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국익 위해 탈퇴 결정'
복합적 원인 작용해 이탈한 듯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중동 전쟁과 맞물린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UAE의 이번 결정은 이란 전쟁, 수출로 위기, 생산 쿼터 갈등,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한꺼번에 맞물린 결정으로 평가된
UAE는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OPEC 내부의 제약을 벗어나 생산과 외교 전략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OPEC은 당장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핵심 회원국을 잃으며 더 약한 조직이 됐고 사우디 중심의 산유국 질서도 이전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했다.
28일 UAE는 5월1일부로 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이 참여하는 OPEC+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자국 에너지 정책과 생산 능력을 재검토한 결과,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지금 탈퇴하는 것이 적잘한 시기이며 가격과 OPEC 동맹국들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라며 '2027년까지 일일 생산 능력을 500만 배럴로 확대하려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큰 행동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결정이 사우디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을 의식한 듯 '이 결정은 그룹 내 어떤 형제나 친구와도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사우디가 OPEC을 이끌어온 데 대해 최고의 존중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단순한 생산 정책 조정으로만 보지 않았다.
UAE는 이미 수년간 자국의 생산 능력 확대를 반영해 더 큰 퀘터를 요구해왔으며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를 통해
생산 능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60년 동맹' 끝낸 UAE 의 승부수...에너지 패권 재편
핵심 산육국, OPEC 이탈
'국제거래 비중 45% 로 감소
아직 연속 탈퇴 움직임 없어
사우디 결별하고 독자 노선
美.이스라엘 더 밀착할 듯
안와르 가르가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외교 고문은 가디언에 걸프협력회의(GCC)의 결속력이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공동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제 공동체보다는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이 국가 안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쟁 후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도 UAE의 원유 수출 능력을 크게 제한했다.
이 통로가 막히자 걸프 산유국들은 수출 차질과 생산 축소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됐다.
UAE는 다른 걸프 산유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도 갖고 있다.
해협 봉쇄를 우회해 자국 내 육상 경로로 원유 수출의 절반 이상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해협 위기가 길어질 경우 수출로의 생산 전략을 독자적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커진다.
이에 OPEC 탈퇴는 UAE가 향후 후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투자와 수출 인프라 확보를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OPEC과 UAE의 관계를 보면 이번 결정의 무게는 더 크다.
OPEC은 1960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베네수엘라가 바그다드 회의에서 창설한 정부 간 기구다.
당시 세계 석유 시장은 서방 석유기업들이 생산과 가격을 좌우하던 구조였고 OPEC은 산유국들이 자원 주권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OPEC은 회원국의 생산 정책을 조율하고 생산 궈터를 정해 국제 유가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UAE는 1967년 OPEC에 참여한 이후 약 60년 가까이 이 체제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잡았다.
UAE는 사우디와 이라크에 이어 OPEC 내 주요 산유국으로 꼽혀왔고 사우디와 함꼐 실질적인 여유 생산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회원국이었다.
이 여유 생산 능력은 OPEC이 공급 충격에 대응하고 시장을 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UAE의 이탈은 단순한 회원국 감소가 아니라 OPEC의 시장 조정 도구 하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뜻한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은 CNBC에 UAE 탈퇴가 ' OPEC의 시장 관리 능력을 지탱해온 핵심 축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AE가 하루 480만 배럴의 생산 능력과 더 많은 생산 의지를 가진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손에서 실제 도구 하나가 빠져나간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치를 인용해 UAE의 이탈이 OPEC 생산 능력의 13%를 빼내는 효과를 낸다고 전했다.
OPEC 내부 결속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 카타르 에콰도르 앙골라 가봉 등이 OPEC 또는 OPEC+에서 이탈했으나 UAE처럼 생산 규모와
시장 영향력이 큰 산유국이 떠난 것은 차원이 다르다.
로이터통신은 UAE가 최근 탈퇴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큰 산유국이며 OPEC+의 시장 균형 조정 능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OPEC+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충격적이었다고 밝혔고 다른 회원국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OPEC+가 곧바로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은 제한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OPEC+ 대표들과 분석가들은 UAE 탈퇴로 시장 영향력은 약화되겠지만
나머지 산유국들은 당분간 공급 정책 공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디고 봤다.
이라크 당국자들도 안정적이고 수용가능한 유가를 원한다며 OPEC+를 떠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게리 로스 블랙골드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는 '결국 사우디가 본질적으로 OPEC이었다'며 사우디가 여전히 시장 관리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유가 변동성 커질 듯
그럼에도 이번 탈퇴는 OPEC의 장기적 악화를 상징한다.
OPEC은 한때 세계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 원유 및 액체연료 생산에서 약 30% 수준으로 비중이 낮아졌다.
미국 셰일오일 붐은 이 흐름을 가속했다.
미국은 지난 15년간 생산을 크게 늘려 세계 생산의 최대 20%를 차지하게 됐고 과거 OPEC 원유 수입에 의존하던 나라에서
OPEC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OPEC이 2016년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과 OPEC+를 구성한 것도 이런 영향력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OPEC+는 한때 세계 원유 생산의 절반가량을 조율하는 체제로 작동했지만 UAE 이탈 이후 그 비중은 약 4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으로 이미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과 생산이 제약된 상황에서 핵심 회원국까지 이탈하면서, OPEC의 가격 조정 능력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파장은 에너지 시장 못지않게 크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한때 긴밀한 동맹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원유 생산 쿼터, 지역 외교, 외국인 인재와
자본 유치 경쟁 등을 둘러싸고 경쟁 관계가 깊어졌다.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지역 현안에서도 양국의 이해 관계가 충돌해왔다.
가디언은 UAE의 OPEC 탈퇴가 경제적 결정인 동시에 정치적 결정이며 사우디와 UAE 사이에 잠복해 있던 갈등을 다시 부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UAE의 행보는 국제 정치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받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유엔 총회에서 'OPEC이 전 세게 를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석유 독점을 깅력히 비판해 왔는데
미국 및 이스라엘과 긴밀히 밀착된 UAE의 이탈은 트럼프식 중동 외교의 성과로 비칠 수 있다.
UAE는 2020년 아브라함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수교한 후 이후 이 관계를 워싱턴으로 향하는 고유한 통로이자
지역 영향력 확대의 지렛대로 삼아왔다.
유가 전망은 단기와 장기로 나눴다.
단기적으로는 UAE탈퇴가 즉각적인 가격 충격을 만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많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는 동안 UAE가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수출 확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UAE 발표 직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가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지정학적 상황을 정상화되면 UAE는 OPEC 쿼터에 얽매이지 않고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어게인케피털의 존 길더프는 CNBC에서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
UAE가 보유한 여유 생산 능력을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OPEC과 사우디가 공급을 조절해 가격 하락을 막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국 국무부 국제에너지 담당 특사는 CNBC에 사우디가 여전히 자체 여유 생산 능력으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UAE가 빠지면서 그 손은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질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 협력을 요구할 경우 UAE가 OPEC 밖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