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수호지 - ♧ 수호지 9
고구는 임충을 개봉부로 넘기고 부윤에게 분부하여 엄히 신문한 다음에 처결하라고 했다. 모함에 빠진 임충은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소용 없었다. 마침내 임충은 곤장 스무 대를 맞고 창주 감옥으로 이감되게 되었다. 임충의 목에는 일곱 근이나 되는 큰 칼이 씌어 있었다.
임충을 호송하는 관리는 동초와 설패라는 자였다. 이들은 부안으로 부터 은자 열 냥씩을 받고 호송하는 도중에 임충을 없애 버리라는 부탁을 받은 자들이었다.
임충은 두 호송 관리에게 이끌려 묵묵히 귀양길에 올랐다. 첫날은 30리쯤 가서 날이 저물었으므로 길가 객줏집에 들어가 쉬었다.
때는 6월이라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푹푹 찌는 햇볕을 받으며 세 사람은 사흘을 걸었다. 날씨는 나날이 더워지고 길은 험악해서 그냥 걷기에도 여간 힘든 게 아닌데 목에 칼까지 쓰고 있는 임충으로서는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더구나 임충은 발을 다쳐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나흘째 되던 날, 동초와 설패의 재촉에 못이겨 5리 길을 걸어 울창한 숲속에 이르자, 이제는 정말 한 걸음도 옮길 수가 없어 임충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두 관리는 오랏줄로 임충을 꽁꽁 묶었다.
"우린 자네와 원한이 없지만 고태위 님의 분부라서 어쩔 수없네, 어차피 당할 노릇을 며칠 뒤 미뤄봤자 서로가 고생만 더할 뿐이지, 오늘 이 자리에서 작별을 하세."
두 사람이 수화곤을 번쩍 쳐들고 임충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숲속으로부터 두 눈이 무섭게 찢어진 중이 쏜살같이 달려나오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임충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노지심이란 것은 단번에 알았다. 노지심은 두 호송 관리의 멱살을 잡고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너희 두 놈부터 먼저 죽여 주겠다 !"
그러자 임충이 노지심을 말렸다.
"형님, 이들은 죄가 없으니 살려 주시오."
노지심은 벌벌 떨고 있는 두 관리를 향해 호통을 쳤다.
"네놈들이 한 짓으로 따지면 당장 목을 베어야 마땅하지만 시킬 일이 있으니 목숨만은 살려주마. 너희 둘이 차례로 내 아우를 등에 업고 떠나자."
임충은 노지심이 숲속에서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는지 궁금했다.
"형님은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자네가 고구놈의 흉계에 걸려서 붙들렸단 말은 그 즉시 들었으나 어떻게 구해낼 방법이 있어야지. 창주로 귀양을 떠난다는 날, 이 두 놈의 동정을 살펴보니까 정녕 그 육겸이란 놈하고 술집에서 만나 남몰래하는 수작이 아무래도 수상하길래 그대로 뒤를 밟아온 길일세."
"형님 은혜는 무엇으로 갚아야할지 모르겠소. 그래, 형님은 이제 어디로 가시려오?"
"나 없으면 이놈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내친 걸음에 아주 창주까지 함께 갈 생각이네."
이때부터 모두가 노지심의 주장대로였다. 노지심은 쉬고 싶으면 쉬고, 가고 싶으면 가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며 유람하듯 천천히 걸어서 창주로 향했다.
이틀 후 어느 장터에서 수레를 하나 구입해 임충을 그 위에 앉히고는 설패는 끌게 하고 동초는 밀게 했다. 창주로 향해 떠난지 열이레가 되었다. 이젠 70리만 더 가면 창주였다.
노지심은 임충의 손을 잡더니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내가 안 따라가도 별일 없을 성싶으니 나는 그만 돌아가겠네, 부디 몸성히 지내게, 뒷날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걸쎄."
노지심은 품에서 20냥 은자를 꺼내 임충에게 주고 두 호송 관리에게도 두 냥씩을 주고는 표연히 온 길을 되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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