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작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
한국전쟁 당시 공군의 승호리 철교 폭격작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여로모로 비범한 면을 보이는 신상옥 감독의 똘끼가 충만한 영화이자 불멸의 명작.
신영균, 최무룡, 최은희, 김희갑 등등 당대의 톱스타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며 가히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하는 캐스팅을 보여주는데, 공군 조종사의 전우애와 사랑이 주된 스토리다.
당연히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고, 당시 공군의 주력기였던 F-86 세이버 실 기체가 아낌없이 등장하며 공군기지와 각종 장비들 또한 총출동한다.
줄줄이 이륙하는 F-86 세이버 전투기 편대.
이 폭격 장면은 공군의 실제 폭격훈련을 겸사겸사 영화촬영도 하는 위용(...)을 보여준다. 공군의 지원이 얼마나 전폭적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
촬영은 강릉기지에서 이루어졌으며, 연기하는 배우들 뒤로 정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실제 F-86 전투기 기체를 받침대 위에 세워놓고 배우들의 표정연기(?)와 기관포 사격장면을 촬영했는데, 촬영용 공포탄이나 촬영용으로 개조된 기관포가 당시 한국에 있었을리 만무하니 그냥 실제 기관포를 마구 쏴제끼면 그 바로 옆에서 카메라 들이대고 찍었다(...)
그리고 전투기 전면 시각으로 보이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냥 전투기 아래에 카메라를 넣은 철제 박스를 달고 촬영버튼을 누른 다음 전투기를 띄웠다.
당시 기술로는 전투기 안에서 혹은 원격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는 이륙 전 촬영이 시작되면 다시 착륙해서 끌 때까지 계속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궁핍한 살림에 필름을 마르고 닳도록 쓰는건 물론이고 필름을 모자공장에 팔아 모자챙 만드는 심으로 만들기까지 했던 당시 영화계 사정을 감안해본다면 그야말로 돈이 썩어빠졌단 소리를 들을 미친 짓.
덕분에 '빨간 마후라'는 당시 일반적인 영화촬영보다 세배 이상 필름을 많이 썼다고 한다....
계기판 조작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헐리웃이나 다른 나라 영화를 통틀어 굉장히 희귀한 장면도 등장한다. 바로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를 회수하는 장면.
물론 당시에도 헬기는 상용화되어 있었으나 헬기를 이용한 조종사의 회수 기법은 성숙되어 있지 않았고, 헬기 자체의 기술력 문제로 인해 성능이 낮다보니 지금처럼 다양하게 사용하기엔 제약이 꽤 많았다.
그렇다면 적 병력으로 우글거리는 적진에서 홀로 고립된 조종사를 어떻게 구하느냐?
바로 이렇게 구한다. 그냥 거대한 수송기가 낮게 날아서 조종사 근처에 탈출장비를 떨궈주고, 조종사는 장대 두개를 세운 후 그 사이에 줄을 엮고 빨간 리본을 묶어서 걸쳐 놓는다. 그리고 갈고리를 늘어뜨린 수송기가 낮게 날면서 장대 사이의 줄을 낚아채면 조종사 회수 성공(...)
순식간에 낚아챔을 당하면 목 꺾이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고, 크고 둔중한 수송기로 저런 곡예비행을 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닌만큼 당시에는 진짜 미친척해야 살아남던 시절이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조종사의 회수 방법 뿐 아니라 동료 조종사의 무사귀환을 위하여 주변을 돌며 적 지상병력을 제압하는 장면도 폭약과 엑스트라를 아낌없이 쓰며 리얼하게 보여준다.
조종사 옆의 캐노피 유리에 적의 총알이 박히는 장면도 있는데, 이 장면을 촬영한 방법이 그야말로 비범함의 끝을 달린다. 그냥 실제 전투기 조종석 안에 배우를 앉혀놓고, 총 잘 쏘는 특등사수가 배우의 머리를 살짝 비껴나도록 캐노피에 대고 실탄을 쏘는거다(...)
사수가 조금이라도 조준을 삐끗하거나, 배우가 머리 흔들기라도 하면 그 총알은 캐노피에 구멍만 내는게 아니라 배우의 두개골에도 구멍을 내는거다.... 이쯤되면 이런 미친 촬영을 계획한 분들이나 받아들인 분들이나 도대체 뭐하는 분들인가 싶다.
어쨌든 이렇게 비범함에 비범함을 더한 우직한 뚝심이 점철되어 완성된 영화 '빨간 마후라'는 흥행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며 해외 흥행도 쏠쏠하게 챙겼다고 한다. 특히 대만에서는 대박을 치며 영화에 삽입된 대한민국 공군의 군가 '빨간 마후라'가 대만 공군에서도 불릴 정도였다고.
첫댓글 와 조선탑건 ㄷ ㄷ ㄷ ㄷ
톰 크루즈한테 이 영화 보여주고 싶다.
이걸 보고나면 다음 작품에서 무슨짓을 할지..ㅎㅎ
진짜 미쳤네요ㅎㄷㄷ
전쟁 소재 드라마였나 그것도 실탄 쏘면서 찍었다던데 지금으로썬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