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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가 전부인 줄 알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교회 목사님의 소개로 간단히 핸드드립을 할 수 있는 도구를 구입하게 되었고 원두커피의 시대로 발전해 갔다. 2018년 3월 새롭게 발령받아 간 학교에 원두커피를 손쉽게 내릴 수 있는 머신을 구입해 달라고 해서 아침마다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다. 10잔 내리는데 15분이면 된다. 8시 20분까지 출근해서 35분부터 조리실부터 들른다. 조리실에는 식품 검수를 하기 위해 일찍 출근하시는 세 분의 교직원분들이 있다. 영양사님, 조리사님, 조리실무사님. 종이컵으로 배달하다가 환경을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각자 개인컵에 따라 드린다. 그분들 하는 말이 있다. 이러다가 다른 학교에 가면 적응 안 되겠어요. 이젠 버릇 들려 내려 주는 커피에 길들어 버렸어요.
두 번째 방문하는 곳은 병설유치원이다. 어린 원생들이 에듀버스를 타고 오기 때문에 8시 30분이면 온다. 유치원방과후교육사님과 유치원 선생님은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한다. 오늘처럼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날씨에는 따뜻한 원두커피를 유리컵에 따라 드리는 일이 보람차다. 원두커피 한 잔에 차가운 몸을 녹일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데울 수 있으니.
세 번째 원두커피를 들고 방문하는 곳은 텅빈 도서관이다. 그곳에는 매일 학교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시는 분과 도서관실무사님이 근무하신다. 개인컵에다가 살며시 원두커피를 부어 드리고 나온다. 참고로 원두커피는 식어도 감칠맛이 난다. 따뜻할 때 먹는 맛과 식었을 때 맛이 다르다.
네 번째 방문하는 곳은 행정실이다. 행정실장님과 주무관님 두 분이 일하는 곳이다. 역시 똑같이 컵에 원두커피를 담고 나온다.
이제 다시 원두커피 내리는 머신을 이용해 다시 처음부터 물을 붓고 커피콩을 갈아 내린다. 교실로 올라가기 전에 잠깐 교무실에 들리는 선생님들과 교무행정사님,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까지 마실 수 있는 원두커피를 시간에 맞춰 내리는 일이 나에게 즐거운 과업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원두커피를 더 잘 내릴 수 있을까? 스페셜티 커피가 뭐지? 로스팅의 차이가 커피의 맛을 좌우하다니! 원두커피 말고도 바리스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커피가 있구나! 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커피를 알고자 하는 이유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함이다. 앞으로 더 높은 경지의 바리스타를 흉내 낸다면 커피향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