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본보가 처음 보도한 울산 북구 농소농협 불법대출로 결국 농만의 피와 땀이 밴 돈 6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됐다. 원금 6억원에다 이자까지 합치면 손실액이 10억원에 이를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런데 남의 돈 쓰듯 사기꾼들에게 농민 돈을 마구 갖다 바친 조합 책임자들은 쓰다 달다 말이 없다. 농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농협에 맡긴 돈을 `눈먼 돈`으로 보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는 일이다. 농소농협 불법 사기대출 사건은 지난해 법원이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1명을 집행 유에로 석방해 일단락 됐지만 우리 사회에 깔린 `금융 적폐`의 한 단면이다. 농협직원이 부동산 브로커와 서로 짜고 평가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2014년부터 약 1년 간 10건에 걸쳐 35억여원을 사기 대출했다.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결재 책임자들이 1년 동안 10여건에 대해 거액을 내 줬다는 것인데 어떻게 평가액이 그 정도로 부풀려진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정말 몰랐다면 결재라인들은 최악의 직무태만을 거듭한 셈이다. 그럼에도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등은 책임에서 완전히 비켜 갔다. 직접 범법에 가담한 직원 1명만 구속돼 현재 복역 중이다.
경찰이 사건 조사에 들어간 당시 농소농협이 취한 조치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일단 불법 사기대출건이 발생하면 해당 금융기관이 해야 활 일은 예상되는 손실금을 미리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농소 농협은 이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농협 내규에 따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대 권익자인 농민들을 생각했다면 내규보다 법적 조치를 먼저 취했어야 옳지 않은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농민들을 `핫바지`로 봤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기꾼들에게 탈취 당한 돈 6억원을 농민 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내 준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여러 곳이 적페 청산 대상에 올랐지만 농협은 아직 그에서 벗어나 있다. 지역 농협의 실정을 들여다보면 뜯어 고쳐야할 부분이 수두룩하다. 한 사람이 수십 년간 조합장 자리를 꿰 차고 있는가 하면 그에서 비롯된 비리도 적지 않다.
가끔 드러나는 농협관련 비리는 빙상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란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정도다. 울산 북구 농소농협 불법 사기대출건도 이렇게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前現 집행부의 결재 내용과 부당불법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 내용을 다시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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