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는 2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부터 시작해 3월 ‘내 이름은 칸’, 4월 ‘로나의 침묵’, 5월 ‘비우티풀’,
6월 ‘로얄 어페어’, 7월 ‘철의 여인’, 8월 ‘브래스드 오프’(Brassed Off), 9월 ‘소중한 사람’, 10월 ‘링컨’,
11월 ‘인생’, 12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등 11편의 영화를 보았다. 영국, 인도, 일본, 중국,
멕시코, 미국 등에서 만든 영화였다.
3월에 본 ‘내 이름은 칸’이라는 영화는 2001년 9.11 테러이후 미국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던 아랍계통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일상생활이 변했는가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영화였다. 9.11 테러이후 아름다운
아내 만디라와 자그마한 행복을 쌓아가던 칸은 모든 아랍 무슬림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게 된다. 그의 아내는 무슬림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말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해야 그와 살겠다면서 칸을 떠난다. “내 이름은 칸이고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라는 말을 미국대통령에게 전하기 위해 그는 그 때부터 부시대통령을 따라다니다가 결국
테러리스트로 오인되어 투옥된다. 그후 감옥을 나온 칸은 태풍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미국인을 구조하는
활동을 펼치며 인종적, 종교적 차별의 세계에서 자신은 근본주의적 무슬림교도가 아니란 걸 말로, 몸으로
보인다. 결국 인간의 삶에서 종교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준 영화였다. 종교를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의 향상을 위해 종교가 있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삶이 오히려 피폐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5월에 본 로나의 침묵은 베를린장벽 붕괴로 동서간 여행이 자유로와진 이후 동구권의 가난한 젊은 여성이
위장결혼을 미끼로 서구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조선족이나 동남아 여성들이 위장결혼
으로 한국에 입국한 후 일어나는 사건들의 유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국과 정착과정에 개입된 폭력
조직의 실상은 동서가 다를 것 같지 않았다.
6월의 로얄어페어는 절대왕정시대 덴마크의 왕실비화이다. 전통적 덴마크왕가에 개혁의 바람을 가져온
왕실의 독일인의사 요한과 왕비와의 1460여일간의 스캔들이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7세와 결혼한 영국 출신의 왕비 캐롤라인. 남편의 정신병으로 인해 숨막히던 왕실생활을 하던
캐롤라인은 왕을 치료하기위해 고용된 독일인 의사 요한과 사랑에 빠져 아기까지 낳게 된다. 덴마크사회의
개혁을 시도하던 왕실의사 요한은 보수층의 견제와 왕비와의 불륜스캔들 때문에 결국은 교수형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고 요한이 꿈꾸었던 개혁은 그 후 왕위를 이어 받은 그의 아들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개혁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게 해 주는 영화였다.
8월에 본 영화 Brassed Off (‘뚜껑 열리게 화난다’는 뜻)는 2013년4월 영국 대처 총리의 사망과 함께 다시
조명을 받은 영화이다. 1980년대 소련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러시아산 석탄을 싸게 구입하게 된 후
대처정부의 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위기에 몰린 영국 북부 요크셔 탄광지대. 보상금으로 탄광폐쇄를 유도
하는 정부의 정책에 탄광공동체는 무너지고...탄광노동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위해 밴드를 결성해
전국밴드경연대회에 나가기로 결정한다. 그들이 연주하는 사랑의 아랑페즈, 오 대니 보이 등의 음악이 영화의
무거운 주제를 부드럽게 희석시킨다. 일자리는 개개인에게는 자아실현과 생존의 장이다. 그런데 산업합리화
라는 이름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산업합리화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합리화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 영화였다.
9월에 본 영화는 일본의 ‘소중한 사람’. 실화를 기초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다룬 영화이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자 보호시설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기로 한다. 가는
도중에 며느리는 우연히 어머니의 과거 살아왔던 모습을 듣게 된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네 명의 자식들을
꿋꿋하게 길러 낸 강인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 자신 또한 아이를 둔 어머니로 공통점을 발견한 며느리는
동시에 미래의 자신을 보게 된다. 처음으로 상대방의 시선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면서 두 사람은 물론
가족들까지 다시금 소중한 사람으로서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시어머니가 밤중에 일어나
"아 늦잠을 잤네요, 죄송합니다, 집에 가야겠네요."라고 말하자 며느리는
"급한 일도 없으신데 차 한잔 드시고 하루 더 묵고 가세요."라고 대답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 장면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것”,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지켜내는 방법을
보여주는 최고의 장면이다.
10월에는 링컨을 보았다. 과연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답게 큼직하게 마음에 울리는 인간에 대한 물음을 다룬 영화
였다. 모든 인간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 링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 노예제 폐지 역시 물거품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전쟁 종결 이전에 헌법 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하지만 수정안 통과까지 20표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남부군으로부터 평화제의가 들어온다. 전장에서 흘리게 될 수많은 젊은 장병들의 목숨,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류의 자유.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는 링컨에게 위대한 결단의 순간만이 남아 있는데…링컨은
협상과 설득으로 그 작업을 성공리에 마친다. 큰 아들을 전쟁에서 잃고 막내 아들마저 전쟁에 보내야 하는 상황
에서 고뇌하는 링컨...그리고 막내아들만은 절대 전쟁터에 못 보내겠다는 아내...그 와중에서 막내아들이 찾아와
자신이 입대를 안하면 도저히 얼굴을 들고 세상을 살수없을 것이라며 자원입대를 요청하는 막내아들...
적어도 내 아들만은 군대에 보낼수없다는 우리네의 정치권과 많이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11월에 본 영화는 인생이라는 중국영화였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이다.1940년대 중국의 봉건제 끝자락에서 부유한
지주의 아들인 푸구이와 결혼한 자전. 부유한 집과 결혼했으나 남편은 도박으로 홀랑 재산을 날리고...그리고
국공내전, 공산혁명,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자전은 아들과 딸도 허망하게 잃는다. 그래도 아들과
딸이 낳은 손자 손녀를 키우며 자전은 굳세게 한 가정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간다.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들풀처럼 꿋꿋이 이겨나가는 중국의 한 가족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역시 가정의 중심은
여성이라는 점을 많이 함축한 영화였다.
12월에는 영국영화 비커밍 제인을 보았다. 비커밍 제인은 세익스피어 이래 영국의 문호로 꼽히는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의 숨겨진 비하인드 러브스토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숨겨진 러브스토리는 가족구성원이라는 의무가
사랑문제에 미치는 영향과 현실문제를 극복하기엔 벅찬 사랑의 한계 등 연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민을 보다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강한 독립심을 가진 총명한 여주인공이 결혼을 마다하고 집필에 매달려 끝내는
성공하는 모습은 꿈은 꿨으되 현실에선 좌절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대리만족시켜 주었다.
첫댓글 개인적으로는 제가 아시아인이라 그런지 일본 영화인 소중한 사람, 중국영화인
인생이 감동 깊었습니다. 역시 장예모 감독....인생을 꼭 추천합니다. 영국영화
brassed off 도 괜찮았고....물론 링컨이 최고구요... 샬롬.
좋은 영화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Mm55에서는 my name id khan, 그리고 Lincoln 두 영화는 본 것 같습니다.
제 정신이 혼미해서 긴가민가 하지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