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우발채무 여전…증권사 리스크 관리 '심판대'
3분기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소폭 줄어
하이·메리츠·다올, 90% 상회…대신 등 전기비 상승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촉발된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3분기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전분기보다 소폭 줄었지만, 작년 대비로는 5%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부동산 금융을 통해 활발하게 수익을 쌓아온 증권사들은 우발채무 비중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채무가 아니지만, 프로젝트 진행이 실패할 경우 증권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시한폭탄'성 채무다. 증권사 입장에선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우발채무 줄었지만...부동산PF 위기는 여전
13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25곳의 3분기 평균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62.7%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 때보다 2%포인트 낮아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5.2%포인트 높다.
전체 우발채무 규모는 45조1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4조5000억원 늘었다.
우발채무는 확정되지 않은 부채다. 다만,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언제든 증권사가 갚아야 하는 부채로 둔갑할 수 있다. 주로 부동산 PF와 관련된 채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전분기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경계감을 늦출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하락폭이 작은데다 부동산 외에도 인수금융이나 기업금융 관련 우발채무가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가 확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개별로 살펴보면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95.4%로 가장 높았다. 전분기 대비 3.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작년 말 120%를 웃돌다 조정을 통해 올 2분기에는 100% 밑으로 내려왔지만 3분기 들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90%를 넘긴 또 다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의 우발채무 비중은 전분기와 비교해 2.8%포인트 높은 93.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22.1%포인트 낮아진 93.0%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는 100%를 상회했지만 90%대로 내려왔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3분기 기준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약정액 전체 반영하자 대신증권 80%대로 '쑥'
직전 분기보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아진 증권사는 9곳이다. 이 중에서도 상승폭이 가장 컸던 곳은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85.0%로 전분기 대비 18.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우발채무 집계치가 전분기 1조3642억원에서 1조7372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늘어난데 기인한다. 다만, 실제 우발채무 규모가 커진 것은 아니다. 한신평이 이번 분기부터 발행되지 않은 ABCP 약정액까지 우발채무로 취급한 영향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지난 분기에도 회사에서 집계한 우발채무 규모가 1조7000억원"이라며 "다만, 신평사에서는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의 자기자본을 활용해 85%라는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결기준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우발채무 비중은 61%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케이프투자증권(11.7%포인트), 한양증권(11.7%포인트), 한화투자증권(8.2%포인트), NH투자증권(7.3%포인트), 하이투자증권(3.7%포인트), 메리츠증권(2.8%포인트), DB금융투자(1.2%포인트), 현대차증권(1.0%포인트) 등 8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2분기보다 상승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증권업계에서는 우발채무 비중관리 능력이 심판대에 오른 상태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레고랜드 ABCP마저 차환에 실패한 이후 부동산 PF 관련 보증을 선 증권사들이 채권을 직접 매입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만기에 도달한 부동산 PF 관련 유동화증권이 매달 누적되고 있는 점 역시 증권업계의 유동성 부담을 키우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매입보장 혹은 신용보강한 자산유동화단기전자사채(ABSTB)·ABCP 가운데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잔액은 이달 9조7574억원으로 추정된다. 내년 1분기에는 1월 10조7618억원, 2월 9조3566억원, 3월 9조4421억원 등 30조원가량의 만기가 찾아온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비용 증가, 분양경기 저하 등으로 기초자산의 부실화가 본격화되는 경우 건전성과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지니스워치]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