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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24회 한라산 영산대재를 보고 느낀 점
제주불교신문 승인 2023.10.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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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한라산 관음사에서 스물네 번째 영산대재가 열렸다. 산신각 앞의 야단법석에는 청명한 하늘 아래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려 앉아 어머님 품처럼 아늑한 아미봉의 능선과 어울려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의 모습인 영산회상을 상징화한 의식절차이다. 영산재는 국가무형문화재(제50호)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봉원사의 영산재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24회 영산대재를 봉행하는 과정에 장소가 여러 번 바꿨다. 동쪽의 설법전 옆, 일주문 좌측 초전법륜상 옆, 대웅전 앞, 야외 미륵부처님 전에서 산신각 앞으로 변경되었는데, 이는 1933년 안봉려관 스님께서 시작한 한라산신제를 계승한다는 깊은 뜻이 담긴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영산회상도를 내어 거는 괘불이운(掛佛移運)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영산재 의식은 시대와 지역 특수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큰 틀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불교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왔다고 보여 진다. 올해의 영산대재 주제는 이와 더불어 도민화합과 평화 발원이라는 보편적인 것 외에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제주유치 염원이라는 특별함이 더 있다.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들의 고향인 제주에서 총 제관인 제주특별자치의 도지사와 부 제관인 도의회 의장, 교육감이 다 함께 경신공양재를 봉행함으로써 민관이 하나가 되어 한라산 산신과 해신 들을 포함한 탐라의 토속 신들의 가피로 온 누리의 평화와 안녕을 발원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불자들은 평화의 비, 행복의 비가 갈등과 대립으로 불타고 있는 이 땅을 흠뻑 젖게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구름 한 점이 비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행복의 비구름을 만들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은 대덕스님들의 인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지원 하에 도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성숙해진다.
이제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한 한라산영산대재가 과거의 미흡함을 성찰하여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민들 앞에 해맑은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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