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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金炳淵) 시(詩) 113수모음/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 金炳淵1807~1863) 그는 1807년 3월13일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김삿갓은 조선 후기 시대의 풍자 방랑시인
김삿갓(金炳淵) 시(詩) 113수모음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金炳淵 / 1807~1863), 그는 1807년 3월13일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김삿갓은 조선 후기 시대의 풍자 방랑 시인이다.
본관은 안동김씨로 이름은 김병연이고, 자는 성심(性深), 호는 난고(蘭皐)이다.
선대의 조상을 살펴보면 조부는 병자호란 때 척화 대신으로 유명한 청음 김상헌의 사촌형인 형조참판을 지낸 김상준이며, 5대 조부는 황해도 병마절도사 김시태, 고조부는 전의현감 김관행, 증조부는 경원부사 김이환이다.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로 있다가 역적에게 항복하게 되었다.
위세를 떨치던 가문의 영광은 한 가지 실수로 가문 전체에 영욕과 치욕을 안겨다 주었다.
역적의 집안으로 전락되어 멸족을 우려한 부친이 형과 함께 그를 곡산으로 보내 노비의 집에서 숨어살게 되었다.
김삿갓은 여덟 살에 조정의 사면으로 집으로 돌아오나 그 가족들이 온전히 터 잡고 살 곳이 없었다.
여주, 가평, 평창을 거쳐 영월에 정착을 해서 집안을 다시 일으켜보려는 모친의 후원에 힘입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김삿갓은 글공부에 힘썼다.
나이 스물, 결혼한 그 해, 운명을 다시 바꾸게 한 시골에서의 백일장을 보게 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공교롭게도 시험의 제목은
"가산군수 정시의 충성을 찬양하고 역적 김익순의 죄를 한탄하라(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였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욕보이는 글을 썼다.
“한 번은 고사하고 만 번 죽어 마땅하고 너의 치욕스러운 일 동국의 역사에 유전하리.”
이 글로 그는 장원급제하게 된다.
기쁜 마음으로 합격소식을 어머니에게 알렸으나 시험 제목에 거명된 인물의 이름이 조부라는 것을 알게 되자 스스로 크게 뉘우치고 벼슬길을 포기했다.
“아, 이제 하늘을 바라볼 수도 없구나.”
그는 조상을 뵐 면목이 없고 하늘에 부끄럽다고 하여 그때부터 항상 삿갓을 쓰고 얼굴을 가려 참회와 속죄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그는 제도권 진입을 포기하고 스물다섯에 기나긴 방랑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세도가와 거만한 부자들을 마음껏 풍자하고 조롱하는 그의 시 속에는 당시 부당하게 대우받고 사는 가난한 백성들의 한풀이가 들어 있다.
한자로 표기 할때는 삿갓 립(笠)자를 써서 김립(金笠)이라고도 한다.
도처에서 독특한 풍자와 해학 등으로 퇴폐하여 가는 세상을 개탄했다.
천재 시인이며 제도권에서 벗어난 일탈자이며 방랑자로 일생을 살았던 김삿갓, 당시 서민들은 그의 시에 울고 웃었다.
그의 시는 해학과 서정, 관조적 허무와 격물정신으로 규정된다.
부정과 불의에 부딪치면 해학은 풍자와 조소의 칼이 되고, 절경과 가인을 만나면 서정은 술이 되고 노래가 되었다.
또한 인생을 살필 때는 눈물이 되고 한숨이 되지만, 사물들을 앞에 두었을 때는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된다.
그의 자유 혼은 시의 소재나 형식에서 규범과 탈 규범을 넘나들기도 한다.
한시의 전통적 방식을 거침없이 해체해서 파격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한시를 음이 아닌 뜻으로 읽게 한다든지, 한글을 섞어서 쓰는 시들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그는 1863년(철종 13년)의 봄에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동복현(전남 화순군 동복면) 달천변에서 35년여의 긴 방랑 시인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그곳을 죽음의 자리로 택한 것은 무등산 자락에 있는 달천이 ‘적벽강’이라 부를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후 차남 김익균이 강원도 영월 노루목으로 이장하였다.
삿갓의 비밀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1807-1863)이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당시의 명문 대가 안동 김씨다.
김병연은 5세때부터 글을 배우기시작하여 10세전후에 이미 사서삼경을 통달하고 시서와 사서를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특히 역사에 각별한 흥미를 느껴 모르는 글이 없었다.
병연은 본시 글공부만 좋아했지 공명심이나 출세욕 같은 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 과거에도 응하지 않고 있었다.
때는 1826년(순조 32년)으로 조선의 국운은 이미 서산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으며 각지에서는 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하에 매관매직이 노골적이고 돈과 빽이 없는 사람은 능력 있어도 관가에 나갈 수 없는 시절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자식의 능력이 아깝고, 안타까워 영월 고을에 백일장을 보인다는 소문을 듣고 간곡하게 응시해 보도록 부탁한다.
"백일장은 과거와 달라 장원을 해도 벼슬을 주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런 시험을 무엇 하러 봅니까?"
"네 학문이 어느 정도인지 이 애미는 알고 싶어 그런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병연은 백일장에 응시한다.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가산 군수 정시는 문관이면서도 반란군과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는데 선천 방어사 김익순은 무관이면서도 반란군에게 즉석에서 항복해 버렸다.
그런 까닭에 정부는 반란군을 진압하고 난 뒤 김익순을 역적이라는 낙인을 찍어 참형에 처해 버렸다.
그 당시 그와 같은 사건이 있었는데 이 날 백일장의 시제는 그 사실(史實)을 갖고 시를 지어 올리라는 것이었다.
병연은 그 시제를 보는 순간 형용하기 어려운 충격심이 솟구쳐 올랐다.
평소에도 김익순을 백 번 죽여도 아깝지 않은 만고의 비겁자라고 몹시 경멸해 왔기 때문이다.
붓을 들기 무섭게 역적 김익순의 죄상을 탄핵하는 병연의 필봉은 추상같이 준엄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 쩔쩔매고 답안지 작성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병연은 벌써 다 쓰고 나왔다.
오는 길에 주막집에 앉아서 술을 먹고 있는데 사람들이 떠들며 들이 닥쳤다.
"낙방했으니 홧김에 술이나 한 잔 하세."
"백일장 결과가 발표되었습니까, 어떤 사람이 장원급제했습니까?"
"뭐, 김병연이라고 하던가요. 전연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장원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오."
병연은 벌떡 일어났다. 빨리 집에 가서 어머니와 아내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어머니는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아이구, 내 아들아! 네가 기어코 장원을 해내고야 말았구나.
세상에 이런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느냐."
옆에 있던 병연의 아내도 기쁨을 감추지 못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여보, 서울 가서 과거를 보면 틀림없이 장원급제할 거예요."
"어머니, 오늘 저는 운이 참 좋습니다.
제가 제일 경멸하는 역적 김익순이에 대해서 쓰라는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옳다 너 이놈 잘 만났다 싶어 뼈도 못 추릴 만큼 신랄하게 두들겨 팼습니다."
"뭐, 김익순?..........."
그 말을 들은 어머니 이씨 부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에 쓰러져 버린다.
병연 내외는 기겁을 하게 놀라며 얼굴에 물을 뿌리고 한참 동안 법석을 떨었다.
한참 후, 이씨 부인은 한숨을 쉬며 간신히 눈을 떴다.
그리고 병연을 쏘아보며 대갈일성을 퍼부었다.
"이놈아, 선천 방어사 김익순 어른은 너의 조부님이시다.
너의 조부님이 아무리 국가의 죄인이셨기로 조부님의 함자를 함부로 불러 던지는 후레자식이 어디 있단 말이냐!"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아니! 김익순이 할아버지라니.........."
"홍경래의 무리들이 들이닥친 그 날 밤 너의 조부님은 술에 대취해 정신없이 주무시고 계시다가 어처구니없이 포로가 되셨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당시 정황을 참작하여 김익순만 참형에 처하고 삼족을 멸하지 말라는 특별 은총이 내렸다.
그때 아버지 김안근은 젊은 나이에 울화병으로 세상을 접었다.
어머니 이씨는 자식들만은 제대로 키우기 위해 황해도 곡산에 숨어살다가 역적의 자손이라는 것이 들통 나자, 광주, 가평, 평창, 여주 등지로 전전하다가 영월 산 속으로 들어와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나는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는 역적의 손자다.
조상에게조차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으니 무슨 낯짝으로 살아갈 것인가.”
병연은 죽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일었다.
매일 자책과 통한으로 방황하였다.
그래서 하늘을 보기가 부끄러워 한평생 삿갓을 쓰기로 했다.
가족과의 인연과 모든 욕망을 포기해 버리고 속죄를 하기 위해 한 조각 구름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니기로 하였다.
김병연이란 이름도 버렸다.
자기 자신에게 내린 가혹한 형벌이었다.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한평생을 방랑객으로 유리걸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고난을 무릅쓰고라도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고 병연은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을 나온다.
김삿갓의 시모음
(1)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 시인은 '병연'이란 이름을 스스로 숨기고 잊어 버렸다.
그리고 삿갓을 쓴 이름없는 시인이 되었다.
그가 읊은 자신의 '삿갓'시는 표연자적하는 자연과 풍류 속의자기 운명을 그린 자화상이었다.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堅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색을 나타냈지.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俗子依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2) 자탄(自嘆)
★ 월조(越鳥)는 남쪽 지방의 새인데 다른 지방에 가서도 고향을 그리며 남쪽 가지에 앉는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嗟乎天地間男兒 (차호천지간남아) 슬프다 천지간 남자들이여
知我平生者有誰 (지아평생자유수)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萍水三千里浪跡 (평수삼천리랑적)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琴書四十年虛詞 (금서사십년허사)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 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靑雲難力致非願 (청운난력치비원) 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白髮惟公道不悲 (백발유공도불비) 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驚罷還鄕夢起坐 (경파환향몽기좌) 고향길 가던 꿈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三更越鳥聲南枝 (삼경월조성남지) 삼경에 남쪽 지방 새 울음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3) 죽시(竹詩) : 대나무 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 한자의 훈(訓)을 빌어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此 이 차, 竹 대나무 죽 : 이대로), (彼 저 피, 竹 : 저대로), (化 화할 화(되다), 去 갈 거, 竹 : 되어 가는 대로), (風 바람 풍, 打 칠 타, 竹 : 바람치는 대로), (浪 물결 랑, 打 竹 : 물결치는 대로)
(4) 이십수하(二十樹下)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四十家中五十食 사십가중오십식(마흔 집안에서 쉰 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개유칠십사(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 불여귀가삼십식(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二十樹 : 스무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이름,
★三十客 : 三十은 '서른'이니 '서러운'의 뜻. 서러운 나그네,
★四十家 : 四十은 '마흔'이니 '망할'의 뜻. 망할 놈의 집.
★五十食 : 五十은 '쉰'이니 '쉰(상한)'의 뜻. 쉰 밥.,
★七十事 : 七十은 '일흔'이니 '이런'의 뜻. 이런 일.,
★三十食 : 三十은 '서른'이니 '선(未熟)'의 뜻. 설익은 밥.,
★함경도 지방의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한문 수자 새김을 이용하여 표현한 시이다.
(5) 무제(無題) :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 천광운영공배회(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 오애청산도수래(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6) 풍속박(風俗薄) : 야박한 풍속
斜陽鼓立兩柴扉 사양고립양시비(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三被主人手却揮 삼피주인수각휘(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杜宇亦知風俗薄 두우역지풍속박(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隔林啼送不如歸 격림제송불여귀(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7) 難貧 (난빈) :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 지상유선선견부(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 인간무죄죄유빈(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 막도빈부별유종(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 빈자환부부환빈(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8) 姜座首逐客詩 (강좌수축객시) : 강좌수가 나그네를 쫓다.
祠堂洞裡問祠堂 사당동리문사당(사당동 안에서 사당을 물으니)
輔國大匡姓氏姜 보국대광성씨강(보국대광 강씨 집안이라네.)
先祖遺風依北佛 선조유풍의북불(선조의 유풍은 북쪽 부처에게 귀의했건만)
子孫愚流學西羌 자손우류학서강(자손들은 어리석어 서쪽 오랑캐 글을 배우네.)
主窺첨下低冠角 주규첨하저관각(주인은 처마 아래서 갓을 숙이며 엿보고)
客立門前嘆夕陽 객립문전탄석양(나그네는 문 앞에 서서 지는 해를 보며 탄식하네.)
座首別監分外事 좌수별감분외사(좌수 별감이 네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니)
騎兵步卒可當當 기병보졸가당당(기병 보졸 따위나 마땅하리라.)
★ 김삿갓을 내쫓은 주인은 나그네가 갔나 안 갔나 확인하려고 갓을 숙이고 엿보는데 김삿갓은 문 앞에 서서 인심 고약한 주인을 풍자하고 있다.
(9) 開城人逐客詩 개성인축객시 :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
邑號開城何閉門 읍호개성하폐문(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山名松嶽豈無薪 산명송악개무신(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黃昏逐客非人事 황혼축객비인사(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禮義東方子獨秦 예의동방자독진(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10)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曲木爲椽첨着塵 곡목위연첨착진(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 기간여두근용신(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 평생불욕장요굴(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 차야난모일각신(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 서혈연통혼사칠(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封窓茅隔亦無晨 봉창모격역무신(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 수연면득의관습(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 임별은근사주인(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이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11) 艱飮野店 (간음야점) :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 천리행장부일가(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의 모습.
(12) 길주에서 허가 성을 가진 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후 지은 시
吉州吉州不吉州 길주길주불길주(길주 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을이고)
許可許可不許可 허가허가불허가(허가 허가 하지만 허가하는 것은 하나도 없네)
(13) 연애편지를 해석해 주는 김삿갓
이웃 집 처자를 사모하는 총각이 편지를 보내고 보낸 끝에 드디어 답장을 받았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글자는 단 한 글자.적(籍) 그 뜻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총각에게 김삿갓 기지를 발휘해 답장을 풀어준다.
한자는 파자하는 것 또한 묘미가 있는데,적(籍)자를 파자로 풀어준 것이다.[대나무 죽(竹),올 래(來),이십(十十),일(一),일(日)=각기 그 뜻을 새겨보면, ‘대나무 밭으로 스무 하룻날에 오라’는 뜻이다.]
이런 편지 글 역시 풀어주는 게 김삿갓의 전문이다.
(13) 來不往 來不往 래불왕 래불왕
무슨 뜻일까? 쉼표를 잘 찍으면,그 의미가 드러난다.
來不,往(오지 말라고 해도 갈 판인데)
來,不往(오라고 요청까지 했는데,왜 안 가겠는가?)
(14) 김삿갓의 정체를 밝히는 시
我本天上鳥 아본천상조(나는 본래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常留五彩雲 상류오채운(언제나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는데)
今宵風雨惡 금소풍우악(오늘 따라 비바람이 몹시 몰아쳐)
誤落野鳥群 오락야조군(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 들었네)
★ 시대를 잘 못 만나,들새의 무리에 끼어들어 온갖 어려움을 당하는 김삿갓의 모습을 이처럼 잘 드러낸 시가 있을까.
(15) ★ 삿갓은 막걸리 한 사발을 놓고 여러 사람들 간에 시회가 벌어진 곳에 끼어 들었다.
韻字는 銅, 곰, 지네로 주어졌다.
삿갓의 시는 한시의 규칙으로 지어졌으나 운은 한글로 읽어야한다.
主人呼韻太環銅 我不以音以鳥熊 주인호운태환동 아불이음이조웅
(주인이 운을 부르는데 너무 <고리>고 <구리>니 나는 音으로 하지 않고 <새곰>으로 하리다.)
(16)★ 말장난이 가장 정교하게 된 이런 종류의 詩들은 결혼 피로연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漢詩로 지어졌으나 音으로 읽어야 되는 것이다.
今番(금번:이번) 來期(내기) 尺자척,四넷사(자네) 蚣(지네 공)
獨酒一盆速速來 [(탁주 한 동이를 빨리빨리 가져오라. )
今番來期尺四蚣 (이번<내기>에는 <자네>가 <지네>.)
(17) ★ 이것은 가을 詩의 몇 가지 주제를 결합한 잘 짜여진 詩다.
소리 내어 읽으면 音은 한글로 전혀 다른 뜻을 가진 것이 많다.
[천장」에는 「거무집」이 끼고], [‘화로’에선 「겻불내」가 나는구나.], [「국수」는 「한사발」인데], [「지령」은 「반종지」라.], [「강정」「빈사과」와「대추」「복송아」가 있도다.], [「월 – 리」「사냥개」야.], [「통시」「구릿내」만 맡고 오느냐!]
분변학(糞便學)적 유머는 시골 사회의 특수한 현상이며 文明人의 외설로 잘못 받아 들여져서는 안된다.
이것은 屋外 변소의 냄새를 피할 수 없고 인간과 짐승의 성에 대한 관심이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지는 농가에 꽃피운다.
이것은 얼출을 화끈하게 하는 모욕을 하는 方便으로 쉽게 이용된다.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하늘은 길고 길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 화로접부래(꽃은 늙어서 나비도 찾아오지 않도다.)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강가의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다가)
大醉伏松下 대취복송하(노곤히 취해서 소나무 밑에 엎드려지도다.)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국화포기는 찬 모래밭에 피는데)
枝影半從地 지영반종지(꽃가지는 땅에 닿을 듯이 늙어졌도다.)
月移山影改 월이산영개(달이 비끼니 산그림자도 바뀌었는데 )
通市求利來 통시구리래(장꾼들은 돈을 벌러 오더니라.)
18. 二十樹(이십수하)
김삿갓이 함경도지방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음을 한문 숫자로 새김으로 표현한 시로 야박한 인심을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한 7시 4구의 한시다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스무나무 아래에 앉은 설은 나그네에게)
四十村中五十食 사십촌중오십식(망할 놈(마흔)의 촌에서는 쉰(오십) 밥을 준다.)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기유칠십사(인간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
不如歸嫁三十食 불여귀가삼십식(에- 돌아가 내 집 설은밥을 먹음만 같지 못하다.)
★숫자를 나타내는 글자들이 순전히 한글발음과 어휘로 읽혀 진다면 시가 의미하는 것은 위오 같다.
19. 아래의 詩는 各行이 한자의 「竹」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 단어의 「竹」대신 「대」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한글의 「대」는 「…하는 대로」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詩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말장난을 유의하고 읽으면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대」로]
賓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손님의 접대에는 집안형편「대」로 하고]
風打之打浪打竹 풍타지타랑타죽[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장거리의 팔고 사는 건 시세「대」로 하렸지]
飯飯粥粥生此竹 반반죽죽생차죽[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만사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是是非非付彼竹 시시비비부피죽[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부쳐 두게.]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그렇고 그런 세상을 그런「대」로 지나가세.]
20. 김삿갓 詩集에는 한글의 글자 모양으로 뜻을 알아내는 것이 몇 개 안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의 詩는 무의미할 것이다.
腰下佩기억(ㄱ) 요하패기억(ㄱ)[기억」은 낫이요,]
牛鼻穿이응(ㅇ) 우비천이응(ㅇ)[「이응」은 코뚜레]
歸家修이을(ㄹ) 귀가수이을(ㄹ)[「이을」은 자기(己)]
不然點디귿(ㄷ) 不然點디귿(ㄷ)[「디귿」은 꼭대기에 점이 없는「亡」자다]
★ 이 글을 새겨 보면 (네 허리에는「기억」자 낫을 차고, 쇠코에는「이응」자 코뚜레를 뀌었구나.
집에 가서 「이을」자의 몸을 닦아라.
그렇지 않으면 「디귿」자에 점을 찍고 망하리로다.) 이 시는 다르게 번역되어 다른 律들과 함께 구전되어 오는 것도 있다.
21. 김삿갓의 문자의 반복 사용은 詩 자체에 기묘한 느낌을 부여한다.
삿갓이 지은 몇몇 시는 묘기나 매끄러움이 없어 이 기법을 쓰는데 이러한 二行連句에 깊이 감동되는 한국인들이 있다.
松松栢栢岩岩廻 송송백백암암회(소나무 잣나무 바위는 돌고 돌아)
水水山山處處奇 수숫산산처처기(물이며 산이며 가는 곳마다 기묘하도다.)
이것은 金剛山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 중의 하나이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쓴 것은 다음 것이다.
沙白鷗白兩白白 사백구백량백백(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어 둘다 희니 )
不辨白沙與白鷗 부변백사여백구(白沙와 白鷗를 분별할 수 없도다.)
漁歌一聲忽飛去 어가일성홀비거(漁歌一聲에 홀연히 날아가니 )
然後沙沙復鷗鷗 연후사사복구구(그런 후에 모래는 모래, 백구는 백구대로 되더라.)
22. 관례적으로 내려오는 새와 꽃에 대한 이미지를 사용한 다른 시들은 수렴성(收斂性)을 김삿갓 시인의 특징으로 보이고 있다.
雪中梅寒酒傷妓 설중매한주상기(눈 속의 寒梅는술에 취한 妓女같고)
風前橋柳誦經僧 풍전교류송경승(바람에 흔들리는 다리옆의 버들은 經을 외는 중같더라.)
栗花己落방尾短 율화기락방미단(밤꽃이 떨어지니 삽살개 꼬리가 짧아진 것 같고)
榴花初生鼠耳凸 류화초생서이철(석류꽃이 처음 피니 쥐귀가 불쑥 들어난 形局이다.)
23. 시인은 불교승과 儒學者들에게 조롱을 퍼부었는데 특히 그들이 그를 반가워 할 눈치가 아니면 더욱 심했다.
많은 근거에서 우리는 김삿갓이 우선은 아무 쓸모없는 여행자로 밖에 대우를 받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詩會에서 그를 환영하지 않는 주인들에 창피를 주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환영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敎科課程의 초기에 배우는 책 중의 하나, 孟子를 아직 읽고 있었다면 그가 결혼을 했건, 어른모자를 썼건 간에 불쾌한 찬사를 들었을 것이다.
方冠長竹兩班兒 방관장죽양반아(뿔난 冠을 쓰고 長竹을 문 兩班의 종자가 )
新買鄒書大讀之 신매추서대독지(새로 孟子를 사서 크게 읽더라.)
白晝孫初出袋 백주손초출대(白晝에 원숭이 새끼가 처음으로 어미 배에서 나온 것 같고)
黃昏蛙子亂鳴池 황혼와자나명지(글 읽는 소리는 황혼에 개구리들이 연못에서 어지러이 우는 것 같다.)
24. 양반집 자제들은 십대에 혹은 더 어렸을 때도 결혼했으므로 생도가 아주 나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매우 어린 신랑을 보고는 시를 한 수 지었는데 주제의 가능성을 보아서라도 온유한 시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動物과 한배 새끼라고 비교하는 것보다 더 모욕적인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畏鳶身勢隱冠蓋 외연신세은관개(솔개를 무서워하는 身勢가 冠 밑에 숨으니)
何人咳嗽吐棘仁 하인해수토극인(어떤 사람 기침 뱉어진 대추씨 같도다.)
若似每人皆如此 약사매인개여차(만약 어떤 사람이 모두 이같이 작은 것이라면)
一腹可生五六人 일복가생오륙인(한배에 五六人은 놓을 수 있을러라.)
25. 불친절한 집주인에게 삿갓이 지어준 무례한 作別詞 가운데서 開城에 사는 주인을 상대로 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開成이란 이름은 李氏王朝가 14세기 말에 그곳에서 서울로 천도할 때 주어진 이름이다.
그전까지는 松都라고 불리웠으며 인근의 山은 松山이라 했다.
삿갓은 개성에 와서 음식과 잠자리를 얻을 수가 없으매 중국 古代의 지독한 황제 秦始皇에 개성주민들을 비유하여 그의 감정을 표출시켰다.
邑號開城何閉門 읍호개성하폐문(읍 이름은 성을 연다고 했는데 어찌 문을 닫으며)
山名松嶽豈無薪 산명송악기무신(산 이름은 소나무 산인데 어찌 나무가 없다 하느냐.)
黃昏逐客非人事 황혼축객비인사(날이 저물었는데 손을 쫓으니 사람의 인사가 아니며)
禮儀東方子獨秦 예의동방자독진(예의 동방국에서 이곳만이 진시황같이 흉악하도다.)
26. 남에게 모욕주기를 즐겨하는 그의 성질은 화를 내게 한다기 보다는 기쁨을 주는 게임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는 回甲宴에 오게 되었다.
이러한 잔치는 古來의 한국 전통에 있어 한 사람의 일생의 절정이며 그의 아들들은 특별한 행사로 축하를 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삿갓은 한 수를 지었다.
彼坐老人不似人 피좌노인불사인(저기 앉은 노인은 사람같지 않고)
其中七子皆爲賊 기중칠자개위적(그 가운데 일곱 아들들은 다 도적이라.)이라고 하니 아들들이 대노하여 질책하자
疑是天上峰眞仙 의시천상봉진선(天上에서 내려온 神仙인가 하노라.)
偸得王桃獻壽宴 투득왕도헌수연(不老長生 천도복숭아를 훔쳐다가 회갑잔치에 드리었다.)
27. 시인이 그린 게으른 아낙네는 漢字를 한 글자도 몰라서 결코 이런 詩는 읽어보지 못할 것이다.
無病無憂洗浴稀 무병무우세욕희(병도 없고 근심도 없으되 빨래와 목욕이 드물어 )
十年猶着嫁時衣 십년츄착가시의(십년을 하루같이 嫁時에 하여온 옷을 입더라.)
乳連褓兒謀午睡 유연보아모오수(포대기에 싼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매양 낮잠을 꾀하고)
手拾裙愛日暉 수습군애휘(속옷의 이를 잡느라고 처마의 햇볕을 사랑하더라.)
動身便碎廚中器 동신편왜주중기(몸을 움직이면 부엌의 그릇을 깨뜨리고)
搔首愁着壁上機 소수수착병상기( 머리를 긁으며 벽에 걸린 베틀을 근심하더라.)
忽聞隣家神賽慰 홀문인가신새위(이웃집의 굿하는 소리를 들으면)
柴門半掩走如飛 시문반엄주여비(사리문을 반쯤 닫고 달려가기를 나는 것 같이 하더라.)
28. 무당을 불러 마귀를 쫓거나 감사제(感謝祭)를 지내는 따위의 式은 시골에서 특히 즐기는 일 중의 하나였으며 특별히 마련된 음식은 제사의 중요한 面貌이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접객(接客)이 그로 하여금 詩를 쓰게 했다.
이때에는 그의 감정이 표현되어 있되 풍자(諷刺)는 들어 있지 않으며 그의 불평은 삶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終日綠溪不見人 종일녹계불견인(종일 시내를 끼고 가되 사람을 보지 못할러니)
幸尋斗屋半江濱 행심두옥반강빈(다행히 小屋을 半江에 찾았도다.)
門塗女元年紙 문도여원년지(문에는 女氏 元年때 종이를 발랐고)
房掃天皇甲子塵 방소천황갑자진(방은 天皇氏 甲子年에 먼지를 쓸었더라.)
光黑器皿虞陶出 광흑기명우도출(빛이 검은 그릇들은 舜임금때 그릇에서 나오고)
色紅麥飯漢倉陳 색홍맥반한창진(빛이 붉은 보리밥은 漢나라 광에서 묵었더라.)
平明謝主登前途 평명사주등전도(날이 새자 사례하고 길을 떠났으나)
若思經宵口味幸 약사경소구미행(혹 이날밤 지낸 것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더라.)
29. 시인이 방랑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그는 결코 독신의 승려는 아니었다.
그가 妓女나 다른 여자들을 만났음이 이야기로 전해지고 또한 많은 시가 이를 주제로 하고 있다.
항상 노인의 행세를 한 것은 아니었으며 이십대의 방랑은 어떤 매력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시에서 나비와 꽃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희롱에 대한 隱喩로 사용하곤 했다.
深香狂蝶半夜行 심향광접반야행(深香하는 狂蝶이 半夜에 行하니)
百花深處摠無情 백화심처총무정(百花가 깊은 곳에서 모두 無情하더라.)
欲採紅蓮南浦去 욕채홍연남포거(紅蓮」을 캐고자 南浦로 가니)
洞庭秋波小舟驚 동정추파소주경(洞庭湖 가을 물결에 小舟가 놀라더라.)
30. 에로틱한 주제가 좀 더 우아하게 그리고 더욱 직접적으로 취급 되어 있는 것이 있다.
客枕肅條夢不仁 객침숙조몽불인(객으로 자는 벼개가 쓸쓸하고 꿈이 어수선한데)
滿天露月照吾隣 만천로월조오린(하늘 가득히 쓸쓸한 달빛은 외롭게도 비쳐 준다.)
綠竹靑松千古節 녹죽청송천고절(곧은 대와 푸른 소나무 같은 절개는 천고에 드문 절개요)
紅桃白李片時春 홍도백이편시춘(붉은 복숭아와 흰 오얏꽃은 잠시동안의 봄빛이라네)
昭君玉骨胡地士 왕군옥골호지사(王昭君도 죽어서는 뼈가 오랑캐 땅의 흙이 되고)
貴妃花容馬嵬塵 귀비화용마외진(양귀비같은 절색도 馬嵬坡의 한줌 티끌이 되었노라.)
人性本非無情物 인성본비무정물(인간의 심정이 본시 무정한 것이 인매)
莫惜今宵解汝衣 막석금소해여의(오늘밤에 네 몸의 옷풀기를 섭섭히 여기지 말라!)
31. 妾을 데리고 사는 남자의 생활을 읊은 詩는 야유를 벌임기 없이 同情조차 보이고 있다.
不熱不寒二月天 불열한이월천(마음 들뜨는 不熱不寒 한 二月 天氣는 )
一妻一妾最堪憐 일처일첩최감련(一家에 共住하는 一妻一妾에게 제일 가련하도다!)
鴛鴦枕上三頭 원앙침상삼두(남편과 더불어 원앙枕上에 누우면 세 머리가 列을 짓고)
翡翠衾中六臂連 비취금중육비련(비취이불 속의 여섯 팔이 나란히 눕도다.)
開中笑時渾似品 개중소시혼사품(셋이 웃을 때에는 혼연히 品자가 되고)
身臥處變成川 신와처변성천(그 누운 形狀은 川字를 만들었도다.)
東邊未了西邊事 동변미료서변사(東邊에서 끝나기도 전에 西邊으로 드러눕고)
更向東邊打玉拳 경향동변타옥권(東邊으로 향하여 玉拳을 쳐 주며 위로하도다.)
★ 원앙이 수놓아진 벼개와 비취이불은 옛부터 新婚침실의 상징이다.
品字를 이룬다 함은 네모 하나가 입을 가리키는 것이고 川字는 세 사람이 누워 있는 모양이다.
32. 西歐人들에게는 분변시(糞便詩)의 다른 종류라고 생각되는 것이 삿갓 詩의 다른 면모를 보인다.
즉 가정적인 주제의 선택이다. 삿갓은 관례적인 양식대로 일상생활에서 용납되는, 아름답고 고운 사물에 대해 詩를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는 늘상 사용하는 사물을 종종 시에 담았다.
그런데 한국 고전전통(韓國 古典傳統)에는 이를 설명할 만한 요소가 있다.
즉 그들 나름으로 위대한 시인이라고 알려진 이제현(李濟賢)과 이규보(李奎報)같은 중세 시인들이 그림과 동물, 까만 새끼 고양이의 재주, 모기의 습성에 대해 시를 지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즉각적으로 시적(詩的)인 영감이 오지 아니하는 것을 詩의 주제로 제시하는 것은 시짓기 경합에서 일종의 도전 형태이다. 이렇게 김삿갓도 요강(溺缸)에 대해 읊는다.
賴渠深夜不煩扉 뢰기심야불번비(요강의 덕분으로 밤중에 번거롭게 드나들지 않으니)
令作團隣臥處圍 령작단린와처위(편히 누운자리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매우 고맙더라)
醉客持來端膽膝 취객지래단담슬(술주정꾼도 가져다가 단정히 무릎을 꿇고,)
態娥挾坐惜衣收 태아협좌석의수(어여쁜 婦女가 깔고 앉으면 살이 보일까 속옷을 걷도다.)
堅剛做體銅山局 견강주체동산국(堅剛한 그 몸은 銅山을 做倣하고 쇄- 하고)
灑落傳聲練瀑飛 쇄락전성연폭비(小便이 떨어지는 소리는 瀑布를 연상케 한다.)
最是功多風雨曉 최시공다풍우효(가장 공로가 큰 것은 비바람 치는 새벽이고)
偸閉養性使人肥 투폐양성사인비(모든 곡식의 거름이 되어 사람을 살찌게 하도다.)
★만일 요강에서 아무러한 德이, 至高한 도덕적인 美德이 발견될 수 없었다면 이 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작가는 慈悲하고 謙遜한 태도로 모든 사물을 대하여 거기에 詩的인 음악과 풍부함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3. 그가 지니고 다닌 지팡이를 조그마한 詩로 옮기면서 그는 자기 삶의 방식을 엿보인다.
千里行裝付一柯 십리행장부일가(十里행장이 다만 한 가지 短杖인 나의 신세에)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남은 돈 엽전 일곱잎이 전 재산이더라.)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囊中에 있는 너 엽전에게 내 간곡히 경계하노니 깊이깊이 들어가 있거라)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夕陽에 野店의 주막에 가서 술이 당기면 어떻게 하는가.)
34. 크고 작은 해충들은 십구세기 한국에 있어서 불가피한 존재였다.
우리는 삿갓의 시에서 파리와 이를 발견한다.
飢而血飽而 기이혈포이(주리면 피를 빨고 배부르면 떨어지니)
三百昆最下才 삼백곤최하재(三百 곤충 중에 가장 下等이다.)
遠客懷中愁午日 원객회중수오일(遠客의 품 가운데서 午日을 근심하고)
窮人腹上聽晨雷 궁인복상청신뢰(걸인에 배 위에 晨雷를 듣더라)
形雖似麥難爲 형수사맥난위(형상은 비록 밀같으나 누룩이 될 수 없고)
字不成風未落梅 자불성풍미락매(글자는 風字를 이루지 못하니 梅花가 뭇 떨어지더라)
問爾能侵仙骨否 문이능침선골부(네게 묻노니 능히 신선의 仙骨에도 침노하겠느냐)
麻姑搔首坐天臺 마고소수좌천대(麻姑 할미가 머리를 긁고 天臺天에 앉았더라.)
★ 이는 한자로 쓰면 「바람 風」에서 한 쪽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35. 보들레르 만큼은 덜해도 김삿갓은 고양이를 보고 詩的 靈感을 여러 번 얻었다.
乘夜橫行路北南 (밤을 타서 길 南北을 횡행하니)
中於狐狸傑爲三 (너는 狐狸와 더불어 三傑이 되었도다.)
毛分黑白渾成繡 (검정털 흰털로 고운 무늬를 수놓았고)
目狹靑黃半染籃 (눈은 노랑 자위에 푸른 동자가 박혔으니 半은 남빛일러라.)
貴客床前偸美饌 (貴客 밥상에서 맛난 반찬을 훔치고)
老人懷裡傍溫衫 (老人 품속에 들어가 溫杉을 걸치더라.)
邦邊雀鼠能驕慢 (어디서 새나 쥐가 능히 교만은 피우느냐?)
出獵雄聲若大膽 (사냥나가는 호통이 들리지 않느냐!)
35. 가정내의 일에 대한 그의 시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매력을 갖게 된다.
요리에 관한 것인데 하나는 송편, 또 하나는 화전(花煎)이다.
송병(松餠=송편)은 납작하게 만든 쌀 반죽을 동그랗게 하여 만든다.
단물을 반죽에 넣고 반으로 접어 둥그런 가장자리에 오무린다. 통통한 모양이 된다.
手裡廻廻成鳥卵 수리회회성조란(손에 놓고 뱅뱅 굴리면 새알이 되고)
指頭個個合蚌唇 지두ᅟᅢᆨ개함방진(낱낱이 조개같은 입술을 맞추더라.)
金盤削立峰千疊 금반삭립봉천첩(금쟁반에 천봉우리를 疊疊히 깎아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輸 옥저현등월반수(옥젓가락으로 반달같은 송편을 먹더라.)
36. 花煎은 일하느라 놀지 못했고 겨울에는 방에만 갇혀있던 아낙네들이 봄에 야외로 놀이를 가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얇은 밀가루 반죽을 놓고 자주빛 진달래 꽃잎을 누른다.
鼎冠撑石小溪邊 정관탱석소계변(작은 시냇가에서 솥뚜껑을 돌에다 고여 놓고)
白粉靑油煮杜鵑 백분청유자두견(흰 가루와 푸른 기름으로 두견(杜鵑꽃=진달래꽃)을 지지도다)
雙著挾來香滿口 쌍저협래향만구(쌍젓가락으로 집어다 먹으매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一年靑色腹中傳 일년청색복중전(一年의 봄빛을 뱃속에 전하도다.)
37. 다음 종류의 시는 타국(他國)에서 兒童을 위해 쓰여졌던 시류(詩類)와 가까워지는데 자기 그림자에 대한 다음 시가 그러하다.
進退隨莫汝恭 진퇴수막여공(진퇴하는데 나를 따르는 이가 너처럼 공손한 이가 없어
汝酷似實非 여혹사실비(겉모양은 너나 내가 꼭 같으나 실상은 나 자체가 아니구나.)
月斜岸面驚魁狀 월사안면경괴상(달빛이 언덕에 어른대면 놀란 도깨비형상이고)
日午庭中小矮容 일오정중소왜용(대낮에 들가운데 있을적에는 우스운 난쟁이 모양일러라.)
枕上若尋無覓得 침상약심무멱득(베개 위에서 찾자면 찾을 수가 없다가)
燈前回願忽相逢 등전회원홀상봉(등잔 앞에서 돌아다보면 홀연히 만나도다.)
心雖可愛終無言 심수가애총무언(마음은 비록 너를 사랑하지만 너는 끝내 말이 없으니)
不映光明去絶 부영광명거절(광명이 없으면 영영 종적을 잃고 마는구나.)
38. 삿갓에게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곱사등이에 대한 시가 야유인가?
人皆平直爾何然 인개평직이하연(사람은 다 平直한데 너는 어찌하여 그러냐.)
項在胸中膝在肩 항재흉중슬재견(목은 가슴 가운데 있고 무릎은 어깨에 있도다)
回首不能看白日 회수부능간백일(머리를 돌이켜도 白日을 잘 보지 못하고)
側身僅可見靑天 측신근가견청천(몸을 옆으로 돌이켜 겨우 靑天을 볼러라.)
臥如心字無三點 화여심자무삼점(누우매 心字에 세 점이 없는 것 같고)
立似弓形小一絃 립사궁형소일현(일어 서매 줄이 없는 활모양 같도다.)
慟哭千秋歸去路 통곡천추귀거로(아- 千秋에 통곡할 일은 죽어서 돌아갈 때도)
也應棺槨用團圓 야응관곽용단원(응당 둥근 棺槨을 쓸 게 아니냐.)
39. 걸인의 시체를 보고 읊은 것은 전혀 비웃음이 없는, 더욱 연민을 자아내는 詩다.
不知汝姓不職名 부지여성부직명(路上에 쓰러져 죽은 乞人아. 내 네 姓名을 모른다마는)
何處靑山子故鄕 하처청산자고향(어느 곳 靑山이 네 고향이냐.)
蠅侵腐肉喧朝日 승침부육훤조일(파리는 썩은 살에 모여들어 朝日을 분주롭게 하고)
鳥喚孤魂吊夕陽 조환고혼적석양(가마귀는 네 孤魂을 불러 석양에 吊喪하더라.)
一尺短身後物 일척단신후물(一尺되는 짧은 지팡이는 唯一한 遺物이요.)
數升殘米乞時糧 수승잔미걸시량(주머니에 있는 수승(數升=여러되)의 식량은 걸시(乞時=동냥할 때)의 양식(糧食)이로다.)
奇語前村諸子輩 기어전촌제자배(앞 마을의 제소년(諸少年)에게 부탁하노니)
携來一掩風霜 휴래일엄풍상(한 삼태 흙을 가져다 이 시체의 풍상(風霜)이나 가려주게.)
★ 삿갓시인이 남긴 작품은 그가 그르다고 본 모든 것을 除外한, 한국 李氏王朝에 있던 삶의 기쁨과 슬픔을 대변한다.
이 시의 보헤니아니즘적인 가락은 옛날 中央아시아 지방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하던 선조들도 귀를 기울이게 하고 지금의 한국 청년들에겐 여름 휴가에 무전(無錢)여행을 떠나도록 권장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산의 부름과 바위의 고요함에 감동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회에 대한 반항이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개혁(改革)하고자 하는 정열(情熱)이 부족하다.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것을 비웃었다.
그의 사고방식은 선(禪)이라 하는 것에 가깝다.
더 고귀한 일을 합리화하거나 가르침이 없이 다른 것으로 전향(轉向)하여 자신과 대중을 위로한다.
이것은 민중의 시인이 하는 방식이요, 김삿갓의 그것을 특이하게 한국적(韓國的)인 표현의 양식(樣式)을 보인다.
이응수(李應洙)가 진지하게 그러했듯이 그의 주제를 무슨 주의로 분석, 분류하여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核心)을 잃은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인의 생활에서 터져나오는, 김삿갓이 지닌 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 나라의 높은 도덕적 미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도덕가(道德家)로서의 정신적 건강을 보장하는 자신을 웃어 버릴 수 있는 성질이다.
그러나, 그가 썼다고 하는 시에서 비롯하여 창조된 인물과는 다른, 삿갓이란 인물이 있다면 그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한국적인 특질을 진실로 가지고 있다.
삿갓은 재치있고 빈정대며 초도덕적(超道德的)인 만큼 삿갓은 미(美)에 대해 민감하다.
그는 금강산을 비롯, 팔도강산을 유람한 끝없는 여행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곳을 소재로 많은 시를 썼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나타난 유머만을 집중적으로 보아 왔으나 다른 면을 언급하지 않은 채 두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40. 남원에서 한국 로멘스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춘향(春香)과 몽룡(夢龍)이 처음 만난 정자를 보았을 때 시인은 대단한 감흥을 맛보았다.
南國風光盡此樓 남국풍광진차루(三南의 풍광은 이 廣寒樓에 다하였으니)
龍城之下鵲橋頭 용성지하작교두(바로 龍城 아래 鵲橋 머리에 솟아 있도다.)
江空急雨無端過 강공급우무단과(물없는 江에는 소나기가 끝이 없이 지나가고)
野餘雲不肯收 야여운불긍수(들이 넓으니 구름은 늘 떠 있더라.)
千里鞋孤客到 천리혜고객도(千里길을 孤客이 지팡이와 짚신을 의지하여 오르고)
四時鼓衆仙遊 사시고중선유(四時 風流소리가 그치지 않고 神仙이 놀더라)
銀河一脈連蓬島 은하일맥연봉도(은하수 한 줄기가 蓬萊島와 連해 있어)
未必靈區入海求 미필영구입해구(반드시 靈區를 바다에 들어가 구할 것이 아니로다.)
41. 어느 고을에서 김삿갓이 시를 잘 한다는 시객과 막걸리 내기를 하였는데 시객이 운자로 '銅' '態 .'蚣'을 부르자 김삿갓이 그 운을 부르는대로 시로써 답을 하여 막걸리를 얻어먹었다고 한다.
主人呼韻太環銅 주인호운태환동(주인이 부르는 운자가 너무 '고리'고 '구리'니)
我不以音以鳥態 아불이음이조태(나는 음으로 하지 않고 '새김'으로 해야겠다.)
濁酒一盆速速來 탁주일분속속래(막걸리 한동이를 재빨리 가져오게)
今番來期尺四蚣 금번래기척사공(이번 '내기'에는 '자네'가 진 것이네)
42.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이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曲木爲椽첨着塵 곡목위연첨착진(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 기간여두근용신(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 평생불욕장요굴(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 차야난모일각신(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 서혈연통혼사칠(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窓茅隔亦無晨 봉창모격역무신(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 수연면득의관습(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 임별은근사주인(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43. 풍속박(風俗薄)
斜陽鼓立兩柴扉 사양고립양시비(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三被主人手却揮 삼피주인수각휘(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杜宇亦知風俗薄 두우역지풍속박(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隔林啼送不如歸 격림제송불여귀(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44. 난빈(難貧) :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 지상유선선견부(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 인간무죄죄유빈(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 막도빈부별유종(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 빈자환부부환빈(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45. 숙농가(宿農家)
* 여와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천지를 만들었다는 인물, 천황씨는 전설에 나오는 고 대 중
국 임금.
終日緣溪不見人 종일연계불견인(골짜기 따라 종일 가도 사람을 못 보다가)
幸尋斗屋半江濱 행심두옥반강빈(다행히도 오두막집을 강가에서 찾았네)
門塗女와元年紙 문도여와원년지(문을 바른 종이는 여와 시절 그대로고)
房掃天皇甲子塵 방소천황갑자진(방을 쓸었더니 천황씨 갑자년 먼지일세.)
光黑器皿虞陶出 광흑기명우도출(거무튀튀한 그릇들은 순임금이 구워냈고)
色紅麥飯漢倉陳 색홍맥반한창진(불그레한 보리밥은 한나라 창고에서 묵은 것일세.)
平明謝主登前途 평명사주등전도(날이 밝아 주인에게 사례하고 길을 나섰지만)
若思經宵口味幸 약사경소구미행(지난밤 겪은 일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구나.)
46. 과안락견오(過安樂見오)
★ 벽곡은 신선이 되기 위해 곡식을 먹지 않고 수련하는 방법. 안락성에서 안락하지 않게 밤을 지냈음을 풍자했다.
安樂城中欲暮天 안락성중욕모천(안락성을 지나다가 배척받고 안락성안에 날이 저무는데)
關西孺子聳詩肩 관서유자용시견(관서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村風厭客遲炊飯 촌풍염객지취반(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 짓기는 미루면서)
店俗慣人但索錢 점속관인단색전(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虛腹曳雷頻有響 허복예뢰빈유향(빈 배에선 자주 천둥 소리가 들리는데)
破窓透冷更無穿 파창투냉갱무천(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朝來一吸江山氣 조래일흡강산기(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번 마셨으니)
試向人間벽穀仙 시향인간벽곡선(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47. 사향(思鄕) : 고향 생각
★ 오야(五夜)는 오경(五更)으로 오전 3시부터 5시 까지이다.
西行己過十三州 서행기과십삼주(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此地猶然惜去留 차지유연석거유(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雨雪家鄕人五夜 우운가향인오야(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山河逆旅世千秋 산하역려세천추(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
莫將悲慨談靑史 막장비개담청사(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須向英豪問白頭 수향영호문백두(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玉館孤燈應送歲 옥관고등응송세(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夢中能作故園遊 몽중능작고원유(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48. 즉음(卽吟) : 즉흥적으로 읊다
★ 진중자(陳仲子)는 제나라 오릉(於陵)에 살았던 청렴한 선비.
坐似枯禪反愧髥 좌사고선반괴염(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風流今夜不多兼 풍류금야부다겸(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燈魂寂寞家千里 등혼적막가천리(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
月事肅條客一첨 월사숙조객일첨(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紙貴淸詩歸板粉 지귀청시귀판분(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肴貧濁酒用盤鹽 효빈탁주용반염(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瓊거亦是黃金販 경거역시황금판(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莫作於陵意太廉 막작어릉의태염(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49. 자고우음(自顧偶吟) :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 세속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자신의 생활을 감회에 젖어 읊은 시이다.
笑仰蒼穹坐可超 소앙창궁좌가초(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回思世路更초초 회사세로경초초(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
居貧每受家人謫 거빈매수가인적(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亂飮多逢市女嘲 난음다봉시녀조(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萬事付看花散日 만사부간화산일(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一生占得月明宵 일생점득월명소(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也應身業斯而已 야응신업사이이(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
漸覺靑雲分外遙 점각청운분외요(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겠네)
50. 다수부(多睡婦) : 잠 많은 아낙네
西隣愚婦睡方濃 서린우부수방농(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不識蠶工況也農 부식잠공황야농(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機閑尺布三朝織 기한척포삼조직(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杵倦升粮半日春 저권승량반일춘(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弟衣秋盡獨稱搗 제의추진독칭도(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姑襪冬過每語縫 고말동과매어봉(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蓬髮垢面形如鬼 봉발구면형여귀(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偕老家中却恨逢 해로가중각한봉(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51. 상배자만(喪配自輓) : 아내를 장사지내고
★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을 대신하여 지은 시이다.
아내가 떠난 집에 제비가 찾아오고 복숭아 꽃이 피니, 아내를 그리는 정이 더욱 간절해짐을 표현했다.
遇何晩也別何催 우하만야별하최(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未卜其欣只卜哀 미복기흔지복애(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祭酒惟餘醮日釀 제주유여초일양(제삿술은 아직도 초례 때 빚은 것이 남았고)
襲衣仍用嫁時裁 습의잉용가시재(염습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窓前舊種少桃發 창전구종소도발(창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
簾外新巢雙燕來 염외신소쌍연래(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賢否卽從妻母問 현부즉종처모문(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
其言吾女德兼才 기언오녀덕병재(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52. 증기(贈妓) : 기생에게 지어 주다
★ 주선(酒仙)은 술을 즐기는 김삿갓 자신. 시은(市隱)은 도회지에 살면서도 은자같이 지내는 사람.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이라고 하여달, 자신, 자연
却把難同調 각파난동조(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
還爲一席親 환위일석친(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
酒仙交市隱 주선교시은(주선(酒仙)이 시은(市隱)과 사귀는데)
女俠是文人 여협시문인(이 여협객은 문장가일세.)
太半衿期合 태반금기합(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
成三意態新 성삼의태신(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
相携東郭月 상휴동곽월(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
醉倒落梅春 취도락매춘(매화꽃 떨어지듯 취해서 쓰러지네.)
53. 노음(老吟) : 늙은이가 읊다
★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부귀하면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진다고 했다.
오복(五福)의 첫째는 장수(長壽)라 하나 늙으면 버림받고 외로워지니 요임금이 이를 알고 장수(長壽)는 다욕(多辱)이라 했다.
五福誰云一曰壽 오복수운일왈수(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堯言多辱知如神 요언다욕지여신(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 같네.)
舊交皆是歸山客 구교개시귀산객(옛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
新少無端隔世人 신소무단격세인(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
筋力衰耗聲似痛 근력쇠모성사통(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
胃腸虛乏味思珍 위장허핍미사진(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內情不識看兒苦 내정부식간아고(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
謂我浪遊抱送頻 위아랑유포송빈(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54. 노인자조(老人自嘲) : 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 김삿갓이 노인의 청을 받아 지은 것으로, 기력이 쇠해서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도가(道家)의 경전을 읽으며 허무에 심취한 것을 읊었다.
八十年加又四年 팔십년가우사년(여든 나이에다 또 네 살을 더해)
非人非鬼亦非仙 비인비귀역비선(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신선은 더욱 아닐세.)
脚無筋力行常蹶 각무근력행상궐(다리에 근력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고)
眼乏精神坐輒眠 안핍정신좌첩면(눈에도 정기가 없어 앉았다 하면 조네.)
思慮語言皆妄녕 사려어언개망녕(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망령인데)
猶將一縷線線氣 유장일루선선기(한 줄기 숨소리가 목숨을 이어가네.)
悲哀歡樂總茫然 비애환락총망연(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아득키만 한데)
時閱黃庭內景篇 시열황정내경편(이따금 황정경 내경편을 읽어보네.)
55. 조연장관자(嘲年長冠者) : 갓 쓴 어른을 놀리다
方冠長竹兩班兒 방관장죽양반아(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新買鄒書大讀之 신매추서대독지(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白晝후孫初出袋 백주후손초출대(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黃昏蛙子亂鳴池 황혼와자난명지(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56. 훈계훈장(訓戒訓長) : 훈장을 훈계하다
★ 김삿갓이 강원도 어느 서당을 찾아가니 마침 훈장은 학동들에게 고대의 문장을 강의하고 있는데 주제넘게도 그 문장을 천시하는 말을 하고 김삿갓을 보자 멸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훈장의 허세를 꼬집는 시를 지었다.
化外頑氓怪習餘 화외완맹괴습여(두메산골 완고한 백성이 괴팍한 버릇 있어)
文章大塊不平噓 문장대괴불평허(문장 대가들에게 온갖 불평을 떠벌리네.)
여盃測海難爲水 여배측해난위수(종지 그릇으로 바닷물을 담으면 물이라 할 수 없으니)
牛耳誦經豈悟書 우이송경기오서(소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달으랴.)
含黍山間奸鼠爾 함서산간간서이(너는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
凌雲筆下躍龍余 능운필하약용여(나는 날아오르는 용이라서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
罪當笞死姑舍己 죄당태사고사기(네 잘못이 매 맞아 죽을 죄이지만 잠시 용서하노니)
敢向尊前語詰거 감향존전어힐거(다시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말장난 말라.)
57. 훈장(訓長)
★ 김삿갓은 방랑 도중 훈장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훈장에 대한 그의 감정은 호의적 이지 못해서 얄팍한 지식으로 식자(識者)인 체하는 훈장을 조롱하는 시가 여럿 있다.
世上誰云訓長好 세상수운훈장호(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無烟心火自然生 무연심화자연생(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曰天曰地靑春去 왈천왈지청춘거(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云賦云詩白髮成 운부운시백발성(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雖誠難聞稱道賢 수성난문칭도현(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暫離易得是非聲 잠리이득시비성(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掌中寶玉千金子 장중보옥천금자(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請囑撻刑是眞情 청촉달형시진정(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 마음일세.)
58. 조산촌학장(嘲山村學長) : 산골 훈장을 놀리다
★ 풍헌(風憲)은 조선 시대 향직(鄕職)의 하나.
山村學長太多威 산촌학장태다위(산골 훈장이 너무나 위엄이 많아)
高着塵冠揷唾排 고착진관삽타배(낡은 갓 높이 쓰고 가래침을 내뱉네.)
大讀天皇高弟子 대독천황고제자(천황을 읽는 놈이 가장 높은 제자고)
尊稱風憲好明주 존칭풍헌호명주(풍헌이라고 불러 주는 그런 친구도 있네.)
每逢兀字憑衰眼 매봉올자빙쇠안(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 핑계대고)
輒到巡杯籍白鬚 첩도순배적백수(술잔 돌릴 땐 백발 빙자하며 잔 먼저 받네)
一飯횡堂生色語 일반횡당생색어(밥 한 그릇 내주고 빈 집에서 생색내는 말이)
今年過客盡楊州 금년과객진양주(올해 나그네는 모두가 서울 사람이라 하네.)
59. 가련기시(可憐妓詩) : 가련에게
★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 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可憐行色可憐身 가련행색가련신(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 가련문전방가련(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可憐此意傳可憐 가련차의전가련(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可憐能知可憐心 가련능지가련심(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60. 이별(離別)
可憐門前別可憐 가련문전별가련(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可憐行客尤可憐 가련행객우가련(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可憐莫惜可憐去 가련막석가련거(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불망귀가련(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61. ★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매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 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 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街上初見 가상초견(길가에서 처음 보고)
芭經一帙誦分明 파경일질송분명(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客駐程참忽有情 객주정참홀유정(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虛閣夜深人不識 허각야심인불식(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테니)
半輪殘月已三更 반륜잔월이삼경(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거요)
-金笠詩
難掩長程十目明 난엄장정십목명(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有情無語似無情 유정무어사무정(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踰墻穿壁非難事 유장천벽비난사(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曾與農夫誓不更 증여농부서불경(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女人詩
62. 영영(詠影) : 그림자
進退隨농莫汝恭 진퇴수농막여공(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汝농酷似實非농 여농혹사실비농(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月斜岸面篤魁狀 월사안면독괴상(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日午庭中笑矮容 일오정중소왜용(밝은 대낯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枕上若尋無覓得 침상약심무멱득(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燈前回顧忽相逢 등전회고홀상봉(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心雖可愛終無信 심수가애종무신(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종내 말이 없다가)
不映光明去絶踪 불영광명거절종(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네.)
★ 아직 그의 파격적인 희롱의 시편들을 예감하기에는 이르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잉태하고 있는 시의 파괴적인 상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의 내용에서 어떤 우수나 비애도 내비치지 않은 냉철한 서술이 있는데 바로 이 서술에서 그의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얼핏 내보이고 있다.
63. 조지관(嘲地官) : 지관을 놀리다.
風水先生本是虛 풍수선생본시허(풍수 선생은 본래 허망된 말만 하는 사람이라)
指南指北舌飜空 지남지북설번공(남이다 북이다 가리키며 부질없이 혀를 놀리네.)
靑山若有公侯地 청산약유공후지(청산 속에 만약 명당 자리가 있다면)
何不當年葬爾翁 하불당년장이옹(어찌 네 아비를 파묻지 않았나.)
64. 조지사(嘲地師) : 지사를 조롱함.
★ *이순풍(李淳風)은 당나라 사람으로 역산(曆算)에 밝았고 혼천의(渾天儀)를 만들었다.
*천체의 형상도 모르면서 땅의 이치를 안답시고 명당이라는 곳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누비고 다녔으나 모두 헛수고를 한 것이니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조롱을 했다.
可笑龍山林處士 가소용산임처사(가소롭구나 용산에 사는 임처사여)
暮年何學李淳風 모년하학이순풍(늘그막에 어찌하여 이순풍을 배웠나.)
雙眸能貫千峰脈 쌍모능관천봉맥(두 눈으로 산줄기를 꿰뚫어 본다면서두)
兩足徒行萬壑空 양족도행만학공(다리로 헛되이 골짜기를 헤매네.)
顯顯天文猶未達 현현천문유미달(환하게 드러난 천문도 오히려 모르면서)
漠漠地理豈能通 막막지리기능통(보이지 않는 땅 속 일을 어찌 통달했으랴.)
不如歸飮重陽酒 불여귀음중양주(차라리 집에 돌아가 중양절 술이나 마시고)
醉抱瘦妻明月中 취포수처명월중(달빛 속에서 취하여 여윈 아내나 안아 주시게.)
65. 박(博) : 장기
★ 주객(酒客)과 시우(詩友)가 대청마루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읊었다.
포(包), 상(象), 차(車), 마(馬)의 활약이 잘 묘사되어 있다.
酒老詩豪意氣同 주로시호의기동(술친구나 글 친구들이 뜻이 맞으면)
戰場方設一堂中 전장방설일당중(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
飛包越處軍威壯 비포월처군위장(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장해지고)
猛象준前陳勢雄 맹상준전진세웅(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
直走輕車先犯卒 직주경차선범졸(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
橫行駿馬每窺宮 횡행준마매규궁(옆으로 달리는 날쌘 말이 궁을 엿보네.)
殘兵散盡連呼將 잔병산진연호장(병졸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장군을 부르자)
二士難存一局空 이사난존일국공(두 사가 견디다 못해 장기판을 쓸어 버리네.)
66. 기(棋) : 바둑
★ 사호(四皓)는 진시황 때 난을 피해 상산(商山)에 숨은 네 은사(隱士).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녹里先生). *삼청(三淸)은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으로 신선들이 산다는 궁의 이름이다.
縱橫黑白陳如圍 종횡흑백진여위(흑백이 종횡으로 에워싼 것처럼 진을 치니)
勝敗專由取舍機 승패전유취사기(승패는 오로지 때를 잡고 못 잡음에 달렸네.)
四皓閑秤忘世坐 사호한칭망세좌(사호가 은거하여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
三淸仙局爛柯歸 삼청선국난가귀(삼청 신선들 대국에 도끼자루 다 썩더라.)
詭謨偶獲擡頭點 궤모우획대두점(뜻밖의 속임수로 세력 뻗을 점도 얻고)
誤着還收擧手揮 오착환수거수휘(잘못 두고 물러 달라 손 휘두르기도 하는구나.)
半日輪영更挑戰 반일윤영갱도전(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
丁丁然響到斜輝 정정연향도사휘(바둑알 치는 소리에 석양이 빛나네.)
67. 안경(眼鏡)
★ 각 행의 끝나는 글자들이 모두 동물 이름이다.
갈매기 구(鷗), 소 우(牛), 범 호 (虎), 원숭이 후(후), 사슴 록(鹿), 비둘기 구(鳩), 눈 안(眼), 당나귀 류(류) *접을 수 있는 안경 다리가 두루미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학슬(鶴膝)이라 불렀다.
*오정(烏精)은 거무스럼한 안경알을 가리킨다.
江湖白首老如鷗 강호백수노여구(강호에 사람이 늙어 갈매기처럼 희어졌는데)
鶴膝烏精價易牛 학슬오정가역우(검은 알에 흰 테 안경을 쓰니 소 한 마리 값일세.)
環若張飛준蜀虎 환약장비준촉호(고리눈은 장비와 같아 촉나라 범이 웅크려 앉았고)
瞳成項羽沐荊후 동성항우목형후(겹눈동자는 항우와 같아 목욕한 초나라 원숭이일세.)
삽疑濯濯穿籬鹿 삽의탁탁천리록(얼핏보면 알이번쩍여 울타리를 빠져나가는 사슴 같은데)
快讀關關在渚鳩 쾌독관관재저구(노인이 시경 관저편을 신나게 읽고 있네)
少年多事懸風眼 소년다사현풍안(소년은 일도 없이 멋으로 안경 걸치고봄)
春陌堂堂倒紫류 춘맥당당도자류(언덕으로 당나귀 거꾸로 타고 당당히 다니네.)
68. 마석(磨石) : 맷돌
★ *돌로 만든 무생물체도 그가 노래하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태어났다.
誰能山骨作圓圓 수능산골작원원(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 천이순환지자안(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 은은뇌성수수거(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 사방비설낙잔잔(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69. 전(錢) : 돈
★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게 만드는 것이 돈이니 당시에도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 거복환래래복거(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生能死捨死能生 생능사사사능생(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70. 낙화음(落花吟) : 떨어진 꽃
★ *초목과 꽃이 풍성한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여 읊은 작품이다.
曉起飜驚滿山紅 효기번경만산홍(새벽에 일어나 온 산이 붉은 걸 보고 놀랐네.)
開落都歸細雨中 개락도귀세우중(가랑비 속에 피었다 가랑비 속에 지네.)
無端作意移粘石 무단작의이점석(끝없이 살고 싶어 바위 위에도 달라붙고)
不忍辭枝倒上風 불인사지도상풍(가지를 차마 떠나지 못해 바람 타고 오르기도 하네.)
鵑月靑山啼忽罷 견월청산제홀파(두견새는 푸른 산에서 슬피 울다가 그치고)
燕泥香逕蹴全空 연니향경축전공(제비는 진흙에 붙은 꽃잎을 차다가 그저 올라가네.)
繁華一度春如夢 번화일도춘여몽(번화한 봄날이 한차례 꿈같이 지나가자)
坐嘆城南頭白翁 좌탄성남두백옹(머리 흰 성남의 늙은이가 앉아서 탄식하네.)
71. 설중한매(雪中寒梅) : 눈 속의 차가운 매화
雪中寒梅酒傷妓 설중한매주상기(눈 속에 핀 차가운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 같고)
風前槁柳誦經僧 풍전고류송경승(바람 앞에 마른 버들은 불경을 외는 중 같구나)
栗花落花尨尾短 율화낙화방미단(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榴花初生鼠耳凸 유화초생서이철(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족한 쥐의 귀 같구나.)
72. (雪日) :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어느 절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청하자 중이 거절했다.
김삿갓이 절을 나가려 하자 혹시 김삿갓이 아닌가 생각하고 시를 짓게 했다. 혹(或), 역(亦), 벽(壁), 막(莫) 같은 어려운 운을 불러 괴롭혔지만 이 시를 짓고 잠을 자게 되었다.
雪日常多晴日或 설일상다청일혹(늘 눈이 내리더니 어쩌다 개어)
前山旣白後山亦 전산기백후산역(앞산이 희어지고 뒷산도 희구나)
推窓四面琉璃壁 추창사면유리벽(창문을 밀쳐 보니 사면이 유리벽이라)
分咐寺童故掃莫 분부사동고소막(아이에게 시켜서 쓸지 말라고 하네.)
73. 눈(雪) : 눈
★*천황씨와 인황씨는 고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임금이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을 임금의 죽음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에 비유하였다.
天皇崩乎人皇崩 천황붕호인황붕(천황씨가 죽었나 인황씨가 죽었나)
萬樹靑山皆被服 만수청산개피복(나무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네.)
明日若使陽來弔 명일약사양내조(밝은 날에 해가 찾아와 조문한다면)
家家첨前淚滴滴 가가첨전누적적(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 뚝뚝 흘리겠네.)
74. 조(蚤) : 벼룩
★*벼룩의 모양과 습성을 묘사하고 벼룩에 물린 사람의 피부를 복숭아꽃이 만발한 봄 경치에 비유하였다.
貌似棗仁勇絶倫 모사조인용절륜(모습은 대추씨 같지만 용기가 뛰어나)
半風爲友蝎爲隣 반풍위우갈위린(이와는 친구 삼고 전갈과는 이웃일세.)
朝從席隙藏身密 조종석극장신밀(아침에는 자리 틈에 몸을 숨겨 찾을 수 없고)
暮向衾中犯脚親 모향금중범각친(저녁에는 이불 속에 다리 물려고 가까이 오네.)
尖嘴嚼時心動索 첨취작시심동색(뾰족한 주둥이에 물릴 때마다 찾아볼 마음이 생기고)
赤身躍處夢驚頻 적신약처몽경빈(알몸으로 튈 때마다 단꿈이 자주 깨네.)
平明點檢肌膚上 평명점검기부상(밝은 아침에 일어나 살갗을 살펴보면)
剩得桃花萬片春 잉득도화만편춘(복사꽃 만발한 봄날 경치를 보는 것 같네.)
75. 노우(老牛) : 늙은 소
★*세월의 무상함은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은 소를 보고서도 세월이 앗아간 전날의 혈기 넘쳤던 때를 생각할 수 있다.
瘦骨稜稜滿禿毛 수골릉릉만독모(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傍隨老馬兩分槽 방수노마양분조(늙은 말 따라서 마굿간을 같이 쓰네.)
役車荒野前功遠 역거황야전공원(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공은 멀어지고)
牧竪靑山舊夢高 목수청산구몽고(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 같아라.)
健우常疎閑臥圃 건우상소한와포(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苦鞭長閱倦登皐 고편장열권등고(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可憐明月深深夜 가련명월심심야(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
回憶平生만積勞 회억평생만적노(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76. 송병(松餠) : 송편
★*새알을 만들고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고 반달 같은 송편을 먹는 묘사에서 시인의 관찰력과 재치를 볼 수 있다.
手裡廻廻成鳥卵 수리회회성조란(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 지두개개합방순(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 금반삭립봉천첩(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輪 옥저현등월반륜(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77. 백구시(白鷗時) : 갈매기
沙白鷗白兩白白 사백구백양백백(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不辨白沙與白鷗 불변백사여백구(모래와 갈매기를 분간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 어가일성홀비거(어부가(漁夫歌) 한 곡조에 홀연히 날아 오르니)
然後沙沙復鷗鷗 연후사사부구구(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78. 입금강(入金剛) : 금강산에 들어가다.
★*봄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緣靑碧路入雲中 연청벽로입운중(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樓使能詩客住공 누사능시객주공(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龍造化含飛雪瀑 용조화함비설폭(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劒精神削揷天峰 검정신삭삽천봉(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仙禽白幾千年鶴 선금백기수년학(속세 떠난 흰 학은 몇천 년이나 살았는지)
澗樹靑三百丈松 간수청삼백장송(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길이나 되어 보이네.)
僧不知吾春睡腦 승부지오춘수뇌(스님은 내가 봄잠 즐기는 것도 알지 못하고 )
忽無心打日邊鐘 홀무심타일변종(무심하게 낮종을 치고 있구나.)
79. 답승금강산시(答僧金剛山詩) :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百尺丹岩桂樹下 백척단암계수하(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柴門久不向人開 시문구불향인개(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나 ?)
今朝忽遇詩仙過 금조홀우시선과(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하고)
喚鶴看庵乞句來 환학간암걸구래 [僧](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矗矗尖尖怪怪奇 촉촉첨첨괴괴기(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人仙神佛共堪凝 인선신불공감응(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平生詩爲金剛惜 평생시위금강석(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
詩到金剛不敢詩 시도금강불감시 [笠](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80. 묘향산시(妙香山詩)
★*평소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묘향산의 겹겹이 둘러싸인 산세와 산봉우리의 빼어남을 노래하였다.
平生所欲者何求 평생소욕자하구(평생 소원이 무엇이었던가.)
每擬妙香山一遊 매의묘향산일유(묘향산에 한번 노니는 것이었지.)
山疊疊千峰萬인 산첩첩천봉만인(산 첩첩 천 봉 만 길에길 )
路層層十步九休 노층층십보구휴(층층 열 걸음에 아홉 번은 쉬네.)
81. 구월산봉(九月山峰) : 구월산
昨年九月過九月 작년구월과구월(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今年九月過九月 금년구월과구월(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年年九月過九月 연연구월과구월(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九月山光長九月 구월산광장구월(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82. 금강산(金剛山)
★*운의 반복으로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높혔다.
松松栢栢岩岩廻 송송백백암암회(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바위와 바위를 도니 )
水水山山處處奇 수수산산처처기(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83. 상경(賞景) : 경치를 즐기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방랑의 동반자요 거처 가 되었으니 발길 닿은 산천경개는 모두 그의 노래가 되었다.
화가가 아름다운 봄의 경치는 그릴 수 있겠지만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 소리는 어떻게 그려 낼 수 있겠는가.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
山靑石白間間花 산청석백간간화(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 약사화공모차경(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何 기어림하조성하(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84. 영남술회(嶺南述懷)
★*아무리 남쪽 지방의 경치가 좋다한들 집으로 돌아가 물가에 핀 매화 보는 것만 못 하니 망향대에 올라 고향을 떠난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읊고 있다.
超超獨倚望鄕臺 초초독의망향대(높다란 망향대에 나 홀로 기대 서서)
强壓覇愁快眼開 강압기수쾌안개(나그네 시름을 억누르고 사방을 둘러 보았네.)
與月經營觀海去 여월경영관해거(달을 따라 드나드는 바다도 둘러보고)
乘花消息入山來 승화소식입산래(꽃소식 알고 싶어 산 속으로 들어왔네.)
長遊宇宙餘雙履 장유우주여쌍극(오랫동안 세상 떠돌다 보니 나막신 한 짝만 남았는데)
盡數英雄又一杯 진수영웅우일배(영웅들을 헤아리며 술 한 잔을 다시 드네.)
南國風光非我土 남국풍광비아토(남국의 자연이 아름다워도 내 고장 아니니)
不如歸對漢濱梅 불여귀대한빈매(한강으로 돌아가 매화꽃이나 보는 게 낫겠네.)
85. 회양과차(淮陽過次) : 회양을 지나다가
★*'낭'은 足(족)부에 良, '창'은 足(족)부에 倉.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山中處子大如孃 산중처자대여양(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緩著粉紅短布裳 완저분홍단포상(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赤脚낭창羞過客 적각낭창수과객(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
松籬深院弄花香 송리심원농화향(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86. 과보림사(過寶林寺) : 보림사를 지나며
★*보림사는 전남 장흥 가지산에 있는절, 용천사는 전남 함평 무악산에 있는 절이다.
窮達在天豈易求 궁달재천개이구(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쉽게 구하랴.)
從吾所好任悠悠 종오소호임유유(내가 좋아하는 대로 유유히 지내리라.)
家鄕北望雲千里 가향북망운천리(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 천 리 아득한데)
身勢南遊海一구 신세남유해일구(남쪽에 떠도는 내 신세는 바다의 물거품일세.)
掃去愁城盃作추 소거수성배작추(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 버리고)
釣來詩句月爲鉤 조래시구월위구(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
寶林看盡龍泉又 보림간진용천우(보림사를 다 보고나서 용천사에 찾아오니)
物外閑跡共比丘 물외한적공비구(속세 떠나 한가한 발길이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87. 한식일등북루음(寒食日登北樓吟) :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럼 들려 왔다.
十里平沙岸上莎 십리평사안상사(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素衣靑女哭如歌 소의청녀곡여가(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可憐今日墳前酒 가련금일분전주(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 양득아랑수종화(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88. 범주취음(泛舟醉吟) :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 * 신풍(新豊)은 한대(漢代)의 현(縣) 이름으로 신풍미주(新豊美酒)라 하여 좋은 술 이 나왔다고 함.
* 항우(項羽)는 초(楚)나라를 세워 한나라 유방과 함께 진나라를 멸망시킨 영웅.
* 소진(蘇秦)은 중국 전국시대에 말 잘하던 유세객(遊設客)이다.
* 지금 김삿갓이 놀고 있는 강은 소동파가 적벽부(赤壁賦)를 읊었던 그 적벽강은 아니지만 땅은 맛있는 술이 나왔던 신풍과 닮았다.
오늘날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항우 같은 힘을 낼 수도 있고 술에 취하면 말 잘하는 소진도 될 수 있다.
江非赤壁泛舟客 강비적벽범주객(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地近新豊沽酒人 지근신풍고주인(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今世英雄錢項羽 금세영웅전항우(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
當時辯士酒蘇秦 당시변사주소진(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89. 원생원(元生員) : 원생원
★*김삿갓이 북도 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 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생원(元生員), 서진사(徐進士), 문첨지(文僉知), 조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日出猿生原 일출원생원(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猫過鼠盡死 묘과서진사(고양이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黃昏蚊簷至 황혼문첨지(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夜出蚤席射 야출조석사(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90. 난피화(難避花) : 피하기 어려운 꽃
★*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靑春抱妓千金開 청춘포기천금개(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白日當樽萬事空 백일당준만사공(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 홍비원천이수수(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 접과청산난피화(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91. 기생합작(妓生合作) : 기생과 함께 짓다.
★*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삿갓(金笠) 平壤妓生何所能 평양기생하소능(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기생(妓生) 能歌能舞又詩能 능가능무우시능(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삿갓(金笠) 能能其中別無能 능능기중별무능(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기생(妓生) 月夜三更呼夫能 월야삼경호부능(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92. 옥구김진사(沃溝金進士)
★*김삿갓이 옥구 김 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돈 두 푼을 주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 김 진사가 이 시를 보고 자기 집에다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옥구 김 진사가)
與我二分錢 여아이분전(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一死都無事 일사도무사(한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平生恨有身 평생한유신(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93. 창(窓)
★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窓)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 (巴)와 긁을 파(爬)를 운으로 불렀다.
十字相連口字橫 십자상연구자횡(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間間棧道峽如巴 간간잔도협여파(사이사이 험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隣翁順熟低首入 인옹순숙저수입(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稚子難開擧手爬 치자난개거수파(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94. 양반론(兩班論)
★* 김 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 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彼兩班此兩班 피양반차양반(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班不知班何班 반부지반하반(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朝鮮三姓其中班 조선삼성기중반(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駕洛一邦在上班 가락일방재상반(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來千里此月客班 내천리차월객반(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好八字今時富班 호팔자금시부반(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觀其爾班厭眞班 관기이반염진반(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客班可知主人班 객반가지주인반(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95. 암야방홍련(暗夜訪紅蓮) :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 호(洞庭湖)를 말한다.
* 홍련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探香狂蝶半夜行 탐향광접반야행(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百花深處摠無情 백화심처총무정(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欲採紅蓮南浦去 욕채홍련남포거(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洞庭秋波小舟驚 동정추파소주경(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96. 언문풍월(諺文風月)
★* 서당에서 있을 유(有)자와 술 주(酒)자를 운으로 부르자 언문(한글)과 한자를 조합하여 지었다.
靑松듬성담성立 청송듬성담성립이요(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人間여기저기有 인간여기저기유라.(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所謂엇뚝삣뚝客 소위엇뚝삣뚝객이(엇득 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平生쓰나다나酒 평생쓰나다나주라.(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97. 개춘시회작(開春詩會作) : 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醉眼朦朧 굶어觀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作하니 : 언문진서섞어작하니(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是耶非耶皆吾子라. : 시야비야개오자라.(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98. 독가소제(犢價訴題) : 송아지 값 고소장
★*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 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값을 받아 주었다.
四兩七錢之犢을 : 사양칠전지독을(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放於靑山綠水하야 : 방어청산녹수하야(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養於靑山綠水러니 : 양어청산녹수러니(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隣家飽太之牛가 : 인가포태지우가(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用其角於此犢하니 : 용기각어차독하니(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如之何卽可乎리요. : 여지하즉가호리요(어찌하면 좋으리까.)
99.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 : 서당 욕설시
★*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 나는 대로 읽어야 제맛이 난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100. 욕공씨가(辱孔氏家) : 공씨네 집에서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臨門老尨吠孔孔 임문노방폐공공(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知是主人姓曰孔 지시주인성왈공(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黃昏逐客緣何事 황혼축객연하사(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恐失夫人脚下孔 공실부인각하공(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101. 허언시(虛言詩)
★*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으랴.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헛된 말 장난으로 그림으로써 당시 사회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靑山影裡鹿抱卵 청산영리녹포란(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白雲江邊蟹打尾 백운강변해타미(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夕陽歸僧계三尺 석양귀승계삼척(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樓上織女囊一斗 누상직녀낭일두(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102. 호지화초(胡地花草) : 오랑캐 땅의 화초
★*호(胡)자에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103. 낙민루(樂民樓 . 落民淚)
* 관찰사가 집무 보는 관아를 선화당이라고 하였다.
*구절마다 동음이의어를 써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했다. 宣化堂(선정을 베푸는 집) 宣火黨(화적 같은 도둑떼) 樂民樓(백성들이 즐거운 집) 落民淚(백성들이 눈물 흘리다) 咸鏡道(함경도) 咸驚逃(모두 놀라 달아나다), 趙岐泳(조기영) 兆豈永(어찌 오래 가겠는가)
宣化堂上宣火黨 선화당상선화당(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樂民樓下落民淚 낙민루하낙민루(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咸鏡道民咸驚逃 함경도민함경도(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趙岐泳家兆豈永 조기영가조기영(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길따라 발길따라]의 <영월 김삿갓 문학관을 가다>와 <영월 김삿갓 유적지>에서 김삿갓의 시를 더 볼수 있습니다
작성자 자원
[출처] 한시속의 해학 김삿갓 -/김삿갓 김병연 시 모음| 작성자 좋은마음
104. 추미애가 정신병을
秋美哀歌靜晨竝 추미애가 정신병(가을날 곱고 슬픈 노래가 새벽에 고요히 퍼지니)
雅霧來到美親然 아무래도 미친연(아름다운 안개가 홀연히 와 가까이 드리운다.)
凱發小發皆雙然 개발소발 개쌍연(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둘 다 그러하여)
愛悲哀美竹一然 애비애미 죽일연(사랑은 슬프고 애잔하며 아름다움이 하나인 듯 하네).
105. 失題 (실제) : 제목을 잃어 버린 시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許多韻字何呼覓 허다운자하호멱(수많은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 피멱유난황차멱(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一夜宿寢懸於覓 일야숙침현어멱(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 산촌훈장단지멱(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106. 제사집욕하기
★이것이 한자로 쓰여 있다면 모욕을 당하고 있는 이 불운한 사람들이 詩가 너무도 분명하게 들려 주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는 사실에 아이러니가 있다.
해마다 섣달이면 十五夜 밤에 네집의 제사에는 乃早知라. 제사에 올린 음식에는 用刀疾을 치노니 헌관과 집사는 모두 皆告謁 같도다.
年年臘月十五夜 년년랍월십오야(해마다 돌아오는 섣달 보름날 밤은)
君家祭祀乃早知 군가제사내조지(그대 집의 제사인 줄 이내 알았노라.)
祭尊登物用刀疾 재존등물용도질(제사에 올린 음식은 칼솜씨가 빨라서)
獻官執事皆告謁 헌관집사개고알(헌관과 집사는 모두 있는 정성을 다하였도다)
107. 고유명사를 이용 모욕주기
固有名詞를 이용하여 시에 말장난을 넣음으로써 모욕을 당하는 종류도 있다.
그러나 외설적인 것은 아니다.
네 사람의 양반, 이른바 선비님네들이 앉아서 상투적 문구를 주고 받고 있었다.
삿갓이 그들의 토론에 대해 시를 한 수 지으니
六月災天鳥坐睡(趙坐首) 유월재천조좌수(六月災天에 새가 앉아 졸고)
九月凉風蠅盡死(承進仕) 구월량풍승진사(九月凉風에 파리가 다 죽더라)
月出東嶺蚊簷至(文僉知) 월출동령문첨지(달이 東嶺에 나매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日樂西山烏向巢(吳鄕首) 일락서산오쟝소(해가 西山에 떨어지매 가마귀가 둥우리로 향했더라)
108. 욕윤씨(辱尹氏) : 윤씨 모욕주기
삿갓은 尹씨의 마을에서 푸대접을 받고는 그 울분을 토한 짧은 詩이나 통렬하다.
왜냐면 소「丑」자에 꼬리가 붙으니 ‘尹’자가 되기 때문이다.
東林山下春草綠 동림산하춘초록(동림산 아래에 봄풀이 푸르니)
大丑小丑揮長尾 대축소축취장미(큰 소와 작은 소가 긴 꼬리를 흔들더라.)
五月端陽愁裡過 오월단양수리과(오월 단오에는 잡힐가 해서 근심 속에서 지내었고)
八月秋夕亦可畏 팔월추석역가외(팔월추석에는 또한 죽을까 봐서 두려웁도다)
109. 서당학생모집홍보글
★ 시인은 방랑중 돈이 떨어진 김삿갓은 임시로 글을 가르쳐 돈을 벌려 했는데, 자기에게 와서 배우라는 의미로 自知면 晩知고 補知면 早知다 (혼자서 알려 하면 늦게 알게되고 도움받아 알려 하면 빨리 알게 된다.)라고 써 붙였다.
내용만 본다면 홍보용으로 적합한 내용이지만 한자의 음만 읽으면, “자지면 만지고 보지면 조지다” 라는 더럽게 저속한 섹드립이 된다.
110. 여성 거문고연주자를 대놓고 성희롱하는 시
★ 음만 읽는다면 이년 십구녕, 내조지 슬금, 쏙쏙박고자, 물난보지음
爾年十九齡 이년십구령 ( 너의 나이 열아홉에)
乃早知瑟琴 내조지슬금 ( 일찍이도 거문고를 탈 줄 알고)
速速拍高低 속속박고저 ( 박자와 고저 장단을 빨리도 알아서)
勿難譜知音 물난보지음 ( 어려운 악보와 음을 깨우첬구나)
111. 어떤 여성을 상대로 비처녀 논쟁도 했다.
★ 해석(1)하면 쓸 곳도 없는 물건이 크기는 쓸데없이 크다는 뜻이다.
해석(2)하면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 알아서 크고, 넓어진다는 뜻이다.(해석1이 이상하다)
(김삿갓)
毛深內闊 모심내활 (털이 깊고 속이 넓은 것을 보니)
必過他人 필과타인 (필시 딴 사람이 먼저 지나갔도다.)
그런데, 상대 여성도 보통내기가 아닌지라 다음 시로 응수했다고 한다.
(여성)
溪邊楊柳不雨長 계변양류불우장(개울가 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길게 자라고)
後園黃栗不蜂坼 후원황률불봉탁(뒷마당 알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네.)
112. 김삿갓의 "연유삼장(嚥乳三章)"을 소개한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소재는 시아버지와 며느리다.
★이런 시를 쓴 이유는 김삿갓이 떠돌아다닐 적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찾아간 집의 주인의 며느리가 유종(유방에 맺히는 종양)을 앓아 젖을 빨아야 되기 때문에 재워줄 수 없다하여 이 시를 읊어 놀렸다는 설과, 아비 父가 아니라 사내 夫를 써서 방랑 중 건달패들과 함께 놀다가 패거리들이 원하는 음담패설 시를 지어 웃겨주었다는 설이 있다.
사내들 중 하나가 아내가 유종을 앓아 젖을 빨아줘야 한다는 걸 놀림받고 있던 걸 기억하고 지었다는 것이다.
1장 一章
父嚥其上 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시아비가 그 위를 삼키고, 며느리가 그 아래를 삼키니)
上下不同 其味則同 상하부동 기미즉동(위와 아래는 같지 않으나 그 맛은 같더라.)
2장 二章
父嚥其二 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시아비가그 둘을 삼키고, 며느리가 그 하나를 삼키니)
一二不同 其味則同 일이부동 기미즉동(하나와 둘은 같지 않으나 그 맛은 같더라.)
3장 三章
父嚥其甘 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시아비가그 단것을 삼키고, 며느리가 그 신 것을 삼키니)
甘酸不同 其味則同 감산부동 기미즉동(단것과 신것은 같지 않으나 그 맛은 같더라.)
113. 스님을 욕한시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어느 절에 갔더니, 절에 있던 승려와 선비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만 보고 하대를 하고 푸대접을 하는 등 매우 고약하게 굴었다.
이에 지필묵을 갖다 달라고 하고 시를 썼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僧首團團汗馬囊 승수단단한마랑(중의 둥근 머리는 땀이 찬 말의 X알이며)
儒頭尖尖坐狗腎 유두첨첨좌구신(뾰족뾰족한 선비 머리통 상투는 앉은 개X지로다)
聲令銅令零銅鼎 성령동령영동정(목소리는 구리방울을 구리솥에 굴리듯 요란하고)
目若黑椒落白粥 목약흑초락백죽(눈깔은 검은후추알이 흰죽에 떨어진 듯 흉하구나.)
출처 ; 나무위키 백과
김삿갓면
행정구역 지도를 펴면 '감삿갓면'이라는 독특한 지명이 눈에 들어오는데 영월의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
고려시대에는 밀주(密州)라 불렀으며 1698년(숙종 24)에 하동면으로 개칭된 이 지역은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의 생가와 묘, 문학관 등이 있어 김삿갓 마을로 알려진 곳. 이렇게 되자 영월군은 2009년 10월 쯤 면의 명칭을 김삿갓면으로 바꾸었다.
영월 서쪽의 수주면에서부터 동쪽의 김삿갓면에 이르는 영월 주요 도로변에는 어김없이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대표적인 관광지 고씨동굴을 지나 김삿갓면에 이르는 길가에도 하동장승공원, 묵산미술관, 조선민화박물관, 감삿갓 문학관 등 굵직한 미술관과 문학관이 네 개나 된다.
산골로 이어지는 이 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방랑시인 김삿갓유적지. 김삿갓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문학적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이곳에는 시비와 문학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며, 김삿갓의 묘와 생가가 있다.
김삿갓으로 기억되는 난고(蘭皐) 김병연은 방랑 시인으로 순조 7년 정묘(1807년) 3월 3일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 회암리에서 출생했다.
자라면서 글 읽기와 시 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가 20세 되던 해 영월도호부 동헌 백일장에서 조부를 욕되게 하는 시를 썼다는 자책감으로 평생을 떠돌았다.
22세에 삿갓을 쓰고 방랑길에 나섰으며 김삿갓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데 삿갓을 쓴 이유가 하늘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생은 57세로 운명할 때까지 전국을 두루 유랑했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시의 소재로 삼아 독특한 문학세계를 일궜다.
그의 시들은 후세에 과거를 보려 했던 사람들의 교범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평민들의 생활상도 시로 그려내 양반문학과 서민문학 모두 아우르는 걸출한 시선(詩仙)이었다.
팔도를 떠돌던 그가 세상을 떠난 곳은 전라도 동복(지금의 전라도 화순군)이지만 아버지를 찾아 전국을 떠돌던 둘째 아들 김익균이 이곳으로 이장했고, 1982년 세상에서 잊혀졌던 선생의 묘소를 영월군 향토사학자 박영국이 찾아냈다
김삿갓 유적지 안에 있는 난고 김삿갓 문학관은 김삿갓 선생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2003년 10월 개관했다.
문학관 1층에는 난고 김병연 선생의 생애와 발자취를 쫓아 모은 정암 박영국선생의 김삿갓 연구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66석 규모의 영상실에서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김삿갓 관련 자료도 상영되고 있는데 파란만장했던 김삿갓의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이하 어린이는 500원 이면 개관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문의 033-375-7900 http://www.ywmuseum.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