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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신냉전시대,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합리적 의심 몇 가지>
다수의 국제정치학자들은 21세기의 오늘을 미중 패권경쟁시대로 보고 있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미중 패권경쟁은 결국 기술력이 결정할 것이며, 그 핵심에는 양자물리학을 비롯한 몇 가지 혁신기술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AI 반도체 기술력이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작금의 미중 패권경쟁시대를 ‘미중 AI 신냉전시대’라 부른다.
‘신냉전’이라는 말은 미소 구냉전시대에 비유해 미중 패권경쟁시대의 도래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전략 분석가 로버트 D. 카플란(Robert D. Kaplan)이 2019년 포린 폴리시 기고에서 “미·중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한 데서 이 개념이 본격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갑론을박 중이다. 그것은 중국의 파워나 국력이 미국과 비교할 상대가 아니라는 분석에서부터, 중국은 아직 강대국의 지위를 누릴 만큼 문명적으로 성숙한 국가가 아니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논리를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구냉전시대만큼 강력한 경제력과 동맹력을 기초로 한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는 초강대국(superpower state)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미국 쇠퇴론’도 한몫하고 있다. 기존 미국의 압도적 힘의 우위에 중국의 부상론과 미국의 쇠퇴론이 맞물리면서 두 강대국 간 힘의 편차가 줄어들었고, 미국으로부터 중국으로 힘의 이동이 이뤄지면서 미중 양국 간 힘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져 상당한 수준의 힘의 균형 상태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평가됐던 ‘신냉전’이라는 말이 지금은 유효성을 가지게 됐다는 주장이 있다.
반대로 여전히 중국은 미국과 비교할 만한 힘을 확보하지 못했고, 미래에도 그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중국을 미국의 패권경쟁국가로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신냉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과 중국의 체제경쟁을 논외로 치더라도 미중 기술패권시대가 열렸고, 21세기의 패권은 기술력의 우위를 확보한 나라가 거머쥐게 될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결국 미래의 미중 패권경쟁은 AI 반도체가 결정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 필자는 작금의 국제질서를 ‘미중 AI 신냉전시대’로 규정한다.
미중 AI 신냉전시대에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기정학적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미중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도 대한민국의 기술력은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은 경제와 안보가 따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둘이 하나로 통합된 경제안보시대다.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이런 중요한 세계질서의 형성기에 이재명 정권은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반도체라는 기정학적 가치,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는 지경학적 파워를 확보한 나라에서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발전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는 이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향한 미래 전략적 이슈이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의 추진은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따져 묻지 않고서는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의 국력과 운명에 직격탄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정권은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공장 부지로 광주 군공항 기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존부터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지역사회의 논란이 돼 왔던 문제지만, 아직까지 그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배경에는 이 지역이 한미 전략적, 지정학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옮기지 못했다.
현재 광주 군공항은 한미동맹의 전쟁 억제·전력 전개 거점이자, 미중 경쟁 속에서 한반도·동북아의 전략적 구획을 상징적으로 고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은 현재까지 군사공항(공군 제1전투비행단 기지)이자 국내선 여객기가 함께 사용하는 군·민 공용공항으로 운용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본거지로서 전투기 조종사의 고등비행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약 9,100회의 이·착륙 가운데 약 8,800회, 무려 97%가 조종사 훈련 비행일 정도로 사실상 비행훈련기지로서의 기능이 핵심인 전략적 거점이다.
이 지역은 한미 공군의 공동운영기지(COB)로 지정돼 있어 평시에는 미 공군이 상시 주둔하지 않지만, 유사시 미 항공전력이 신속하게 전개되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민간인의 일반적인 출입과 개발행위는 제한되지만, 국내선 여객기의 이·착륙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이 이 지역을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부지로 발표함에 따라 군 비행단과 공동운영기지(COB)의 기능을 다른 기지로 이전해야 하며, 그 전까지는 기존의 군사훈련과 민항기 운항이 계속될 것이다.
광주 군공항은 평시 미군의 상시 주둔기지는 아니지만, 유사시 미 공군 전력이 신속히 전개·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한미연합군의 공동운영기지이다. 이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동맹에 근거한 ‘미군의 한반도 내 배치권’과 ‘공동 대응’ 체계를 구체적인 인프라 수준에서 구현한 장치로 해석되는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광주 군공항을 반도체 부지로 선정해 발표하기 이전에 이 부분에 대해 주한미군과 입장 정리를 끝낸 상태에서 발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였다면 왜, 어떤 의도로 서둘러 발표하게 된 것인지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광주 군공항은 단순한 공군기지가 아니라 유사시 미군이 활용할 수 있는 전개·보급·작전 플랫폼으로서 억제력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해 온 전략적 장소다. 서해안을 겨냥한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억제·방위 및 확장억제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군사기지이다.
특히 북핵·미사일 위협 환경에서 한미동맹은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가 핵심 어젠다이며, 실제 전력이 들어올 수 있는 군공항은 선언적 억제를 ‘신뢰할 수 있는 군사옵션’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기지이다.
그동안 광주 군공항은 그 존재 자체가 ‘미군이 한반도 전장에 개입할 의지와 능력’을 물리적으로 각인하는 역할을 해 왔고, 북한·중국·러시아 등 잠재적 위협 행위자들의 한반도 서해안 침공 가능성에 구조적인 제약을 형성해 왔던 전략적 지역이다.
특히 광주 군공항은 후방기지이면서도 내륙 교통망·전력·용수 등 인프라가 결합된 거점이어서 전시 지속 작전능력과 지속지원 능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미중 경쟁과 지정학적 구획의 문제도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동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돼 단순한 한반도 방위를 넘어 대중국 견제와 규범질서 유지까지 그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광주 군공항은 미중 패권경쟁시대의 지정학적, 전략적 구획 기지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광주 군공항은 미군의 전개축을 한반도에 고정하는 시설적 기반임과 동시에, 미중 전략 경쟁에서 미국을 한반도 서남권의 ‘확장된 핵심 이익 지역’ 안에 묶어두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광주 군공항의 지위는 호남권까지 미군의 전개 가능 공간을 확장하는 셈이어서 한반도 남부와 후방에 대한 미군의 작전 접근성과 지리적 입지를 강화해 왔다.
이런 전략적 가치를 안고 있는 광주 군공항을 현재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한 배경과 관련해, 이 발표가 정부의 일방적인 선언이었는지 아니면 한미 간 협의에 따른 결과인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 점을 먼저 밝혀야 한다.
혹시 아직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 것은 아닌가? 그래서 기능 이전 문제가 한미 간 별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부상한 것은 아닌가?
이는 단순한 국내 개발계획이 아니라 ‘한미 공동운영기지를 해체하거나 이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동맹의 억제 구조·전력 배치·작전계획까지 연쇄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지정학적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광주 군공항을 비군사 용도로 전환하면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군사력 전개기지의 설계가 필요하고, 그 위치와 성격에 따라 한반도·동북아 군사지형과 미중 경쟁 구도에 미세하지만 의미 있는 재배치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후 발표한 것인가?
한미동맹은 동북아 안정과 한반도 평화 유지의 핵심 틀로 기능해 왔다. 이런 점에서 광주 군공항의 구체적인 인프라는 그 틀이 ‘지도 위에서 어디에 얼마나 깊게 박혀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지역은 수도권·동해안·서해안의 다른 기지들과 함께 한반도 남부에 연속적인 공중작전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하는 한반도 지정학에서 동맹의 공간적 우위를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이곳에는 탄약고도 들어 있다고 한다.
만일 광주 군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한다면 광주 군공항에 배치된 한미연합방위의 전략적 자산이 통째로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게 되는 것인가? 이 문제도 주한미군과 협의가 끝난 사항인가? 아니면 이런 문제를 하나도 협의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부터 먼저 해 버린 것인가?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이 계획대로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2033년쯤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현 정부는 임기 내에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어떤 방식으로 이전하기에 전문가들과 언론의 예상을 3년이나 앞당길 수 있는지, 이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국민 앞에 발표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군사기지를 둘러싼 이런 복잡한 문제를 주한미군과 협의한 끝에 발표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입지 대상지로 광주 군공항을 발표한 것이라면, 이 지역의 발전을 미끼로 주한미군을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수준의 국민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서 민간공항의 기능을 통째로 떼어내 무안공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기능해 왔던 전략적 자산과 그 가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 지역을 반도체 부지로 선정했다면 이는 한미동맹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얼마나 급조된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커질 수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답해야 하고, 이곳의 전략적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이동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도 답해야 한다. 그리고 공군 제1전투비행단 기지로서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무안공항에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만일 주한미군이 그 이전을 거부할 경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혹시 반미 감정을 촉발시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숨은 의도와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오해를 씻어주어야 할 것이다.
광주·호남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승리와 주한미군 철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던진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에 이재명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만일 이 지역의 이전과 용도 변경에 주한미군과의 사전 협의나 동의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면, 정부는 그 법적, 군사적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밝혀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이미 정리된 것이라면 더 이상 재론의 여지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중 AI 신냉전시대에 대한민국의 경제안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장성민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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