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옥몽(속 금병매) <126>
*공매옥은 오랑캐 장수 금이관에게 첩으로 시집을 가기로 마음먹고,
남자 구실 못하는 유조는 금계와의 정혼에 미련을 갖는다.
공씨댁은 손 매파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한참 생각을 한 후 다시 물었다.
"그 금이관(金二官)이 초혼 인가요?
아니면 결혼하여 본 마누라가 있는 사람인가요?
나이가 스물넷이라면 이미 결혼을 했을텐데, 내 딸은 첩으로는 줄 수 없어요.
오랑캐 본 마누라가 있다면 어지간히 악다구니가 쌜텐데 내딸이 구박을 받으며 어떻게 살라고 하겠어요?"
손 뚜쟁이가 다시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모르는 말이우.
두 사람만 잘 지낸다면 본처가 되었든 첩이 되었든 무슨 상관이우?
누구든지 남편한테 사랑만 받는다면 설사 본 마누라가 있다쳐두 첩 눈치를 살펴가며 살게 되어 있다우.
본 마누라니, 첩이니 하는거야 그저 부르는 이름뿐이지 실제하고는 상관 없는 법이라우."
그 말을 듣고 나더니 공씨댁도 조금더 마음이 솔깃해 했다.
하지만 옆에서 듣고있던 매옥은 워낙 당돌하고 영악하며 약삭빠른 아이라 당돌하게 따지고 들었다.
"매파 할머니!
그렇게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분명히 얘기하세요, 그러니까 나보고 첩으로 시집가라는 그런 얘기죠?"
따지듯이 정곡을 콕 찔러 이야기 하자 손 매파도 잠시 말을 잊지 못하다가 한참만에 변명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아이고, 인물만 예쁜줄 알았더니 영특하기도 하네, 그러한데 그것도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우.
요즘 세상에 본처라고 하는 여자들, 어디 하나 작은 방에 들어 앉은 여자 눈치 안보고 사는 사람 있소?
색씨같은 조건이라면 본처 부럽지 않게 마님 노릇도 할 수 있다우.
솔직히 말해서 이 금이관(金二官) 어른도 사실은 본처가 너무 인물이 없어서 마음에 끌리는 복 많은 여자를 얻어 집안 살림을 맡길라고 한다지 뭐유. 그 양반은 뭐든지 혼자서 결정하기 때문에 본 마누라도 그저 명색만 안사람일 뿐, 말한마디 대꾸 못하니 아무 걱정 마시우."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누가 뭐라해도 본 부인은 본 부인이고 작은댁은 작은댁이지, 뭣도 모르고 시집갔다가 본 마누라한테 시달림을 받으면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는 다고요?"
공씨댁이 타박을 주자, 여씨댁도 옆 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지난번에 어느 중매장이가 첩으로 들어가라고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说)로 색시를 꼬득여서 시집을 보냈는데, 그 색시가 나중에 시집 살이가 당초 이야기한것 하고는 다르게 너무 고되다고 중매쟁이를 고소한 일도 있었다우, 하지만 그러면 뭐해, 엎지른 물독에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나?"
두 과부가 서로 한마디씩 거들자, 손 매파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예 매옥을 직접 설득하기 시작했다.
"색씨 생각은 어떠하우?
내가 보기에 그 금이관 어른하고는 색씨가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갔은데, 내 말을 고깝게만 듣지 말고 생각 해 보시오, 첩으로 들어 간다는 것이 조금 떨떠름은 하겠지만 그런 집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우, 이 기회를 놓치면 금방 잘생긴 신랑감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구 나이 먹어 아까운 청춘만 허비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때 잘 생각해 보구려.
저기, 베겟머리 송사(讼事)란 말도 못들어 봤수?
색씨는 젊겠다, 얼굴 곱겠다, 애교도 뚝뚝 넘쳐 흐를 것 같은데, 아! 남자 하나만 치마폭 속으로 휘어 잡으면 안주인이 바로 색씨가 될 텐데 무슨 걱정이우? 말만 본 마누라지 그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아 오히려 색씨 눈치나 살피며 살게 될껄."
그리고 모두 나보고 뚜쟁이 중매쟁이로 온갖 감언이설로 중신만 서서 소개비만 챙긴다는데, 어떻게 잘 못 알고 실수 하는 수도 있지만, 이번은 확실하다우 그런데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면 누가 애비없는 가난뱅이 과부딸을 데려 가겠노? 모든 부모야 번듯한 집안에 어엿한 본처로 시집보내고 싶겠지만, 내가보기에 색씨가 본처로 시집갈려면 가난뱅이 아니면 병신일텐데, 그러면 색씨가 마음에 안찰 것 아니우?
우리 이웃집 얘긴데, 이리저리 재고 고르다, 서른 한살이되자 할 수 없이 가난뱅이한테 시집 보냈는데, 여자는 허구헌 날 죽어라 물 긷고 맷돌질하며 고생만 죽으라고 하는데, 남편이란 녀석은 매일 같이 바깥으로 나다니며 건달 노릇이나하니, 그 색씨 청춘이 아깝지 않다고 누가 말 할 수 있겠수?"
손 매파가 조리있게 차근차근 설득하니, 마침네 매옥의 마음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우선 신랑 될 사람이 훤칠하게 생겼다는 말에 마음이 반은 움직였고, 또 첩으로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어느 대갓집 아들이 자기같은 과부 딸을 정실로 데려가겠냐는 말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옥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있는 공씨댁에게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엄마, 제 생각에도 그 말이 맞는것 같아요.
우리 같이 뭐 하나 내 세울게 없는 형편에 첩이면 어때요?
다 내 팔자라 생각하고, 상대방한테 돈이나 많이 받아내어 엄마가 여생을 편히 지내게 되기만 한다면 저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을래요."
말을 하는데 눈물이 자꾸만 흘렀다.
공씨댁도 자기 딸이 체념하자 할 수 없이 말했다.
"얘야!
에미가 변변치 못해 인생을 망쳤다고 나중에 탓하지나 않겠니?"
"이것도 다 팔자인데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아니면 내가 가난뱅이한테 시집가서 배고프고 고생한다면 부모를 원망해도 괜찮단 말에요?"
매옥의 말에 여씨댁도 거들었다.
"자신이 좋다는데 어찌겠어?
시집가서 애 못낳고 쫓겨오는 여자도 있는데, 다 팔자 소관 아니겠어?"
결국 청혼을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공씨댁은 매파 손씨를 잘 대접해 돌려 보냈다.
손씨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는 돌아갔다.
"지금 신랑집에 가서 소식을 전하면서 지참금을 얼마나 줄건지 몰어 보겠수.
하지만 이쪽에서두 적절히 요구해야지, 너무 지나치다면 딸을 팔아 먹는다는 흉을 잡히고, 딸이 시집가서도 떳떳하게 행동 못한다우."
뚜쟁이는 양가 사이에서 지참금을 삥땅쳐 먹으려는 뚜쟁이들의 상투적 수법이었다.
한편 뜻밖에도 어려서 정혼한 색씨 금계를 만나게 된 절뚝이 유조는 날마다 꽃같이 예쁘고 선녀같이 날렵한 그 몸매가 눈에 아른거렸다.
졸지에 입안에 들어온 이 맛있는 고기덩어리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자신의 마누라로 만드나 하고 다짐하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가난하고 병신이 되었다고 해서, 만약 그 예쁜 색씨가 오리발을 내밀고 자기 마누라가 안되겠다면 칼부림마저도 할 기세였다.
어쨌던 자기에게 이런 마누라 복이 있었다는 자체가 기쁜지라 누가 뭐라하든 절뚝이는 다리로 개구리 같이 깡총깡총 뛰며 좋아했다.
유조에게는 두가지의 신체 결점이 있었다.
난리통에 가족이 모두 오랑캐에게 죽음을 당할때 열살밖에 안된 어린아이였지만 사타구니에 칼을 맞아 허벅지 근육이 잘리는 바람에, 고추가 오그라 들어 거의 발기가 되지 않아 남자 구실을 할 수 없었다.
고추는 껍질만 남아 늘 오줌에 축축히 젖여 있었다.
또 한쪽만 남은 고환은 언제나 풍선처럼 팽팽하여 아무리 발악을 해도 오그라들지 않았다.
그러하니 딱딱해야 할 놈은 말랑말랑하고, 오그라 들어야 할 놈은 퉁퉁 부어있으니, 의원들이 혀를 차며 '공갈빵' 이라 불렀다.
이 '공갈빵'이 일년내내 오그라들지 않고 허구헌 날 허벅지 사이에서 스치니, 반질반질할 정도로 탱탱하게 부어올라 흡사 오줌보와 같았다.
게다가 다리를 절룩대다보니 몇 발자국 가다보면 자꾸만 스치는지라, '공갈빵'이 아파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마치 모든 고통을 유조 한사람이 다 겪어야만 한다는게 잔인하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나, 이 유조라는 인간은 전생에 오입쟁이였던 죄로 후생에서 벌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유조는 바로 전생의 진경제(阵敬济)가 환생한 작자로 전생에 호색한으로 간음을 일삼던 자였다.
진경제는 주수비(周守备) 집에서 장승(张胜)에게 살해당해 인간세상의 죄값을 치룬 후에도, 지옥에서 다시 또 반금련(金瓶梅)과 사단을 벌이다 뜨거운 기름 가마솥에서 저승세계의 죄값을 치루고나서, 다시 환생하여 금계의 신랑감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림의 떡인지라, 도리어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계속해서 127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