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1997년에 개봉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 제목에서 빌려왔습니다. 본격적인 글에 앞서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0대 청소년들이 음주운전으로 행인을 친 후 시체를 유기한 채 진실을 덮어버립니다. 1년 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고 적힌 편지가 날아오고 관련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입니다.
한의사가 갑자기 공포영화 이야기를 하니까 뜬금 없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제가 공포영화로 오늘의 글을 시작한 이유는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현재 발생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에 어떤 원인이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아야 하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허리 통증(요통)도 과거의 축적된 원인들이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통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치료법도 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급성 요통은 6주 이내에 호전되는 요통을 의미하며,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증상의 호전 또한 단기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주로 이야기할 요통은 만성 요통입니다.
만성 요통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요통을 뜻합니다. 급성 요통과 비교했을 때는 흔하지 않지만, 통증이 만성화된 만큼 치료 기간도 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통은 부적절한 자세, 불규칙한 생활 습관, 운동 부족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곤 합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요통을 진단할 때는 환자의 병력과 함께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신체검진을 실시합니다. 때에 따라 영상진단도 시행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요통 환자의 수는 2월(40만7964명)에 가장 적었고, 8월(49만2107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9월에 주춤했던 환자 수는 10월에 이르면서 51만9160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러한 수치를 보았을 때 야외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요통 환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요통을 방치하거나, 치료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음에도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통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치료 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통을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하면 만성화되고,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만성 요통 환자들은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의 소견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방에서는 요통과 디스크등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추나요법을 실시합니다. 한의사가 손으로 인체의 뼈와 근육을 밀고 당겨 정상 위치로 바로 잡는 추나요법은 척추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감소시켜 줍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균형이 무너진 체형을 교정하는 효과까지 있어 요통에 대한 근본 치료법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침 치료, 약침치료, 한약치료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받으면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추나요법은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척추질환 환자들이 전보다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현재 만성 요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지나 온 시간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은 없는지, 요통을 느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만성 요통은 자신의 몸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타난 증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요통을 통해 지난 날의 나를 되돌아 본다면 요통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요통에 좋은 간단 운동법
■ 평지 걷기
평지 걷기는 디스크 환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이다. 걷기는 몸 전체를 무리 없이 골고루 움직이게 해주고, 심폐 기능의 강화와 하지의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장 운동도 촉진시키며, 무엇보다 척추의 균형을 바로 잡아준다.
운동량은 1km를 10분에 걷는 속도로 30분 이상 걷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흙길이나 풀밭을 걷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어깨와 등을 곧게 펴고 양팔을 흔들면서 걷는 것이 올바르다. 이러한 걷는 자세는 전신운동 효과도 있고 척추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좋다. 걷는 자세는 습관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올바른 자세로 걷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왕오호 병원장 |
왕오호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