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왕국 유다의 왕인 아하시야가 북왕국 이스라엘의 예후가 일으킨 반란 속에 예후에게 죽임을 당하자 아하시야의 어머니인 아달랴(Athaliah)는 왕의 자손들을 모두 멸절하고 스스로 유다의 왕이 됩니다. 유다의 다윗 왕가(王家)에서 왕이 될만한 모든 자들을 죽였다는 말입니다. 그중에는 자신의 친손자들도 있었을 텐데,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맙니다. 이러한 열왕기하의 기록은 아달랴가 다윗 왕가를 없애려고 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아합과 이세벨의 딸로서 바알을 섬겼던 아달랴는 남왕국 유다에서 다윗의 족보가 끊어지게 하고, 자신이 권력을 잡아 아합의 계보를 이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하시야의 조카들은 이미 예후에 의해 죽었고(왕하 10:12~14), 역대하 21:11~17을 보면 여호람의 모든 아들들은 아하시야만 제외하고 모두 블레셋 사람들과 아라비아 사람들에 의해 이미 모두 죽임을 당하였었기에 그 외에 남은 왕족들을 아달랴가 죽인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아달랴는 6년 동안 남왕국 유다를 다스립니다(1절~3절).
그런데 이러한 난리 중에 여호람 왕의 딸이며 아하시야 왕의 누이인 여호세바(Jehosheba)는 아하시야의 아들이며 자신의 조카인 요아스(Joash)를 빼내어 은밀한 곳에 숨겨 아달랴의 학살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게 보호하였고, 하나님의 성전에 6년 동안이나 숨겨서 보호하였습니다(2절, 3절). 여호세바는 그 당시 유다의 제사장인 여호야다(Jehoiada)의 아내이기도 하였습니다. 요아스는 아하시야의 아들이었지만, 아달랴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아니라, 아하시야와 시비야(Zibiah) 사이에 태어난 아들입니다. 이렇게 제사장 여호야다와 여호야다의 아내이며 요아스의 고모인 여호세바의 돌봄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요아스는 다윗의 족보를 잇는 유일한 왕자였습니다. 아마 제사장은 여호야다와 그의 아내 여호세바는 다윗의 가계(家系)가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요아스를 살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아스가 7살이 되던 해에 제사장 여호야다는 가리 사람(Carites)의 백부장들과 호위병의 백부장들을 불러 서로 언약을 맺고 요아스를 왕위에 올릴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서 요아스를 왕으로 삼습니다(4절~12절). 가리 사람(Carites)은 역대상 18:17에 나오는 그렛 사람(Cherethites, Kerethite)과 같은 이들로 이방인의 용병(傭兵)입니다. 이들은 다윗 시대(삼하 8:18)와 솔로몬이 즉위할 때(왕상 1:37-38) 다윗 왕가에 충성했던 사람들로 왕의 친위대(親衛隊)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위병은 성전을 지키는 병사들을 의미합니다. 예루살렘의 궁궐에서 군사적 요직(要職)을 맡고 있는 이들과 함께 요아스를 왕으로 세우려는 은밀한 계획을 실행한 것입니다. 각 친위대와 호위대가 안식일에 서로 순번(順番)을 정하여 창과 방패 등의 무기를 들고 철저히 호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성전에서 제사장 여호야다가 7살이 된 요아스에게 왕관을 씌우고 율법책을 주고 기름을 부어 왕으로 삼았고, 모인 무리는 박수하며 왕의 만세를 외쳐 요아스를 왕으로 삼습니다(9절~12절).
성전에서 들리는 환호성(歡呼聲)에 놀란 아달랴가 하나님의 성전에 가서 이러한 상황을 본 후 옷을 찢으며 “이건 반역이다”라고 외치지만, 군대를 거느린 백부장에 의해 성전 밖으로 끌려 나갔고, 군마(軍馬)가 드나드는 길로 가서 사람들의 칼에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13절~16절, 20절). 아달랴가 6년이나 유다를 다스렸지만, 이미 사람들은 제사장 여호야다를 따라 요아스를 왕으로 세우는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아스가 일곱 살이란 어린 나이에 유다의 제8대 왕으로 세워졌지만 모두들 즐거워했고, 성(城)은 평온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20절, 21절).
제사장 여호야다는 요아스 왕과 백성을 향해 하나님과 언약을 맺게 하고, 왕과 백성 사이에도 언약을 맺게 합니다(17절).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며,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왕을 섬기겠다는 언약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과 맺은 언약을 다시 상기(想起)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다윗과 맺으신 언약에 의해 요아스가 그 왕위를 이어가야 하며,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로 세워갈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온 백성은 바알의 신당(神堂)으로 가서 그 신당을 허물고 제단들과 우상들을 철저히 깨뜨렸고, 바알을 섬기는 제사장인 맛단(Mattan)을 죽이고, 여호야다는 호위병들에게 하나님의 성전을 지키게 하고, 요아스를 왕궁으로 인도하여 요아스가 왕좌에 앉게 하는 것으로 요아스의 등극(登極)이 완성되었습니다. 아합의 딸인 아달랴가 유다 왕국의 왕비가 된 이후부터 남왕국 유다에도 우상을 섬기는 일이 심각할 정도로 심해졌는데, 제사장 여호야다와 그의 아내 여호세바에 의해 유다의 신앙적 질서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구에 의해 영향을 받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누가 지도력을 갖는가 하는 것도 한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섬긴다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신앙공동체는 와해(瓦解)될 수밖에 없고, 깊은 죄악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을 모든 것의 가장 중심에 두는 믿음의 기초는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매우 중요한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중심이 되시면 믿음의 질서를 제대로 찾을 수 있습니다. 권력욕과 욕심, 탐심 등을 버리고 온전히 하나님이 내 삶의 중심이 되도록,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끊임없이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드리는 삶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