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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자산에서 조망, 멀리 왼쪽이 월악산 영봉, 가운데는 조령산
江山도 좋을시고
鳳凰臺가 떠왔는가
三山은 半落靑天外요
二水는 中分白鷺洲로다
李白이 이제 있어도
이 景밖에는 못 쓰리라
―― 삼주 이정보(三洲 李鼎輔, 1693~1766, 조선 후기 문신)
주1) 중국 금릉(金陵)이 三山二水의 고장이라 하여 경치 좋기로 이름나 있는 걸 본 따 우리나라에도 경치 좋은
고을마다 三山二水를 내세우고 鳳凰臺를 지었다.
주2) 반락청천외(半落靑天外)는 푸른 하늘 밖으로 반쯤 걸렸고, 중분백로주(中分白鷺洲)는 물줄기가 백로주에
서 가운데로 나뉘다는 뜻이다.
주3) 난고 김병연(蘭皐 金炳淵, 1807~1863)의 「부벽루를 노래함(浮碧樓吟)」이다.
三山半落靑天外 세 개의 산봉우리는 반쯤 청천 밖에 걸려 있고
二水中分白鷺洲 두 물줄기 흐르는 사주(砂洲)에는 백로가 놀고 있구나
已矣謫仙先我得 나보다 앞서 이백이 승경을 노래했으니
斜陽投筆下西樓 해질녘에 붓을 던져버리고 서루를 내려가노라
▶ 산행일시 : 2022년 7월 2일(토), 맑음, 염천
▶ 산행시간 : 6시간 17분
▶ 산행거리 : 산악회 공지거리 약 11.2km
▶ 교 통 편 : 신사산악회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신사역
09 : 18 -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소금강휴게소, 산행시작
09 : 42 - 541.2m봉 돌아 넘은 안부
10 : 33 - 전망대
11 : 00 - 871.9m봉
11 : 20 - 군자산(君子山, △946.9m)
12 : 16 ~ 12 : 38 - 도마재, 점심
12 : 54 - 667m봉
13 : 43 - 846.3m봉
14 : 00 - 843.0m봉
14 : 30 - 남군자산(830.2m)
14 : 52 - 삼형제바위
15 : 35 - 하관평 마을 보람원 입구, 산행종료(16 : 05 버스출발)
18 : 14 - 신사역
2. 군자산과 남군자산 지도
▶ 군자산(君子山, △946.9m)
군자산 들머리인 소금강휴게소 주차장에서 버스에 내리니 바로 쌍곡계곡 건너에 보이는 섬세 무비한 암봉이
하늘벽인가 보다. 버스 안의 졸음이 채 덜 깬 터에 마치 죽비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소금강이 괜
한 이름이 아니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하는 사이 일행들은 쌍곡교를 건너갔다. 맨 뒤로 뒤쳐져 서둘러 간다.
솔밭유원지 지나고, 너른 공터의 군자산 입구다. ‘속리산국립공원 군자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전광판 아래
‘호우주의보 입산금지’라는 작은 글씨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산행시작이 계단 길 오르막이다. 가파르다. 데크계단에 이어 목재계단, 돌계단을 번갈라 긴 계단 길 올라 엷은
능선을 잡는다. 아무쪼록 내 걸음으로 가야지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도 앞 사람을 줄줄이 추월한다. 그리
고는 가쁜 숨을 코 박은 잡석이 들썩이게 할딱인다. 팍팍한 등로다. 얼추 오르도록 반기는 풀꽃 한 송이 보이지
않고, 관산(觀山)할 전망대는 없고, 수렴(樹簾) 사이로 감질나게 보이는 하늘금 백두대간은 어서 올라가시라 재
촉한다.
약 15분을 올라서면 화석바위 꼭대기의 하늘벽 전망대에 닿는다고 하는데 발걸음 스텝을 유지하느라 그만 놓
치고 말았다. 땀은 모자챙에 장마철 낙숫물로 떨어진다. 엊그제 온 비로 축축해진 등로를 더욱 질게 적신다. 어
쩌면 군자산을 오르는 이 등로가 마를 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땀을 쏟는 이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니 말이
다. 정지상(鄭知常, ? ~1135)이 「송인(送人)」에서 그랬듯이.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르려나
別淚年年添綠波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보태나니
541.2m봉을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모처럼 모범 산행한다. 위험하다는 표지 붙이고 금줄 친 데는 가
지 않는다. 안부. 조금 더 가면 거대한 암벽과 맞닥뜨린다.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는 데크계단이 나 있다. 예전에
는 여기가 재미나는 세미클라이밍 코스였다. 데크계단 오르는 걸음걸음이 경점이고, 그 꼭대기 난간은 경점의
절정이다. 연무가 옅게 끼었으나 뭇 산들을 알아보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월악산 영봉을 기준하여 만수
봉, 포암산, 신선봉, 조령산, 주흘산, 희양산, 뇌정산, 대야산 등등을 짚어본다.
점점 등로는 사나워진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의 연속이다. 두 번째 봉우리도 직등하지 않고 왼쪽 사면을 길게 돌
아 오른다. 안부의 이정표는 ‘군자산 1.1km, 소금강 1.4km’이다. 사족보행(四足步行)이 잦다. 871.9m봉. 비로소
군자산 정상이 눈에 잡힌다. 아깝게 긴 한 피치 뚝 떨어져 내린다. 비에 젖은 바위라 아주 미끄러워 살금살금 내
린다. 정면에 보이는 높은 암벽을 어떻게 오르려나 자못 기대했는데 그 오른쪽 뒤의 흙길 발자국 계단으로 오
른다.
3. 군자산 들머리인 소금강 하늘벽
4. 멀리 가운데는 월악산 영봉, 그 앞은 신선봉(?), 맨 오른쪽은 조령산
5. 가운데가 신선봉(?)
6. 보배산
7. 보배산과 칠보산(오른쪽), 그 가운데는 덕가산
8. 멀리 왼쪽은 월악산 영봉, 가운데는 조령산
9. 멀리는 대야산
10. 막장봉,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1. 멀리 왼쪽은 월악산 영봉, 가운데는 조령산
12. 멀리 오른쪽이 월악산 영봉
13. 멀리 왼쪽은 대야산, 가운데 안부는 제수리치, 맨 오른쪽 멀리는 조항산
그리고 오르막이 잠깐 주춤하고 등로 살짝 벗어난 바위지대가 여러 산서에서 소개하는 자연전망대다. 당연히
들러 톱날 같은 속리산 연릉 연봉을 또 본다. 여기서 울창한 숲속 실잔디 길을 한 피치 오르면 군자산 정상이다.
너른 공터에 아담한 자연석의 정상 포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알아볼 수 있고 안내판에 ‘속리
23’이다. 11년 전에 오지산행에서 그때나 비금이나 비탐구간인 율지리에서 군자산 북릉을 타고 올랐었다. 그때
올랐었다는 사실의 기억만 있을 뿐 주변 경관은 처음 오는 산처럼 낯설기만 하다. 남군자산도 그러할 것이다.
군자산 오를 때의 조망은 단편이었고 군자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총편이다. 사방팔방에 뭇 산들을 거느린 천산
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이 가경을 안주 삼아 정상주 탁주 독작한다.
▶ 남군자산(830.2m)
군자산에서 남진하여 내리는 길은 주로 암릉인 날등을 비켜 오른쪽 사면이다. 미끄러운 바윗길의 연속이다. 주
춤주춤 내린다. 나보다 앞서 간 사람은 너 댓 명 정도다. 클라라 산행대장님은 군자산에서 도마골로 내리는 코
스는 4시간, 남군자산을 오르는 코스(11.2km)는 6시간을 준다고 하며, 산행시작 시간이 예상보다 일러(이른 시
간 42분이 회원들의 몫이다) 그만큼 여유가 많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무더운 날씨와 바윗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나부터 시간이 빠듯하다. 별로 쉬지 않고 그저 걷기만 했는데도 데드라인 16시에 과연 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아무튼 서둔다. 군자산 내릴 때부터는 혼자 가는 산행이다. 한달음으로 쭈욱 내리면 금방 도마재일 줄 알았는데
봉봉을 오르고 내린다.875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은 비학산(828.6m)으로 간다. 가파름이 약간 느슨해진다.
663.5m봉을 왼쪽 사면의 잘난 길 따라 마치 골로 갈 것처럼 길게 돌아 넘는다.
차라리 663.5m봉을 직등하는 편이 나았다. 너덜 잠시 지나 암릉, 암반에 올라서면 조망이 썩 좋은 경점이라고
한다. 이제 한 피치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인 도마재다. 나무숲 그늘에 들어 점심자리 편다. 오늘 산행의 유일
한 긴 휴식시간이기도 하다. 22분. 도시락을 펴자 먼저 파리와 하루살이 떼가 몰려든다. 그들을 위해 별도로 상
을 차려주지만 거들떠보지 않는다. 한 손은 팔 몸살하게 파리 떼 쫓으며, 한 손은 밥을 얼음물에 말아 넘긴다.
도마재에서 남군자산 가는 길은 인적이 흐릿하다. 금줄이나 목책을 두르지 않았지만 비탐구간이다. 너덜 닮은
돌길에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군자산에서 바라볼 때는 사뭇 걷고 싶은 유장한 능선이더니만 여간 사나운 길이
아니다. 눈 못 뜨게 비지땀 흘려 667m봉을 넘는다. 오른쪽으로 직각방향 튼다. 가파름은 한결 수그러든다. 그래
도 낙엽에 덮인 돌길이라 자칫 허방을 잘못 디뎌 넘어지거나 자빠지기 일쑤이니 한 걸음도 방심하지 못하겠다.
846.3m봉 오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평원인 듯 완만한 능선을 길게 오르다가 정상에 임박해서는 너덜이고 인
적은 왼쪽 사면 너덜을 돌아간다. 인적 쫓는다. 얼마 못 가 인적을 놓치고 오지를 만들어간다. 암릉 같은 너덜이
다. 어렵사리 주릉에 올랐으나 혹시 엉뚱한 능선인지 몰라 지도정치하고 나침반 방향 살펴 남진한다. 이 다음
843.0m봉을 오르는 길은 바위투성이다. 언뜻언뜻 조망이 트인다. 아침나절의 연무는 말끔히 가셨다. 비 온 뒤
처럼 아주 맑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잰걸음 한다.
843.0m봉에서 풀숲에 가린 남군자산 가는 길을 놓치기 쉽다. 무심코 내리다 보면 골로 가는 서진하는 능선이
다. 나무숲이 울창하여 전도를 목측하기도 어렵다. 나침반(믿을 건 나침반뿐이다) 방향 확인하여 남동쪽을 보고
내리면 곧 선답의 흔적과 만난다. 산을 새로이 만들 듯 뚝 떨어져 내렸다가 오른다. 이 심산에 오는 이도 가는
이도 없는 나 혼자라니 걸음걸음이 오붓하다. 오른쪽 사면을 길게 올라 공터고 남군자산 정상은 왼쪽으로 약간
등로를 벗어났다.
14. 멀리 가운데는 뇌정산, 그 앞 왼쪽은 희양산
15. 맨 왼쪽은 조령산, 가운데는 부봉, 맨 오른쪽은 주흘산
16. 맨 오른쪽 멀리는 뇌정산, 가운데 멀리 백화산이 살짝 보인다
17. 멀리 가운데는 대야산
18. 맨 오른쪽 멀리는 청화산
19. 가운데 안부는 제수리치
20. 멀리 왼쪽은 월악산 영봉, 가운데는 만수릿지
21. 멀리 가운데는 대미산, 그 앞은 부봉과 주흘산
22. 맨 오른쪽은 대야산
23. 맨 왼쪽은 희양산, 그 오른쪽 뒤는 백화산
24. 털중나리, 산행 중 유일하게 본 풀꽃이다.
배낭을 두고 다니러간다. 암봉이다. 충청북도 표준규격인 오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의 고도 표시는 아
직까지도 잘못 되었다. 해발 827m인 것을 872m로 새겼다. 남군자산 정상에의 조망은 빼어나다. 「월간 산」
(1992.12.)의 내용 그대로다. “북으로 군자산이 늠름한 자태로 바라보이며, 동으로는 멀리 월악산과 만수봉, 그
리고 백두대간을 떠받치고 있는 조령산, 주흘산, 희양산, 백화산, 장성봉이 넘실대는 파도인 듯 시야에 들어온
다. 남으로는 장성봉에서 불란치재로 잠시 가라앉았던 백두대간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 빚어 놓은 대야산,
둔덕산, 조항산, 청화산 줄기가 멀리 톱날 같은 속리산 능선과 함께 길고 광활하게 이어져 보인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직도 의문인 것이 희양산은 악희봉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 같고, 다른 산서에서도 희양산
이라고 하지만 악희봉이 아닐까 싶다. 하산! 일단 우리의 목표는 삼형제바위를 경유하여 내리는 것이다. 길 좋
다. 도마재에서 오는 길과는 딴판으로 잘난 길이다.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은 옥녀봉으로 가거나 도중에 군자
치 넘어 갈모봉 또는 가령산으로 가고, 왼쪽이 제수리치 또는 삼형제바위로 간다. 이정표에 삼형제바위는 10분
거리라고 하는데 줄달음하더라도 훨씬 더 걸린다.
급전직하 하던 내리막이 잠시 주춤한 710m봉이 기로다. Y자 갈림길 왼쪽이 제수리치 지나 막장봉, 장성봉 등
지로 가고, 오른쪽이 하산이자 삼형제바위로 가는 길이다. 왼쪽 제수리치로 가는 길은 찾는 이가 없어 조용하
다. 가파르게 떨어지다 암군(巖群)과 만난다. 아무런 표지가 없어도 삼형제바위인 줄을 알겠다. 너나없이 이 삼
형제바위를 남군자산의 명물이자 백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기묘묘하다. 암벽 틈을 배낭 벗고 게걸음
하여 지나고, 너른 암반에 이르러 슬랩 기어올라 암봉에 선다.
이때는 더위도 멈칫한다. 눈 닿는 데마다 첩첩 산 가경이다. 대야산에서 속리산까지 장릉이 숨 가쁘게 펼쳐진
다. 새알바위가 아닐까? 예쁘다. 그 밑을 살금살금 돌아내려 인적을 쫓는다. 쉬고 있는 일행 세 사람을 만난다.
반갑다. 함께 간다. 갈림길이 나오면 비교하여 더 잘난 길로 간다. 무덤 지나고 평원이다. 언덕 넘고 개울 건너
농로에 들고 하관평 마을이다. 우리 버스는 조금 더 간 대로인 보람원 입구에 있다.
어찌된 일인가! 데드라인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내가 거의 꼴찌다. 모두 알탕까지 하였는지 얼굴이 해끔하
다. 당초에 산행인원 38명 중 35명이 남군자산을 가겠다고 했는데, 겨우 5명 정도만 완주했다. 날이 너무 더워
대부분 일행이 도마재에서 도마골로 탈출했다. 땀 씻으러 도로 아래 개천으로 내려간다. 여기도 선유동계곡이
다. 너른 반석에 옥계가 흐른다. 그 옥계에 뛰어든다. 온탕이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서울 오는 길은 전혀 막히지 않았다. 서울에 왔어도 한낮이다. 18시 14분. 아쉬운 생각이
든다. 명색이 산꾼이라면 적어도 이 시간까지는 산에서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25. 남군자산 가는 길(843.0m봉)의 서쪽 조망
26. 남군자산 가는 길(843.0m봉)의 서쪽 조망
27. 맨 왼쪽이 보배산, 멀리 오른쪽은 월악산 영봉
28. 맨 오른쪽은 대야산
29. 희양산, 그 오른쪽 뒤는 백화산
30. 맨 왼쪽은 장성봉(?)
31. 맨 오른쪽 멀리는 조항산
32. 멀리는 속리산 연릉
33. 오른쪽 멀리는 청화산
34. 멀리 왼쪽은 대야산, 오른쪽은 조항산, 그 앞 가운데는 무슨 산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