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갈등 해법은
호황기 이익 다 쓰면 불활기떄 속수무책
성과급 산정기준 ROIC 등 지표 연계
경기사이클 반영해 구간별 차증지급도
신속 중재시스템 구축...파업실행 예방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93.1%의 찬성률로 쟁의투표를 가결하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기본급을 7% 인상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내용이다.
파업이 발생하면 생산 차질로 하루 1조원, 평택 공장이 50% 가동에 그치면 잠재적 손실은 최대 30조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온다.
경제학자로서 이 사태를 바라보며 하나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논쟁하는 이 비용들이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
평택공장 50% 멈추면 잠재적 손실 30조원
진짜 문제는 수면 아래에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고객사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이다.
수년 단위 계약을 하는 글로벌 기업에 생산 불안정은 곧 신뢰 훼손이다.
신뢰의 균열과 공급망 재편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훨씬 어렵다.
인공지능(AI)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공급은 제한적이다.
이 시기 생산 차질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이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
고객사는 삼성에 공급망을 의존하는 대신 마이크론,SK하이닉스로 공급처를 자변화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 역시 TSMC로 옮겨갈 수 있다.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 이 산업의 상식이다.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공장 증설과 연구개발(R&D) 의사결정이 지연될 때, 그 대가는 고스란히 미래 경쟁력으로 귀결된다.
단기 손실은 협상으로 복구 가능하지만 기술 격차와 고객 이탈은 되돌리기 훨씬 어렵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지금은 생산 공백을 허용할 수 없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이 아니다.
1754개 협력사로 연결된 산업 생태계의 허브다.
파업 비용은 삼성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만큼 반복적인 파업 리스크에 노출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 전체를 불안정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 감소, 자본 조달 비용 상승, 환율 민감도 확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업의 비용은 삼성전자 주주의와 근로자 사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 비용은 협력사 직원과 그 가족,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가 함께 떠안게 되는 사회적 비용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이는 호황기 기준 약 45조원이다.
주주에게 귀속될 투자 재원을 잠식하고, 장기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경기 호황기에 이익의 대부분을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나면 불황기에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노조는 직시해야 한다.
파업없이 '첫 협상서 합의'가 노조도 이득
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조도 결국 양보의 폭을 넓힐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 효율적인 셈이다.
'힉스의 역설'이 상기시켜 주듯 합리적인 당사자라면 파업 없이 직접 합의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이득이다.
해법은 거버넌스의 재설계에 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하자본이익률(ROIC), 경제적부가가치(EVA) 같은 객관적인 지표와 연동해 공개해야 한다.
또 노사 외부 전문가가 함께 하는 독립 중재위원회를 구축해야 한다.
성고가브 구조도 단순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방식보다 경기 사이클을 반영한 구간별 차등 지급과 장기 성과 연동 보상(RSU.PSU)을 결합하는
다층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파업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쿨링오프 기간의 의무화와 신속 중재 메커니즘도 중요하다.
독일의 공동결정제(Mitbestimmung)나 스웨덴을 실츠쇠바덴(Saltsjobaden) 협약처럼 정례적 사회적 대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정보가 공유되고 신뢰가 쌓인 구조 속에서 양측이 장기적 이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파업권 행사의 비용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 파업이 최선의 선택인가,
장기적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려면, 그 성장의 토대를 먼저 함께 지켜야 한다.
파업의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가장 오래, 가장 무겁게 치르는 것은 결국 현장의 근로자들 자신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정리=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