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5일 연중 제7주간 토요일
-반영억 신부 복음; 마르10,13-16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때에 13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14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15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16 그러고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
「어린이와 같은 사람」 믿는 이들은 하느님 나라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다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상을 차지하는 사람은 어린이와 같은 사람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와 같은 단순함, 순수함을 지니고,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탁하는 마음을 회복하여 거듭 태어난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어린아이(유다 사회에서는 12세 이하)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어린아이는 어른과 달리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취사선택 없이 받아들입니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싫은 것은 뿌리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아직 잔머리를 굴리고 손익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떠나면 죽는 줄 압니다. 잠시, 딴짓하다가도 부모가 안 보이면 놀라고 겁을 내어 다시 부모의 품을 찾게 됩니다. 또한 정직합니다. 잘못을 꾸짖으면 금방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아이들의 특징입니다. “순진무구, 천진난만! 전적인 의존성” 어느 날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글을 알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기도하자 했더니 ‘식사 전기도, 주님의 기도, 성모송’을 후딱 외워 내려갔습니다. 내용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늘 부모와 함께 기도하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어린이들이 성 시간에 참석하였는데 얼마나 진지하게 기도하던지요! 놀라웠습니다. 어떤 아이는 예수님께서 자기를 꼭 안아주셨다고 하더라고요. 반 모임에 갔는데 18개월이 된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기도를 하는 중에는 손을 모으고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제가 기도를 마치며 참석한 교우들에게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해 드렸는데 아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자기 할머니에게 가서 두 손을 펴서 머리에 얹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그를 ‘미래의 신부님’이라고 칭찬하고 왔습니다.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어린이가 되어서 하느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실천할 때 눈이 맑아지고 하느님을 더 깊이 만나게 되고 축복을 누리게 됩니다.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계산하면 하느님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을 통해 주어진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행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분명히 얻게 됩니다.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린이들의 축복을 가로막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신앙은 자유”라는 이론을 내세워 ‘유아세례’, ‘첫영성체’에 무관심한 분이 계십니다. “나중에 커서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무지한 부모입니다. 신자라면 마땅히 종교교육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육의 의무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의 교육 문제를 놓고 “나중에 커서 스스로 공부하게 될 때까지 신나게 놀아라.” 하십니까?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커서 스스로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보여주고 가르치며 신앙의 근본을 전수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커서 신앙의 가치와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신앙 선조들의 열정과 사랑을 이어가는” 신앙인이 되고, 또 전해야 하겠습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부할 때, 학교 갈 때, 입시나 먼 길을 떠날 때, 군대 갈 때, 결혼할 때.... 늘 하느님의 축복을 청해주는 부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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