고 사태자체를 바로 보는 현상학적 태도일 수 밖에 없다.
밀양 사건은 한 마디로 인간 생태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조건들의 조합에서 벌어질 수 양상이었다. 피해자 여학생의 불행한 가정환경, 지방에 사는 충동적 십대의 맹목적 충동들, 경찰의 무지와 나태 등이 얼키고 설킨 20년 전 한국의 민낯이 낱낱이 들어난 사건이다. 고상한 이론을 가지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현실에서는 어디까지나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공권력이 상실된 공간에서 유튜버들의 사적제재 활동이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범죄가 결과적으로 어떤 이에게는 간접적으로 유익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자본주의의 생태일 수 밖에 없다.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최초 일 주일 만에 250만뷰가 넘었다. 유튜버의 수익을 추정하는 웹사이트 '블링'에 따르면, <나락 보관소>의 예상 월 수익은 3,295만 원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범죄에 대한 사적 복수가 가능해졌다고 하는 것이다. 사적제재는 개인들이 하는 것이지만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사적제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양식 있는 시민들의 건전한 이견은 사회의 자정기능이 될 수가 있다.
물론 남의 불행이나 사고, 실수, 결점, 잘못 등을 인터넷 상에 공론화하고 이슈거리로 만드는 소위 사이버 렉카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초의 폭로자인 유투버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 이유를 잠수를 타자 여기 저기서 제2, 제 3의 유튜버들이 연이은 나타나 마치 국민 스트레스 해소 운동처럼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현재 44명 중 7명까지 현재의 신상이 털려 있는 상태이고 앞으로도 계속 털릴 것이다. 유투버들의 가해자 사냥은 의분이나 공적인 분노로 출발할 수도 있겠으나 유튜버에게는 수익창출이 관건이기 때문에 파리떼가 들끓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가해자와 유투버 추적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쫒고 쫒기는 맹렬한 숨밖꼭질에 대한 대중의 흥미는 높아 갈 것이고 유투버 사이에서도 물고 물리는 경쟁과 갈등이 볼만할 것이다. 더욱이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억망칭창으로 사건을 취급했던 당시 경찰관과 판결을 내린 판사들, 가해자의 변호사들의 신상까지 낱낱히 공개되는 응징의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폭로 사태 진행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입장은 피해자이다. 그런데 여기서 날카롭게 살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20년 전 애초에 사건이 발생할 때부터 피해자측은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입장이었다. 자기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건강한 처지가 아니었다. 즉 적절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 나오는 피해자측 반응도 형제들 사이에서 서로 다르고 혼란스럽게 나타나고 있어서 여전히 최상의 판단과 선택을 하기에는 역부족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자신들를 보호하고 오히려 유리한 입장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건의 본질은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아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거기에 사이버 렉카들의 수익도 걸린 문제이다.
불행하게도 영화 ‘밀양’ 으로 기독교적 의미를 던졌던 밀양은 이번 사태로 여러가지 객관적지표들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땅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전국 어느 곳을 막론하고 밀양처럼 점점 인구가 쪼그라들어 노령인구만 남는 지역의 특성은 유사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지역 사회의 사회문화적 지체현상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모르고 밀양이 어쩌니 하는 소리는 모두 개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