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동개혁' 60세 정년연장 시동 건다…"호봉제→ 성과임금제"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60세인 정년을 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만 바뀌면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호봉제)을 직무와 역할,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방식을 전제로 해서다.
1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시간은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다양하게 관리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특정 주에 52시간(정규 근로시간 주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넘기더라도 월·분기·반기·연간 전체 평균 근로시간이 주52시간 이하면 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미래연)는 이런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과제 권고문을 12일 발표했다. 미래연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7월 발족했다.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연은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도출해 정부에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연의 권고가 나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노동개혁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순원 미래연 좌장(숙명여대 경영학 교수)은 "지난 5개월 동안 노사 심층간담회, 현장방문 등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혁신방안, 향후 노동시장의 개혁 과제를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 대비할 임금체계로 개편
미래연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정부에 강하게 권고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국가의 경제 동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8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에는 평균 2%에서 2040년대에는 0.8%로 하락하고, 2060년부터는 -0.1%를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75년이 되면 말레이시아나 필리핀보다 국내총생산이 더 적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미래연은 "지속적인 경제 동력을 확보하려면 고령자의 계속 고용이 필요하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정년연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많은 월급을 가져가는 현행 연공급(호봉제)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래연의 진단이다. 직무와 역할, 성과,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꾀해 나가야 한다는 권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래연은 임금체계 개편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근로자 부분 대표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는 노조가 회사와 협상을 통해 직무나 직군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임금체계를 적용한다. 부분 대표제가 되면 특정 직무나 직군, 부서 단위로 업무 특성에 맞게 임금체계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한 회사에 여러 개의 임금체계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연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 동의 주체 범위를 전체에서 부분 근로자로 전환하는 형태로 법·제도를 바꾸라"고 권고했다.
미래연은 또 노동통계 전문 행정기관 설치를 검토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의 노동통계국(BLS)과 같은 기구를 만들어 통합형 임금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통계자료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사의 결정권을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혁
미래연은 연장근로시간의 산정단위를 현행 주(週)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관리 단위를 다원화해 업종별, 사업장별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을 노사가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주당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주 단위로 묶여 있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月)로 확대할 경우 어떤 주에는 1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어떤 주에는 연장근로시간을 없애거나 확 줄일 수 있게 된다. 업무량이나 천재지변 등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다만 월 단위로 관리하더라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연은 "연(年) 단위까지 관리 단위를 확대할 경우 근로자가 자칫 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에 따라 관리 단위를 확대할 경우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해서 줄이기로 했다. 예컨대 현행법상 분기(3개월)로 따지면 156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미래연은 분기 단위로 관리할 경우 연장근로시간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156시간)의 90%인 140시간만 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반기의 경우 총 312시간의 80%인 250시간, 연 단위는 625시간의 70%인 440시간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감축한다.
권 교수는 "관리 단위 확대에 따른 연장근로 총량 제한제를 도입할 경우 효율적으로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활용할 길을 터주면서 실질적인 근로시간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연은 또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보호조치를 시행토록 권고했다.
근로자가 일하는 날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출퇴근 시간도 근로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 기간도 전 업종에 3개월 이내로 확대하도록 했다. 현재는 연구개발 업무 외에는 1개월로 제한돼 있다.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강화하는 조치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했다가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제시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자에게는 주 52시간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초과근로수당이 없어진다.
[중앙일보]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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