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고 계절의 모퉁이를 돌면 선선해진다고 떠든 이 인간의 장담이 공수표가 되고
때를 모르는 가마솥 불더위는 가실 줄 모릅니다
제가 행상하는 이곳도 폭염주의보 문자가 빚쟁이 문자처럼 이어지고 물한잔 구걸차 잠시
멈춘 국도변 어느 마을의, 기름기 쪽 빠진 제 뱃가죽처럼 축 늘어진 가지들은 시름시름 앓는
거 같기도 하고요..
수필방 여러 선배님 후배님들께 잘들 계시냐고 인사를 드려보지만 모든 분들이 저와 이하
동문들이시리라 지레 꼬리를 내립니다
사람을 죽여 인육을 먹었다는 도척같은 천하의 악덕 인간도 추석만큼은 밀린 돈을 준다는
민족최대의 명절이 며칠 뒤이건만, 젊은 행상꾼들 거마비라도 벌충해주려 질긴 고래심줄도
우습게 아는 갑들에게 푼돈 받으러 다니는 칠십 고희 저의 행로는 예나 지금이나 나아지는
게 없습니다, 왜 사냐건 실로 슬픈 일이지요..
종일 협박과 굴종의 다양한 싱갱이를 벌리다가.. 젊은 날 종로 백운도사의 단명한다는 점괘
를 삶에서 늘 기억하는 저는, 이러다 내가 죽지.. 싶어 잠시의 막간에 그나마 아는 탈출구를
찾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쇼팽은 생전에 두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썼는데 이 1번은 쇼팽의 20세 어린 날의 작품으로
폴란드를 떠나기 전의 고별연주회에서 쇼팽 자신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하지요
1번과 2번 모두 바르샤바 음악원의 성악 전공 여자 동기생 콘스탄차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작곡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는데, 특히 아름다운 가을밤에 달을 보며 그리운 이를 그리는
듯한 2악장이 아름답습니다
...마는 예의 모르는 이 인간이 숨어지내다 불쑥 나타나서는 무슨 씨나락 까는.. 꾸중하실 분
도 계시겠으나 그건 전혀 아니옵고 이 곡에 묻은 인간 잡사가 떠올라 낡은 노트북으로 몇줄
두드려봅니다
쇼팽에게 피아노 협주곡 두곡의 영감을 주었고 쇼팽이 고국을 떠나기 전의 고별연주회에서
쇼팽을 위해 노래까지 불렀던 콘스탄차는 자신을 향한 쇼팽의 짝사랑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며, 쇼팽이 죽고 한참 뒤의 쇼팽 전기를 통해서야 쇼팽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게
되었다 합니다
오래전 주워들은 콘스탄차의 뒷이야기로는, 그녀는 쇼팽이 프랑스로 떠난 2년후 결혼했는데
삼십대 중반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폴란드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다가 79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른 실명으로 삶이야 무척 불편했겠지만 쇼팽보다 40년을 더 살았으며 동네의 공동묘지에
묻혔다고요..
비록 성악가로서 큰 명성을 얻지는 못한 것 같으나 평생 자신이 쇼팽의 첫사랑이요, 쇼팽의
두 피아노 협주곡에 영감을 준 인물이 자신이었다는 생각에 때로는 남모르는 눅진한 즐거움
이 있지 않았을까 이 인간은 짐작해봅니다
피차 삶의 주파수 차이로 콘스탄차를 생각하며 쓴 곡을 주지도 못한 소심한 쇼팽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음악가의 첫사랑이었으나 이른 나이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조국
폴란드의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살다떠난 콘스탄차를 이 늦더위의 나무 아래서 생각하매 마음
은 늦가을 바람처럼 삶이 애잔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도 이것도 이제 연식이라 인생이 원래 그런 것임은 잘 알지만..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와 젊은 행상꾼의 재촉에 놀라 문득 일어서는데 오후 더위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미상불, 이 더위도 내가 얼마나 더 볼 수 있으랴 싶어 눈에 꼭꼭 담아봅니다
되잖은 잡설이 길어짐에 사과올리오며 모두들 지금 여기 살아있음에 즐거운 저녁들 되셔요..
첫댓글 구봉님의 해설을 듣고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니까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더 애잔합니다.
조성진의 연주로 들으니까 더 좋고요.
쇼팽의 짝사랑을 콘스탄차는 그리도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안타깝습니다.
가을인가했더니
오늘도 덥습니다.
추석무렵에는 기온이 좀 내려간다 하니
기대를 해 봐야죠.
오랜만에 구봉님의 글
반가워서 주저리주저리
두서없는 댓글 달아 봅니다.
편안한 시간되셨으면 합니다.
인간사 어디나 있을 어린 날의 짝사랑 이야기지요..
염세가 쇼펜하워가 흑사병이 돌자 가장 먼저 외국
으로 도망갔다는데 이유인즉 아프면 하고싶은 걸
못한다는 것이었다고요ㅎ 내남없이 나이 들면서는
건강해야 합니다
고전음악 문전에만 서면 어질어질한 저인지라 알아서 피해다니는데, 구봉선배님이 사연과 더불어 추천해주시니 오늘 텍사스 경계 벗어나며 큰맘 먹고 들어볼 생각입니다. ㅎ
쇼팽은 고딩 음악 책에 나오던 초상화에 턱 뾰족한 음악가란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ㅎㅎ
세상사를 살면서 몰라도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고
알아도 사는데 전혀 도움 안되는 게 더러 있던데
그중 하나가 서양고전음악입니다ㅎ
넓은 땅 텍사스를 누비고 사시는 마음자리님의
내면의 단단한 콘텐츠야 수필방의 보고이지요
전북대병원 대기실에서
구봉님의 글을 마주합니다.
공황장애 약 받으러 왔거든요.
3개월에 한 번씩~
긴긴 여름 보내고 글 올려 주시니
아~살아계시는구나 안도 합니다.ㅋㅋ
쇼팽은 짝사랑 하는 여인에게
왜 고백하지 못 했을까요.
마음속에만 담아둔 사랑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거기서 얻은 영감으로 좋은 곡을 만들었으니
수혜자의 한 사람으로 감사합니다.
구봉님.
즐거운 행상길 되시길요.^^
제라 님~
약받으러 가셨군요.
대학병원에는 그래도 약을
몇개월씩 처방해 주네요.
개인병원은 3주에 한 번 오라 하기도
하고 2주에 한 번 오라 하기도 해요.
약 잘 챙겨먹고 건강하자고요.
반가워요.
대학병원은 3개월치 약을 줘서
1년에 4번만 가면 되는데
그래도 병원은 가기 싫어요.ㅋㅋ
이베리아님
우리 홧팅하게요.^^
제라님
3개월에 한 번씩
처방전에,
약 받으러 가시는군요.
저도 세브란스병원에
2~3개월에
한 번씩 가곤합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진단받는 증세가
세개 정도되어
일 년에 다섯번 가는군요.
가끔 검사도 하구요.
늘 평안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이고~
혜전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다들 나름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성인병도 없고 다 괜찮은데
마음의 병 때문에 발목이 잡혀 산답니다.
언제쯤 벗어날지
벗어나지기는 할 지 에고고~
혜전님도 함께 홧팅 하시게요.^^
인간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가끔 적당한
잠수후 잡글이나마 문득 올리는 제가 행동으로
입증을 합니다ㅎ 어린 날 짝사랑은 마음은 폭포수
처럼 우르르 쿵쾅 흐르는데 겉으로는 겨우 개울물
졸졸이지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연인데 그거 참..
구봉님의 살아간다는 것에
마음을 마추어 봅니다.
추석이 가까이 옴에 바빠지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쇼팽의 짝사랑 이야기하는
사연을 넘어서
서해의 맨 끝섬에서, 더위를 날려보내는 마음으로 왔다가
돌아가는 배를 타고
닷글에 임하네요.
오랜만에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수금 잘 하시고,
명절 잘 보내셔요.^^♡
이 더위에도 섬여행을 다니시는 건강과 의욕이
선배님들 뒤를 따르는 저희 후배들의 귀감입니다
서해의 맨끝 섬이 어딘지 찾아봅니다
추석이라는 명절은 피를 나눈 가족이 산넘고 물
건너 하나임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리인데 귀여운
손주들 보심에 즐거우시겠습니다
하루 늦었지만
저녁 먹고
구봉님의 글
읽었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도
잘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대하는 것 같네요.
아직도 더운데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쇼팽의 2개 피아노 협주곡이 서양음악사의 보물
이고 청년의 짝사랑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은
동양의 후대인 제게도 큰 축복인 거지요
슈베르트의 말처럼 술픔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진정한 감동을 준다했는데 공감을 합니다
이렇게 더운날이 지속될때 물을자주 많이 마시라고 합니다. 물을 안마시면 탈수가 오고 그리고 저혈압이 이어 집니다. 올여름이 살아생전 그대로 덜덥고 내년 내후년에는 더덥다고 하니 기후온난화를 만든 인간들의 업보지요.
지금 이 더위는 온난이 진행되는 온난화를 넘어
이미 온난시기라 합디다.. 이 기후변화에 지구의
미물인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말씀
처럼 내년 내후년은 점점 더 덥다니 걱정만 합니다
저의 후손들을 생각하면 실로 두려운 일입니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가끔 듣는 저는
가끔 고개를 끄떡이는데 ...
새로운 사실에 웃음이 났습니다 .
어떻게 수금은 많이 하셨나요 ?
받을 돈이 있다는것은 그런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인것을 알려 드립니다 .
쇼팽의 콘스탄치아의 짝사랑으로 탄생한 곡을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
실수로 세상에 태어났으면 하루라도 빨리 죽는 게
좋다로 제게 게억된 쇼펜하워는 제 생각에 자기가
할일이 참 많다고 여긴 인간이 아니었을까 추측을ㅎ
제가 고국에서의 시정잡배 40년에 느낀 섹시한 법칙
은 돈은 줄 놈이 안주면 절대 못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협주곡을 스무살 짜리가 지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지만
쇼팽이니까 가능한거지요?
첫사랑 콘스탄짜의 삶도
애처롭고요..
새벽잠 양보한 덕분에
아름다운 쇼팽곡을 만났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