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혁당 민주인사 31주기 추모제가 8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 이철우 | |
'인혁당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8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인혁당 민주인사 31주기 추모제'를 열고 "인혁당사건 진상규명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 통일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문정현 신부(인혁당대책위원장)는 무대 펼침막에 써있는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를 가리키며 "사형된 여덟분이 청년시절 저 소리를 외쳤던 탓에 걸려 들어가, 마치 빨갱이인 양 민청학련을 움직여 국가를 전복하려는 것으로 둔갑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어 "진실은 영원히 덮어둘 수 없다, 진실은 생명력이 있어서 지금 저 소리가 들리게 됐다"며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자는 모두 분발해서 가신 분들께 감사하며 저 말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낙청 6ㆍ15공동선언실천 남측 위원장도 "말이 대법원 판결이고 형 집행일 뿐 독재 권력을 유지하고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막기에 급급한 정권의 사법살인이었다"며 "재심 결정으로 명예회복의 길이 열린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가신 님들이 꿈꾼 민주주의를 이루고 겨레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서며 인간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되게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중기 민족민주열사 희생자추모(기념) 단체연대회의 의장은 "100년을 피식민지로 살다보니 생각이 가자미눈알처럼 오른쪽으로만 치우치고 반공교육으로 제 민족을 적대시해왔다"며 "식민지 근성인 강자에 비굴하고 약자에 군림하는 의식으로 판단능력조차 줄여왔다, 과거사를 바로잡는 것 자체가 혁명적일 일"이라?지적했다.
이어 박 의장은 "치욕스런 분단을 후대에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인혁당 재심결정을 계기로 과거사를 바로잡는 사회적 합의와 사회통합의 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가해자들은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 ▲ 이철수 화백이 인혁당 유가족들에게 자신의 판화작품을 전달하기에 앞서 작품에 얽힌 사연을 말하고 있다. | | ⓒ 이철우 | | | | ▲ 홍순관씨(가수)의 추모공연. 이철수 화백의 시에 백창우씨가 곡을 붙인 '앞서 가면서'를 불러 유족들을 눈물짓게 했다. | | ⓒ 이철우 | | 한편 이철수 화백(판화가)은 이날 '인혁당사형수 8인'의 모습과 그들이 어머니·아버지·아이들·아내에게 편지를 쓰듯 마음을 전하는 내용을 담은 판화작품 '앞서 가면서'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철수 화백은 "지난해 어느 날 밤 이수병 선생 관련 프로그램을 봤는데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작업실에 가서 있는데 꼭 여덟분 중 어느 분이 앞에 와 계신 느낌이었다"며 "제가 그 분이 됐다고 생각하고 써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제 맘 속에서 쏟아지는 이야기가 이 작품이 됐다"고 밝혔다.
"어머니, 산이 되고 싶었어요
좌청룡 우백호
너그러우신 큰 산이 되고 싶었어요
그 산에 나무 한그루 되고 싶었어요
비바람 눈보라에는 지지 않고
봄바람에는 연두 빛 연한 새잎
기꺼이 열어 보이는 큰 나무
아버지, 이 땅에 너른 들판이고 싶었습니다.
몸이 뜨겁도록 땀 흘려 일하고
바람 좋은 가을에는 쌀독이 그득한,
나누니 모자람이 없고,
땀 젖은 얼굴 마주보고 웃으면
시름·아픔이 없는
드넓은 들판이고 싶었습니다."
- '앞서 가면서' 일부, 이철수 화백
| | ▲ 인혁당 유가족 대표로 나선 이영교 여사(고 하재완 선생 미망인)는 "이미 재심이 시작됐고 거짓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더 이상 이 땅에서는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며 과거 같은 일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 ⓒ 이철우 | |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지난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에서 직권조사 결과 '고문조작 사실'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05년 12월 7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위에서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고문조작 사실을 인정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27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이기택)가 인혁당사건 재심을 결정했다.
또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위원회는 2006년 1월 23일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자 23명 중 16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고, 지난 3월 20일에는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문용선)에서 인혁당사건 재심 1차 공판이 진행됐으며, 오는 4월 24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329법정에서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75년 4월 9일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된 김용원·도예종·서도원·송상진·우홍선·여정남·이수병·하재완 선생 외에도 강구철·김병곤·김윤·신향식·유진곤·이재문·이재형·이태환·장석구·전재권·정만진·조만호·제정구 선생 등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민청학련 관련자 중 출소 또는 복역중 숨진 분들의 영정을 함께 모셨으며 유족과 인혁당 동지들, 시민사회단체 인사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추모제에 이어 9일에는 대구 칠곡현대공원 참배와 함께 2ㆍ28 기념 중앙공원에서 '4ㆍ9 통일열사 3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 ▲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공연. <동지를 위하여> <그날이 오면> <광야에서>를 참가자들과 함께 불렀다. | | ⓒ 이철우 | |
| | ▲ 권경미씨(도예종 선생의 외손녀)와 '발레미래'의 추모공연. | | ⓒ 이철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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