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제 4 편
실크로드 미술문화 기행
◁ 간다라 미술의 보고 ; 라호르 박물관 1▷
고대 간다라 지역은 동서양의 교통로로서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후, 서구의 영향을 받아 불상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간다라 미술은 헬레니즘 미술 또는 로마 미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간다라 지방을 중심으로 번영한 매우 서구적인 불교 미술입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의 주제나 사상을 그리스, 로마풍의 사실적인 수법으로 표현한 간다라 미술은 최초로 불상을 조성했고, 불탑을 세웠습니다. 간다라 문화는 당시 세계사의 한 조류였던 헬레니즘이 동양문화와 접하면서 형성되었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고대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
01
간다라 지역 / 밝은 색깔로 칠해진 지역은 파키스탄의 북부 지역에 해당되는데, 불교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끄는 곳입니다. 간다라 미술은 주로 파키스탄의 페샤와르(Peshawar; 붉은 줄 그어진 지도의 중앙 부분)지역을 중심으로 현재의 아프카니스탄 일부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 꽃피웠던 불교 미술입니다. 빨간색 밑줄친 지역에 라호르(Lahore), 페샤와르(Peshawar), 길기트(Gilgit), 이슬라마바드(Islamabad ; 현재 파키스탄의 수도)가 보이는데, 모두 북부지역의 중요 도시이고, 간다라 영향권 안에 들어 있습니다. 노란색 화살표는 답사했던 노정을 표시한 것입니다. |
02
라호르 박물관 전경 /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라호르 박물관의 외관은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데, 전시된 유물은 인더스 문명기의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굴된 신석기 유물로부터 시작해서 무굴 제국 시대, 시크 지배 시대, 식민 시대까지의 유물, 그리고 파키스탄 독립의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들입니다. 또한 고대의 유명한 간다라 미술품들과 파키스탄의 현대 미술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다양한 시대, 장르, 역사를 대부분 망라하고 있습니다. |
03
라호르 박물관 내부 / 파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박물관으로 1864년에 세워졌으며, 8개의 전시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은 전시장 안의 조명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시설도 많이 낡았습니다. 한 여름에는 냉방 시설마저 열악해 천장에 달려 있는 몇 대의 선풍기가 무더위를 식혀줄 뿐입니다. 전시물은 대부분 유리 진열장 안에 들어 있는데, 사진을 찍기도 어렵거니와 육안으로 감상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내내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사진들은 박물관 진열장 안에 있는 유물들을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도판에 실린 사진을 함께 실어 서로 비교해보도록 하였습니다. |
04
박물관 진열장 안에 갖힌 부처의 고행상(1) / 고행상은 석가모니가 해탈을 얻기 전 단식 고행을 하던 시기의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출가 후 처음에는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스스로 진리를 찾기로 결심하고, 당시에는 많은 수행자들이 그랬듯이 신체적인 고행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 중에는 단식 고행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철저한 단식 고행으로 그의 몸은 수척해질 대로 수척해졌습니다. 뼈와 가죽만 남아 힘줄이 드러나고 뱃가죽은 등에 닿았다고 합니다. 그의 고행은 같이 수행하던 사람들도 경탄할 정도로 치열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그러한 맹목적 고행이 진리에 이를 수 있는 올바른 길이 아님을 깨닫고, 수자타라는 소녀가 바치는 우유죽을 받아먹고 고행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운을 차리고 조용히 명상에 들어 마침내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간다라의 불교도들은 석가모니의 고행상을 즐겨 만들었고 지금도 여러 점이 남아 있습니다. |
05
진열장 밖으로 나온 고행상(2) / 라호르 박물관에 소장된 이 고행상은 가장 잘 알려진 불상이며, 흔히 간다라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힙니다. 이 상은 문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의 석가모니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몸이 여윌대로 여위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는 해부학적으로도 상당히 정확한 재현입니다. 조각가는 당시 이와 같이 단식 고행을 하던 수행자들의 모습을 매우 자세히 관찰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 상은 어떤 면에서는 전혀 사실적이지 않습니다. 허기지고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 이른 단식 고행자의 모습이라고 보기에 이 상은 너무나 꼿꼿하고 눈빛도 예리하게 살아 있습니다. 가죽 위에 드러난 혈관 하나하나에도 긴장이 흐르는 듯합니다. 육체와 감각의 구속에 맞서 싸우는 석가모니의 모습을 거의 영웅적인 형상으로 이상화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
06
진열장에 갇힌 설법도 부조(1) / 현재 라호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대형 부조는 간다라 미술의 유물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구성을 지닌 걸작으로 꼽힙니다. 높이가 1.5m인 이 부조의 중앙에는 커다란 연화좌 위에 붓다가 설법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보배로 장식된 단단한 줄기에 받쳐진 연화좌는 물결이 출렁이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연지(蓮池) 또는 대양(大洋)에서 솟아 오르는 듯합니다. 이 모습은 세계의 한 겁(劫)이 다하여 모든 것이 파괴된 암흑 속에서 물 위에 누운 비슈누의 배꼽에서 금빛 찬란한 천엽 연화가 솟아 오르고, 그 안에 무량한 광명을 발하는 브라흐마가 앉아 만물 생기(生起)하게 하는 낯익은 인도의 창조신화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이 신화는 불교 경전에도 자주 인용되었으며, 붓다는 종종 세계 창조주로서의 브라흐마에 비유되었습니다. |
07
도판에 실린 설법도 부조(2)
/ 연화의 줄기 좌우에는 위쪽에 코브라 머리가 솟아있는
나가와 나기니(나가는 인도의 뱀 혹은 코브라 신, 여성형은
나기니)가 합장을 하거나 꽃을 던지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붓다 위쪽에는 나뭇가지가 우거져 있고, 그 아래에
킨나라들(kinnara;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새인 반신[半神])이 산개(傘蓋, parasol)를 받쳐들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날개달린 천인들이 화관(花冠)을 들고 붓다에게 씌우려는
듯합니다. 붓다에게 보관을 씌우려는 모티프는 붓다의 신격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
Azam Ali의 Portals of Grace 중 A Chantar M'Er
첫댓글 간다라 라호르 박물관의 내외부, 그리고 부처 고행상과 설법하는 붓다 부조상의 도해사진과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비교해가면서 잘 감상했습니다. 달아놓은 자세한 설명 또한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전문서적을 읽는 기분에서 벗어난, 여행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등장시켜서 즐거운 여행의 다양한 표정과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하는 페이지도 추가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ㅎ.
와~대단한 보물을 체험한 것 같습니다..대숲님 애 많이 쓰셨네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