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불사신의 꿈’ 냉동인간
“뇌세포 보존되면 심장 멈춰도 소생 가능”…
영하 196℃로 냉각시켜 2040년쯤 되살린다
(전문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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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4월 25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지린대학교 연구진이 3차원 기술을 이용해 중국
서북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견된 1000여년 된 미라 2구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4월 2일 지린대의 한 연구원이 미라 1구의 얼굴에서 선세포
조직의 규모를 측정하는 모습. |
영원불멸을 갈망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사람이 죽은 뒤 그 육신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만일 육체가 훼손되면 사망할 즈음 분리된 정신과 다시 결합할 수 없고 결국 저승에서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시체를 미라로 처리해 관 속에 안치했다.
물론 미라 제작은 고대 이집트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방부처리
풍습은 멕시코와 안데스까지 널리 퍼져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미라가 발견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는 사후에 시체의 부패를 중지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이 개발됐다. 그런 기술 중의 하나가 인체냉동보존술(cryonics)이다.
이는 죽은 사람을 얼려 장시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녹여 소생시키려는 기술이다. 인체를 냉동보존하는 까닭은 사람을 죽게 만든 요인, 예컨대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이 발견되면 훗날 죽은 사람을 되살려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체냉동보존술은 시체를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기보다는 생명을 연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인체의 냉동보존을 제안한 최초의 인물은 미국 물리학자인 로버트 에틴저 교수이다. 1962년 그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냉동시킨 뒤 되살려내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96℃가 시체를 몇 백년 동안 보존하는 데 적합한 온도라고 주장했다.
개구리 정자 냉동에서 아이디어
에틴저 교수는 1940년대에 개구리의 정자를 냉동시키려는 과학자들을 지켜보면서 인체 냉동보존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과학자들은
1950년 소의 정자, 1954년 사람의 정자를 냉동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1971년 쥐의 배아를 성공적으로 냉동보존했으며 이어서 토끼, 양, 염소의 배아를 냉동보관하게 됐다.
사람의 경우 1984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냉동배아로부터 첫 아기가
태어났다. 한편 난자는 정자나 배아보다 동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1986년 독일에서 냉동난자로 체외수정된 아기가 처음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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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조직인 '알코르생명연장재단' |
인체 냉동보존술은 진취적 사고를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자들을 매료시켰다.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조직인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 고객 중 25% 이상이 첨단 기술 분야 종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부터 서비스를 제공 중인 알코르는 세계적으로 1000여명 가까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냉동보존된 사람은
100여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알코르는 고객을 ‘환자’, 사망한 사람을 ‘잠재적으로 살아 있는
자’라고 부른다. 일단 환자가 임상적으로 사망하면 알코르의 냉동보존 기술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들은 먼저 시신을 얼음통에 집어넣고,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폐소생장치를 사용하여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이어서 피를
뽑아내고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킨다. 그런 다음 환자를 애리조나 주에 있는 알코르 본부로 이송한다.
환자의 머리와 가슴의 털을 제거하고,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종양의 징후를 확인한다.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한다. 기계로 남아 있는 혈액을 모두 퍼내고 그 자리에는 특수액체를 집어넣어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사체를 냉동보존실로 옮긴 다음에는 특수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다. 부동액은 세포가 냉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며칠 뒤에 환자의 시체는 액체 질소의 온도인 영하 196℃로 급속 냉각된다. 이제 환자는 탱크에 보관된 채 냉동인간으로 바뀐다.
알코르는 “우리는 뇌 세포와 뇌의 구조가 잘 보존되는 한,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멈춘 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심박과 호흡의 정지는 곧 ‘죽음’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죽음’이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상태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아직까지 냉동인간을 소생시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다.
소생시킬 기술은 아직 없어
인체 냉동보존술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두 가지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나는 뇌를 냉동 상태에서 제대로 보존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해동 상태가 된 뒤 뇌의 세포를 복구하는 기술이다. 뇌의
보존은 저온생물학(cryobiology)과 관련된 반면, 세포의 복구는 분자
수준에서 물체를 조작하는 나노기술(nanotechnology)과 관련된다. 말하자면 인체 냉동보존술은 저온생물학과 나노기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한 기술이다.
먼저 저온에서 뇌를 보존하는 기술은 더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사람 뇌를 냉동 상태에서 보존하지 못한다면 해동 후에 뇌 기능의 소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다른 신체부위, 이를테면 피부나 뼈, 골수, 장기 등은 현재의
기술로 저온 보존이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냉동과 해동에 의해
이러한 부위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변질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포의
경우 구성물질이 대부분 물이기 때문에 냉동시에 얼음으로 바뀌면서
부피가 팽창해 세포가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포
내부에 형성된 얼음 때문에 세포가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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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공주'로 불리는 냉동 미라. |
냉동보존의 결과는 가령 콩팥이나 배아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므로 곧바로 뇌에 적용될 수는 없다. 뇌를 냉동했을 때 각 부위의 세포와 조직에 대해 그 구조와 기능이 보존되는 상태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뇌의 모든 부위에 대해 그러한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 역시 냉동시 형성되는 얼음에 의해 인지능력이 손상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동결 방지제인 글리세롤을 사용하면 뇌의 기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태까지 얼음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연구결과는 인체 냉동보존을
실현함에 있어 저온생물학의 측면에서는 별다른 장애 요인이 없을 것임을 시사해 준다.
인체 냉동보존술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 기술은 나노기술이다. 신체의 많은 기관은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 수 있다. 그러나 뇌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뇌에는 개체의 의식과 기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동된 뒤에 손상된 뇌 세포는 모두 원상태로 복구시켜 놓지 않으면 안된다.
‘나노 로봇’ 2030년 출현할 듯
이 문제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는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가 제안한
세포 수복기계가 있다. 나노기술로 만든 이 기계는 인체의 조직과 세포 속을 들락거리면서 손상된 부위를 수리한다. 드렉슬러는 이러한
나노로봇이 개발되면 냉동보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경에 세포수복 기능을 가진 나노로봇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 늦어도 2040년까지는 냉동보존에 의해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뇌 세포의 수리에 의해
이미 소실된 기억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이 시체와 함께 보존될 수
있는가’ 하는 궁극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21세기 초반 신경과학의 발달로 뇌의 기억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나노기술로 기억력을 회복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만도 없을 것 같다.
냉동인간이 되어 부활을 꿈꾸면서 차가운 얼음 속에서 길고 긴 잠을
잘 의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코르의 홈페이지(www.alcor.org)에 들어가 볼 일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