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에 일이 있으니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다.
아침까지 먹은 후 7시에 문을 나선다.
'한시간만 걷고 올께.' 하고서.
사실 나오는 배가 걱정도 되고해서 어제 저녁은 동네 헬쓰 클럽까지 둘러 보았으나
백수 시간내기가 여간 빡빡한게 아니라 우선 시간나는 대로 걷기라도 하자.
우리 아파트의 좋은 점하나는 길도 건너지 않고 단지내 초등 학교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마침 급식자재 운반차가 들어와서 이 시간에 안열리는 뒷문이 열려있다.
텅빈 교정에는 나보다 연배가 조금 높은 노인네 둘만 걷고.
이 서이 초등학교는 나의 아들과 딸이 다니고 졸업을 하였던 학교이다.
84년 문을 열었고 역삼초등학교에 1학년을 마치고 아들은 여기에서 2학년으로, 딸은 신입생으로 들어갔다.
공립학교라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나도 나무 몇그루는 기증을 한 기억.
학교 외벽에 걸린 시계가 7시 5분을 가르키는 걸 보고
열바퀴는 돌아야지. 하며 바퀴 수를 헤아리며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 수를 헤아리는 걸 잊어 버렸다.
회수가 무어 그리 중요하나.

걷다가 스마트 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이건 앵두, 어릴 적 부르던 노래에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란 가락을 흥얼거리면서.

만개 직전의 노란 산수유.

동백은 역시 남쪽이어야 꽃이 아름답다.
몇년전 거제부근의 동백이 유명한 섬, 지심도'를 갔다가 떨어진 꽃잎만 보았었지.


볕바른 쪽에는 개나리가 벌써 꽃 피운다.

겨우내 얼어있던 작은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놀고 있고.


이 목련 꽃봉우리는 며칠 안에 열릴 듯.

여기는 작년에 여주, 수세미, 조롱박, 오이 등 넝쿨식물들 심었다.


질쎄라 꽃핀 풀들.
벌과 나비가 없으니 수정은 어떻게.


걷고 있는데 오누이처럼보이는 꼬마 둘이 벌써 학교에 왔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빠, 옛날 나 어릴 적에'
아니 너희들한테 옛날은 언제를 말하고
또 지금도 한참 어릴적인데.

산수유를 배경으로 한컷을 찍어 보았는데 산수유는 어딜갔나?


진달래도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꽃밭에는 아이리스가 피어 있고.
돌다보니까 벌써 한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학교 보안관한테 등교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9시.
아까 본 애들은 아마도 부부가 직장에 나가니까 애들이 남들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학교에 나온 것같다.

학교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

금요음악회 일정을 보다 그 아래는 통장 모집공고.
통장까지 되면 더 바빠지겠지.
잡 생각말고 얼른 집에나 돌아가자.
첫댓글 '앵두나무 우물가에..' 라는 노래는 우리도 어렸을 적 참 많이도 부른 노래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결혼라면 남편에게 노인이 되면 아들에게 복종하는 인고의 세월을 살아야 했던 여인들에게 해방이란 참으로 신선한 청량제였을 것이며 동네 19 세 여자에겐 동네 우물가가 아마도 저 먼 세상의 소식을 들려주는 유일한 창구였을 것이다. 바람 결에 들려오는 서울로 간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듣고 이 아가씨도 무작정 상경을 감행한다는 노래로 1955년 김정애라는 여가수가 불러 힛트한 곡으로 눈에 생생히 들려오는 듯하다. 상경한 여주인공도 이제 80 노인이 되어 어디에선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잘 풀렸으면..
나도, 원주 MBC 둘레들 돌 때, 몇 바퀴 돌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세다가, 막 판에 몇바퀴 돌았는지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계속 걷기 싫으면, 동행한 집사람에게, 한 바퀴쯤 더 돌은 것으로 이야기 하고, 운동을 끝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