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을 놓고 여론이 갈린다고 합니다.
여대야소의 정권이라면 정권 심판에 ‘국회 심판’도 포함되어야 하고 정권의 중간선거에서 정권은 당연히 심판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에서는 국정의 주도권은 야당이 쥐고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를 구별해야 하고, 정부 심판과 국회 심판을 따로 분리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론조사도 지금처럼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을 묻는 것보다는 정부 심판과 국회 심판으로 나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옳은 방법일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거대 야당은 입법 폭주와 탄핵을 남용하며 국정을 주도하면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유도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4월 총선에서 정부뿐 아니라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함께 심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 대표를 비롯해 각종 범죄 피고인들이 국회를 치외법권 기관으로 악용하는 빗나간 정치 행태도 당연히 함께 심판해야 맞을 겁니다. 국회는 그런 피고인들의 놀이터가 아니고, 국회의원은 헌법이 정한 대로 청렴을 지키고 지위를 남용하지 않아야 자기소임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국회는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 직무를 행하는 의원의 신성한 활동 무대인데,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과연 헌법정신에 따라 국회를 주도했는지 국민들이 뒤돌아보고 그들을 심판할 때입니다.
유죄 선고를 받았거나 여러 독직사건의 피고인들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큰소리치는 정치 현실은 정상적인 법의 양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일뿐더러 심각한 가치관의 전도 현상입니다.
작금의 정치판은 우리 헌정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퇴행적인 정치 현상입니다.
4월 총선은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를 다시 제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정부 심판 못지않게 국회 심판도 절실한 일입니다.
유권자인 국민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투표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를 심판해서 야당의 법치 훼손을 장려하는 판단이 과연 법적인 정의에 맞는 일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소야대 국회가 다시 생기면 정부는 완전히 무력화하고 아무 일도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애써 가꿔 온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나락으로 추락하게 조장하는 일은 우리 후손에 대한 죄악입니다.<문화일보. ‘정권 심판’보다 ‘국회 심판’이 먼저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저도 허영 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19석을 보태 전체 103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전체 180석이었다.
국민의힘은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121개 지역구에서 단 16석을 얻어 사실상 전멸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최소한 103석보다는 늘어나고 민주당은 180석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4년 전 총선이 워낙 비정상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 그것이 어느 정도는 균형 쪽으로 바로잡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이제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람들 얘기를 직간접으로 들어보니 4년 전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서울, 경기도와 인천에서 당선 가능권으로 우세한 국민의힘 후보는 ‘희귀종’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전 대선에서 서울에서 ‘무려’ 5%포인트 가까이 승리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서울에서 승리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경기, 인천은 졌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다. 서울 국회의원 49개 선거구 중 윤 대통령은 절반이 넘는 27곳에서 이겼다. 그런데 지금은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민주당 우세라고 한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2년 만에 찍었던 당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선전했던 수도권에서 2년 만에 다시 국민의힘 전멸의 기운이 어른거린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외환 위기와 같은 국가적 사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었다.
필자는 선거 예측을 하지 않는다. 워낙 많이 틀린 탓이다. 신문사 편집국에서 선거 결과 맞히기 내기를 하면 현장 취재를 하지 않는 편집부 기자가 승자가 되기도 했다.
초년병 기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가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론조사 등 선거 예측 기술이 과거보다 발전했다. 그런 예측 기술이 지금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이토록 사회 분위기를 바꾼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 대통령이다. 혼자서 이 큰 변화를 만들었다. 커다란 정책 실패 없이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일들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비호감을 키워왔다.
한국인은 업적이 많은 지도자라도 오만 불통이라면 바로 응징하는 사람들이다. 오만 불통을 가장 싫어하는데 윤 대통령 이미지가 거기에 완전히 갇혔다. 몸에 작은 뾰루지가 생길 때마다 잘못 건드리고 방치해 모두 암으로 키웠다.
선거운동은 오늘 시작됐을 뿐이다. 결과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수도권 상당수 지역이 초박빙이라고 한다. 하지만 끝내 마의 40% 선을 넘지 못하고 다시 뒷걸음질하는 윤 대통령 지지율, 4년 전 총선 때보다 도리어 더 커진 보수 정권 심판론이 국민의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상한 것은 만약 이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윤 대통령은 그날로 식물 대통령이 될 텐데 대통령실 쪽에선 이에 대한 위기감, 절박함 같은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치 경험이 부족해 선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인지,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생각대로만 해온 스타일 탓인지 알 수가 없다.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윤석열 심판’ ‘윤석열 탄핵’ 등 온통 윤 대통령 얘기다. 선거가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로 흘러가는데 용산 쪽은 ‘조용’하니 어떤 반전이 일어나기 힘들다. 이렇게 선거가 끝나고 국민의힘이 크게 패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는 선거 책임론의 형태로 국민의힘 쪽에서 먼저 불거질 수도 있다. 선거는 무서운 것이다.
오래된 우스개 중에 ‘파출소 담장을 넘어 도망쳤더니 경찰서 마당이더라’는 것이 있다. 한국 사회가 윤 대통령을 심판한다면 그다음에 오는 것은 이재명 대표다. ‘파출소 피하니 경찰서’라는 말 외에 달리 할 것이 없다. ‘오만’을 피하니 ‘범죄 방탄과 1인 독재’가 기다리고 있다면 참으로 진퇴양난이다.
민주당을 개인 사유물로 만든 이 대표는 국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승리한 이재명, 조국 두 사람이 요즘 야권 지지자들이 하는 말대로 “3년은 너무 길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보복을 시작하면 어떤 소용돌이가 칠지 모른다. 여당 지지자들에게도 다른 의미에서 3년은 너무 긴 시간일 수 있다.
4년 전 압승으로 거대 의석을 얻은 민주당은 그게 독이 돼 온갖 폭주, 방탄, 꼼수를 거듭하다 모든 선거에서 패했다. 여야 모두를 위해 지금의 4월 총선 예상이 틀렸으면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서로 독주할 수 없는 의석을 갖게 돼 우리 정치가 어쩔 수 없어서라도 협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소박한 바람조차 환상인 듯이 느껴지는 요즈음이다.>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양상훈 칼럼, ‘파출소 피하니 경찰서’ 선거
대한민국 현대사 2000년대 이후에는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이 5%이상 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보통 48 : 52정도 였을 겁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민당이 의석수를 크게 많이 가져갔지만 양당에 대한 지지율의 격차는 그리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역에서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단 몇 표 차이가 안 나도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번 선거에 특정 정당이 먼저처럼 국회를 장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지금 당장 본다면 21대 총선의 재판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말 도둑을 피하려고 다른 길을 들어섰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강도를 만나는 일이 생긴다면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가 없을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