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차는 매일 그 자리에서 그 시간에 출발한다.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은 일 년, 열두 달, 365일 매일 다르다.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는 새벽 첫차는 그런 연유로 어느 날은 한밤중에 출발한다.
어느 날은 먼동아 훤하게 튼 시간에 출발한다.
또 어느 날은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 출발한다.
모든 첫차는 언제나 똑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출발한다.
지상을 달리는 대중 버스나 지하를 달리는 전철의 첫차들은 정해진 시간이면 무조건 출발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첫차의 시간은 지킨다.
대한민국의 모든 새벽 첫차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다.
그렇다면 첫차를 타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느 방송국에서 제작한 '첫차'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거기서 말하는 첫차는 주로 첫차를 타는 사람들의 애환을 기록했었다.
첫차를 타야만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그 다큐멘터리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대 그 내면을 들어가 보면 첫차를 타는 사람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는 사람들 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만 첫 차를 타는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첫차를 타는 사람들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특이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도시를 음직이고 공장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벽을 밝히는 사람들이다.
대개 지하철의 경우 새벽 다섯시, 반 전후로 첫차가 출발한다.
그 첫차를 움직이는 기고나사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물론 순번제에 따라 움직여지겠만그래도 그분들이 있기에 첫차가 출발한다.
첫차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승객은 중장년층 이상의 노인들이다.
그들이 그 새벽 시간에 어디로 가는 걸까?
대개 회사나 식당이나 노동 현장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건물 청소를 하거나 식당 종업원이거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현장 근로하는 사람들이 주류다.
한마디로 새벽시장의 주 고객이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이다.
물론 다른 연령층의 사람들도 많다.
그 가운데는 소상공인들도 많이 있다.
다섯 시 반 정도의 시긴대면 작은 가게들도 문을 연다.
새로운 한날을 맞을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실핏줄이 되어 사회 구석구석에 활기를 돌게 해야만 하루가 시작된다.
사무실 청소하는 분들이 청소하지 않으면 도시의 사무실은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도시 골목마다 있는 식당에서 새벽을 밝히지 않으면 그날의 점심 식사는 아비규환이 일어날 것이다.
새벽 장이 사라지면 도시는 난리가 날 것이다.
요즘 새로운 직업 중에 커피점은 도시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휴식처다.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이 하는 장소이다.
하루에도 몇 번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커피 한잔으로 하루종일 커피점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회사 출근하는 젊은이 중 상당 수는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출근한다.
그들의 일상 중에 유일한 낙은 시원한 커피 한모금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전철역마다 유명한 커피점이 생기는 이유는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그곳을 찾기 땜누이다.
어느 커피점은 이른 아침 시간에는 노부부가 커필를내린다.
토스트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준다.
이 커피점은 세 파트로 나누어 각각의 부부가 장사를 한다.
새벽 시간에는 주로 노부부가 커피를 내린다.
저녁 시간에는 젊은 부부가 장사를 한다.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주로 그렇게 한다.
힘들 때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들에게 커피점은 새벽과 매일 여는 새날의 시작이자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의 장소이다.
그들에게도 첫차의 비밀(?)은 있다.
첫 손님이 어떤 손님인지에 따라 그들의 하루가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 받는 신호탄이 된다.
이 부부들의 정체는 한 가족이다.
모두가 바리스타이다.
요즘 장례식장은 예전의 장례식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술판이나 화투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밤샘을 해 주지도 않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밤 10시 반쯤이면 모두 집으로 간다.
겨우 몇 명의 가족만 남는다.
더 안타까운 모습은 예전의 빈소 모습이 사라졌다.
2박3일 장례식장에 몇천만원을 소비한다는 것이 옛말이 되고 있다.
자연히 무 빈소 장례식장의 선호가 늘어난다.
이런 장례문화의 예측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아마 멀지 않는 어느 시점에 장례식장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첫 차의 의미와 연결된다면 어떤 변화가 올까?
첫차는 항상 붐빈다.
그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첫 차를 탄다.
인력 시장 근처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새벽시장으로 가는 첫차는 하루하루의 기대를 안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새벽 시장으로 가는 첫차는 그에 합당한 보따리들이 많다.
그들은 그 첫차가 밥줄이고 생명줄이다.
노인들이, 배달을 전문하는 곳으로 가는 전철역에는 노인들로 붐빈다.
그들에게는 각각의 사연이 있다.
강남에 사는 아무개 씨는 팔십 중반이다.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건물을 몇 개나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님보다 높다는 건물주가 몇 코스의 전철을 타고 노인 배달일을 한다.
구역을 배당받아 오 년째 배달일을 한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사십만 원을 받는다.
자기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의 1/100의 일이다.
팔십 중반의 노인이 하는 말 '노인은 걸어야 산다'라고 했다.
그에게는 승용차가 차가 아니라 전철이 차이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오늘 새벽도 첫차를 출발했고 내일도 출발할 것이다.
그들이 도시의 실핏줄이 되어 도시의 새벽을 열고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
그런 그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새벽은 누가 열어갈까?
말하는 AI 로봇이 배낭을 메고 배달할까?
사회를 움직이는 실핏줄이 사라지면 그 뒤의 사회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세상은 말로만 따르면 모든 일이 다 된다고 착각하는 정치인들, 높은 빌딩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업가가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실핏줄의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몇십 년 후, 그때도 지금의 새벽 첫차는 그대로 운행되고 있을까? 박철호 한국 CFS 발전 연구원장 (시인,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