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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가까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요." '하늘의 문'에 잠든 가족을 찾은 모녀가 기도를 하고 있다. |
"직접 와서 보면 생각이 바뀔 텐데 너무 아쉬워요."
의정부교구 신곡2동성당(주임 오용환 신부) 봉안당(납골당) '하늘의 문'에 잠든 아들을 찾은 김진자(62, 예비신자)씨는 "저 또한 이곳을 직접 찾기 전에는 봉안당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었다"면서 봉안당을 무조건 반대하는 선입견을 안타까워했다.
'하늘의 문'은 성전 1층과 2층에 자리한 180여 평 규모의 봉안당으로, 개인, 가족, 부부 등 5000여 기의 유해를 안치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하지만 성전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죽음'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봉안당 바닥을 덮은 대리석과 밝은 실내조명, 곳곳에 마련된 의자들과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이곳은 예전 장묘시설 하면 떠오르는 을씨년스러운 '무덤' 개념을 깨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 보니 성전 내 봉안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역주민은 많지 않다. 성당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강민정(37)씨는 "성당에 봉안시설이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지만 시설이 깨끗하다면 교육상 나쁠 것은 없다"며 "봉안당이 있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삶의 끝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공원화가 되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에 아파트는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지만 봉안시설에 대한 거부반응은 거의 없다. 성당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계사 박현규(42)씨는 "성당은 원래 주택가에 있고, 또 성당 안에 있는 봉안당도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화장터도 아니고 관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부동산 시세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당에 봉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지역민과 마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성당 착공 당시, 지역민들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노인정 지원, 지역 척사대회 후원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본당측의 노력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본당은 봉안당에 지역민을 초청해 봉안시설이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하늘의 문'이 완공된 지 벌써 5년. 이제 '하늘의 문'은 신자들이 죽은 이들과 자연스럽게 신앙생활도 함께하는 것은 물론 본당 초등부 아이들이 봉안당에서 뛰어 다니며 놀다가 야단을 맞을 만큼 친근한 장소로 자리 잡았다. 위령성월이면 인근 성당 주일학교에서 견학을 올 정도다.
본당은 '하늘의 문'에 모셔진 이들을 위해 매달 추모미사와 사별가족들을 위한 모임, 피정, 성지순례 등을 정기적으로 갖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곳 전담 수도자와 직원들도 '하늘의 문 가족' 이름만 대면 누구인지 알 정도로 관리에 지극한 정성을 쏟고 있다. 이에 감동해 세례를 받는 미신자 유족도 많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귀띔이다.
'하늘의 문'측은 현재 방문 차량 주차 문제로 인한 지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주차장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무의탁 어르신 등 관내 사정이 딱한 이들에게 봉안시설 200여 기를 기증하는 방안을 의정부시와 협의 중이다.
하늘의 문 전담 안 데레사 수녀는 "성당 내 봉안시설은 산 이와 죽은 이가 함께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가족들이 손을 잡고 먼저 떠난 이들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봉안시설이 더 많은 성당에 생기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