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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또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제가 태어난 곳은 금강 물줄기가 도도히 흐르는 삼천궁녀가 빠져 죽었다는 유서 깊은 충남 부여지요. 당시, 부여 군내에서 알아 주는 재벌집 딸, 5남 1녀로 태어나, 부러운 것 없이 자랐지요. 지금도 아버님 함자를 대면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정도니까요. 딸이 하나라 그런지, 정말 더럽게도 팔자가 쌔더라구요.
동생이 사업한다고 해서 도와 준다고, 이돈 저돈 끌어다 주고, 뭐가 잘못 됐는지, 일언반구도 없이, 전번을 바꾸고 잠적 해 버린 거예요. 그래서 저는 매일 술로 살았던 적이 있었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위로 해 준다고, 초등학교 남자친구들 3명이랑 여자친구 하나가 서울에서 인천까지 왔더군요,
회집에서 술 한 잔과, 저녁을 먹고, 거나해서 노래방에를 갔지요. 거기서 또 캔맥주 한 3캔정도 마시고, 헤어지기가 아쉽다며, 호-프집에서 한 잔 더 하자고, 해서, 한 잔 더 하고, 주량이 약한 제가 그만 취해, 자정이 훨씬 지나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 오는데, 엄마 하시는 말씀이 불현듯 떠오르는 거예요. "윤채야! 아무리 술이 취해도 밥은 꼭꼭 제때, 찿아 먹어야 한다. 밥이 먹기 싫으면 이거라도 타서 먹고 자라! 이!" 하시며 집에서 만드신 건지, 사신 건지, 둬 되 내기나 되는 미숫가루를 봉지에 담아 주시대요. 항상 엄마는 동생땜에 힘들어 하는 저를 미안해 하셨지요, 마치 자기 잘못인 양,
그래서 편의점에 가서, 우유 500ml를 사서 5층까지 걸어 와, 우동대접을 하나 꺼내 우유 한 통을 다 붓고, 미숫가루 큰 스픈으로 푹 퍼서 한 서 너 번을 넣고 개는데 왜그렇게 안 개지는지... 싱크대 앞에서 흔들흔들 거리며 한참 개다가 이젠 됐겠다 싶어, 설탕을 또 한 둬 스픈을 퍼서 넣고 대충 저어, 한 스픈을 떠 먹어보니까 단맛이라고는 전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 스픈 더, 푹, 떠서, 넣고 에잇, 술도 취했겠다 내일 아침 속이라도 편하고 빨리 깨라고 달게 마시자 하고 한 스푼 푹, 떠서 넣고 이정도면 됐겠다싶어, 대접을 번쩍 들어 '후르륵, 하고 볼이 며터져라 마셨지요.
"으악! 으으으윽 웩웩 쾍쾍 으으으...!" 싱크대에다 입안에 것을 다 뱉어 내고 빨리 화장실로 뛰어 들어 갔지요. "욱,욱 쾍쾍 으으으윽...! 배창자가 다 뒤틀리고 어지럽고 바닥에 철퍼덕이 주저 앉아, 변기대를 끌어 안고 몸부림을 쳤지요. 엄마야 나 죽겠네! 아이고 엄마야...!
그러니까 그게, 설탕이 아니고 맛소금이었던 거예요. 얼마나 짠지, 술이 다 깨고 정신이 이상 될 거 같더라구요, 입안이 절절하고 속이 쓰리고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리구서 힘들어 그냥 그렇게, 거실에서 씻지도 않고 쓰러져 잤지요 피부도 무슨 귤껍질 같은데, 만날 술에 젖어 살았지요.
다음날, 6시경이면 엄마한테서 어김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가 오시지요! 그것도 참았다가 하신대요. 노인들이 잠이 없으시니까 새벽이 길지요, "어제도 술 마셨냐?" "응!" 그래서 전날 있었던 얘기를 했지요. "그래서 또 굶고 잤냐?" "응!" 그 다음 말씀이 정말 안문숙이 엄마도 그러셨을런지...! "에이 쯧,....!" 그러지말고 거기 양념 통에다 미원, 설탕, 맛소금, 그렇게 써 붙여놔! 나도 술 안 먹고 봐도 설탕인지, 맛소금인지 분간 못 헐 때가 많어... 그러니 술 먹고 봤으니 오죽허겄냐!" "응! 알았어!" "정신 놀라! 전화 끊고 직금 바로 써 붙여 놔! 깜빡허믄 안돼니께...!" 그러고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 오셔서, "그거 써 붙여 노라니께 붙여 놨냐?" 물어 오셨지만, 엄마 돌아 가실 때까지 그 약속 못 지켜 드렸지요! '죄송합니다 엄마! 술을 아예 끊으려구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이젠 이 하늘 아래, 엄마처럼 저를 지켜 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침 저녁마다 전화해 밥 먹었냐고 챙겨 주는 사람 없습니다. 이 하늘 아래 저 혼자인 거 같아요 늘 하늘이 텅 빈 거 같은 허전함, 벌써 엄마가 작고하신 지 8월이면 만 3년이 되어 가는군요!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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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술은 거의 안 하는 편이지요
체력도 예전 같지 않구요
술꾼은 아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한테 술을 자꾸만 먹이려구 해요
술 마시면 재밌다구요
넹~
뒤늦게 잼난 글 읽고 갑니다.
엄마가 많이 그립겠습니다.
아, 천리안님 이제야 제 글을 보셨나요?
재미 있는 글들 많았었는데 삭제 했어요.
그렇네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