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일미구(曠日彌久)
하는 일 없이 헛되이 세월만 보내어 오래 끌고 머문다, 쓸데없는 소모전을 이르는 말이다.
曠 : 빌 광
日 : 날 일
彌 : 더할 미
久 : 오랠 구
[동의어]
광구(曠久)
광일폐시(曠日廢時)
광일지구(曠日持久)
전국책(戰國策) 조책편(趙策扁)에, 전국시대 말기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때의 일이다. 연(燕)나라의 공격을 받은 혜문왕은 제(齊)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제수(濟水) 동쪽에 위치한 3개 성읍을 할양한다는 조건으로 명장 전단(田單)의 파견을 요청하였다.
전단은 일찍이 연(燕)나라의 침략군을 화우지계(火牛之計)로 격파하여 연(燕)나라에 빼앗겼던 70여 성을 회복한 명장인데 조(趙)나라의 요청에 따라 총사령관이 되었다. 그러자 혜문왕의 조치에 크게 반발한 조(趙)나라의 장수 조사(趙奢)는 재상 조승(趙勝)에게 항의하고 나섰다.
제나라와 연나라는 원수지간이긴 합니다만 전단은 타국인 조나라를 위해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조나라가 더욱 강해지면 제나라의 패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단은 조나라 군사를 장악한 채 오랫동안 쓸데없이 헛되이 세월만 보낼 것입니다. 두 나라가 병력을 소모하여 피폐해지는 것을 기다릴 것입니다.
조승은 조사의 의견을 묵살한 채 미리 정한 방침대로 전단에게 조나라 군사를 맡겨 연나라 침공군과 대적케 했다. 결과는 조사가 예언한 대로 두 나라는 장기전에서 병력만 소모하고 말았다.
이와 같이 전단이 전략적으로 지연작전을 펴서 소모전을 안겨 주었던 고사에서 광일미구(曠日彌久)라는 성어가 나왔으며 같은 뜻으로 광일지구(曠日持久), 줄여서 광구(曠久)라고도 한다. 이때부터 광일미구는 오랫동안 쓸데없이 세월만 보낸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광일지구(曠日持久)
헛되이 시일을 보내면서 오래 끌다, 쓸데없는 소모전을 이르는 말이다.
(曠: 밝을 광, 日: 해 일, 持: 가질지, 久: 오랠 구)
燕封宋人榮蚠爲高陽君, 使將而攻趙.
전국시대 말엽(B.C 265년) 연(燕)나라가 망한 송(宋)나라 출신 영분(榮蚠)을 고양군으로 봉한 뒤 군사를 일으켜 조(趙)나라를 치게했다.
趙王因割濟東三城令,
盧高唐平原陵地城邑市五十七,
命以與齊, 而以求安平君而將之.
그러자 조나라 효성왕이 제동(濟東)의 노(盧), 고당(高唐), 평원(平原)등 3개 성읍 내에 있는 57개 시읍(市邑)을 제(齊)나라에 떼어 주면서 제나라의 안평군(安平君; 田單)에게 연나라 침입을 막아 달라고 장수로 임명했다.
馬服君謂平原君曰: 國奚無人甚哉!
君致安平君而將之, 乃割濟東三令城市邑五十七以與齊.
此夫子與敵國戰, 覆軍殺將之所取, 割地于敵國者也.
今君以此與齊, 而求安平君而將之, 國奚無人甚也!
且君奚不將奢也? 奢嘗抵罪居燕, 燕以奢爲上谷守.
燕之通谷要塞奢習知之.
百日之內, 天下之兵未聚, 奢已擧燕矣.
然則君奚求安平君而爲將乎?“
그러자 마복군(馬服君)이 평원군(조승)에게 불만을 토로했다.“조나라에는 이토록 인물이 없는 것이오! 군주는 안평군을 불러다가 지키게 할 생각으로 제동의 3개 성읍에 있는 57개 시읍을 제나라에 떼어주려 하고 있소. 이 땅은 염파(廉頗)가 적국과 싸워 적군을 깨뜨리고 적장을 죽이는 공을 세우고 적국으로부터 떼어받은 것이오. 그런데도 지금 군주는 이를 제나라에 주고 안평군으로 하여금 이를 지키게 하려고 하니 조나라에는 그토록 인물이 없는 것이오. 군주는 어찌하여 나에게 이 땅을 지키도록 명하지 않는 것이오? 나 조사는 일찌기 죄를 짓고 연나라에 머물렀을 때 연나라는 나에게 상곡을 지키기는 책임을 맡겼소. 그래서 나는 연나라의 좁은 통로와 험악한 관문에 정통하오. 1백 일도 체 안돼 천하 제후들의 군사가 모이기 전에 나는 이미 연나라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오. 그런데도 군주는 무엇 때문에 안평군을 불러다가 지키게 하는 것이오.”
平原君曰: 將軍釋之矣.
僕已言之僕主矣, 僕主幸以聽僕也. 將軍無言已.
이에 평원군이 응답했다.“장군은 그것으로 됐소. 내가 이미 군주에게 말해 동의를 얻어낸 일이오. 장군은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馬服君曰: 君過矣.
君之所以求安平君者, 以齊之于燕也, 茹肝涉血之仇耶.
其于奢不然. 使安平君愚, 固不能當榮蚠.
使安平君知, 又不肯與燕人戰. 此兩言者.
安平君必處一焉. 雖然, 兩者有一也.
使安平君知, 則奚以趙之强爲. 趙强則齊不復霸矣.
今得强趙之兵, 以杜燕將.
曠日持久數歲, 令士大夫餘子之力,
盡于溝壘, 車甲羽毛裂敞, 府庫倉廩虛,
兩國交以習之, 乃引其兵而歸.
夫盡兩國之兵, 無明此者矣.
그러자 마복군이 반박했다.“이는 그대가 잘못한 것이오. 군주가 안평군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제나라가 연나라를 간을 먹어 피바다를 이를 정도의 원수로 삼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소. 만일 안평군이 어리석다면 실로 영분을 당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만일 안평군이 현명하다면 자진해서 연나라와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오. 안평군은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이오. 물론 안평군은 어느 하나를 택할 수 있소. 만일 안평군이 현명하다면 무슨 이유로 조나라를 강하게 만들려 하겠소. 조나라가 강해지면 제나라는 두 번 다시 패자가 되기 어렵게 되오. 이제 안평군은 강력한 조나라의 군사를 이끌고 방어하게 되었소. 그러나 수년 동안 시간을 끌면서 사대부와 종군하는 자들에게 도랑이나 보루를 쌓께 하여 힘을 소진케 하고, 전차와 갑주, 화살, 군기등을 마모하여 훼손케 하고, 무기고와 식량창고를 텅 비게 만들고, 조와 연 두 나라 군사가 교전으로 모두 지쳐 제나라를 두려워하게 된 뒤에야 철군할 것이오. 두 나라 군사를 모두 피폐케 만들 것이 틀림없는데도 이를 간파하는 사람이 없소.”
夏軍也, 縣釜而炊, 得三城也.
城大無能過百雉者. 果如馬服之言也.
안평군이 이끄는 군사는 솥을 걸어 밥을 지어 먹는 악전고투 끝에 간신히 3개 성읍을 얻었다. 그러나 큰 성읍이라 한들 1백 치(성벽의 길이 3장, 높이 1장의 면적단위)를 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과연 마복군 조사가 말한 그대로였다.
▶ 曠(광)은 형성문자로 昿(광)의 본자(本字)이다. 曠(광)은 멀다는 뜻으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을 나타내는 넓을 광(廣)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용례로는 지극히 오랜 세월을 광겁(曠劫), 전례가 없음을 광고(曠古), 텅 비고 아득하게 너른 벌판을 광야(曠野), 넓고 밝음을 광랑(曠朗), 편지를 오랫 동안 끊음을 광간(曠簡), 아주 뒤늦은 느낌을 광감(曠感),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비범한 재주를 광세지재(曠世之才), 헛되이 세월만 오랫동안 보냄을 광일미구(曠日彌久), 산, 벌판, 호수 등이 아득하고 멀리 그리고 널리 줄지어 있음을 광원면막(曠遠綿邈), 앞에는 비었고 뒤에는 끊어짐을 광전절후(曠前絶後), 세월을 헛되이 오랫동안 보낸다는 광일지구(曠日持久) 등에 쓰인다.
▶ 日(일)은 상형문자로 해를 본뜬 글자로, 단단한 재료에 칼로 새겼기 때문에 네모꼴로 보이지만 본디는 둥글게 쓰려던 것인 듯하다. 日은 일요일, 또는 하루를 뜻하는 말로 명사의 앞이나 명사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날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달 월(月)이다. 용례로는 그 날에 할 일을 일정(日程), 날마다 규칙적으로 하루의 일을 되돌아 보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이나 그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솔직하게 적는 글을 일기(日記), 날마다를 일상(日常), 날과 때를 일시(日時), 하루 동안을 일간(日間), 해가 짐을 일몰(日沒), 해가 돋음을 일출(日出), 날마다 늘 있는 것을 일상적(日常的), 해와 달을 일월(日月), 날마다 달마다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일취월장(日就月將), 마음 먹은 지 삼일이 못간다는 작심삼일(作心三日), 외딴 성이 해가 지려고 하는 곳에 있다는 고성낙일(孤城落日), 대낮에 꾸는 꿈이라는 백일몽(白日夢), 하루가 천 년 같다는 일일천추(一日千秋), 하루가 삼 년 같다는 일일삼추(一日三秋),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일모도원(日暮途遠), 사흘 간의 천하라는 삼일천하(三日天下), 세월을 헛되이 오랫동안 보낸다는 광일지구(曠日持久),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등에 쓰인다.
▶ 彌(미)는 형성문자로 弥(미)는 통자(通字), 많다는 뜻이다. 彌(미)는 뜻을 나타내는 활궁(弓; 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오래 끌다는 뜻을 가진 爾(이, 미)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본디는 璽(새)를 덧붙여 彌(미)로 썼다. 활시위를 느슨하게 함을 말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원(遠),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해서 꾸며 댐을 미봉(彌縫), 터진 곳을 임시로 얽어맨다는 미봉적(彌縫的), 그 동안이 매우 오래 됨을 미구(彌久), 한 해가 지남을 미년(彌年), 병이 오래 낫지 아니함을 미류(彌留), 한 달 동안이 걸림을 미월(彌月), 온종일 걸림을 미일(彌日), 꾸려서 보충함을 미보(彌補), 꿰매어 깁는 계책이라는 미봉책(彌縫策), 헛되이 세월만 오랫동안 보냄을 광일미구(曠日彌久),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라는 욕개미창(欲蓋彌彰) 등에 쓰인다.
▶ 久(구)는 지사문자로 乆(구)의 본자(本字)이다. 사람 인(人)에 파임 불(乀)을 합친 글자로서, 사람의 뒤 또는 엉덩이에 붙어 잡아 끄는 모양이며 잡아 끌고 오랫동안 놓지 않는다는 데서 오래다를 뜻한다. 久(구)는 사람을 만류하다, 거기에 머물게 하여두다, 길다, 오래되다를 뜻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미륵 미(彌),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원(遠),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오래도록 평안함을 구안(久安), 일을 오래 맡김을 구임(久任), 기간이 긺을 구구(久久), 오래 끎을 구연(久延), 어떤 일에 오랫동안 힘써 옴을 구근(久勤), 오래 사귐을 구교(久交), 오랜 해를 구년(久年), 오랫동안 머무름을 구류(久留),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구병(久病),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함을 구불견(久不見), 헛되이 세월만 오랫동안 보냄을 광일미구(曠日彌久),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천장지구(天長地久),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일구월심(日久月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