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정치적 권력자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고 방송출연은 물론 사생활까지 감시를 받은 연예인이 존재했습니다. 머리스타일이 전두환을 닮은 모 배우였습니다. 그 배우의 출연은 전두환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였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머리카락이 빠져 나이가 좀 되니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의 정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그 배우의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어떤 미소년타입의 배우는 여기서 오라 저기서 오라 난리를 쳤지만 그 배우는 전두환이 정권을 잡은 그날로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했습니다. 머리카락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권력자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는 전두환이 사라질 그때까지 그야말로 야인으로 살았습니다. 방송 그리고 영화에 나가지 못하면 뭘로 먹고 살라 말입니까.
한국의 모 개그프로그램도 정권에 모진 박해를 당했습니다. 정치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그런 개그에 참여했던 인물들은 그 당시 상당히 힘들었다고 고백합니다. 담당 피디나 그 분야 부장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피곤함을 호소했다는 것이죠. 외국 그리고 선진국에도 정치권에 대한 개그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아니 그런 프로그램이 대단히 시청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조금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냥 개그로 인정하고 권력자 자신이 그 개그에 소재로 사용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표현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나름 정치적 또는 국가적 주요 위치에 있으니 그런 관심을 받는구나 그렇게 판단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은 달라도 상당히 다릅니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은 바로 대파입니다. 그 힘없고 그다지 관심을 받지 않았던 대파가 왜 유독 한국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위치에 놓일까요. 오늘자 중앙선관위는 안내문을 내놓았습니다. 대파를 소지한 선거인에게는 사전투표소 밖 적당한 장소에 대파를 보관한 뒤 사전투표소에 출입하도록 안내하라는 것입니다. 대파가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대파는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파가 스스로 상징물이 됐습니까. 야당이 대파를 요상하게 만들었습니까. 대파가 유튜브를 해서 대파유튜브가 생겼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 국민 그러니까 시장에서 대파를 사서 장사에 사용하는 요리사가 아니면 대파값이 얼마인지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갑자기 마트에 가더니 뭔가를 들고 이것 875원이면 합당한 가격이라고 한마디 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그 말한마디에 한국의 대파는 세계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엄청난 나라입니다.
홍콩에서 노란우산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비가 오니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우연히 대체로 노란색이었지요. 그때부터 그들이 들고 나온 바로 그 노란우산이 거대 독재를 저항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실 노란 우산 그것 별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뭔가 제발이 저린 독재자들이 그런 모습이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고 탄압하다보니 그 별것이 아닌 물건이 저항의 상징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국이었으면 투표소에 노란 우산들고 가는 것도 막았을 것입니다.
대파를 투표소에 들고 가면 안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장에서 대파사고 가다 투표소에 가면 대파는 밖에 놓고 들어가야 하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런 뉴스는 세계적으로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선거가 그렇게 중립적인가요. 놀랍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게 가장 중립적인 시스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는 나라이니 그렇습니다. 개그에서 자신이 등장해 놀림감이 되어도 관심이 없는 것보다 관심있는 놀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와 그런 놀림스러움을 원천봉쇄하는 나라는 너무도 차이가 많아 보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저런 휘둘림을 미연해 방지하고 싶겠지요. 그러면 그런 놀림거리를 사전에 제공한 곳부터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래저래 한국은 참 재미있고 연구대상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재미있겠지만 이 땅에 사는 평범한 국민입장에서는 슬프고 피곤하고 참 힘든 생활입니다.
추신) 아마 이글도 인터넷상에서 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 유능하다는 AI가 저지하게 때문입니다. 욕설과 해학을 구분못하는 AI가 그냥 적당히 아래로 처박을테니까 말이죠.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AI 욕할 것도 아니지요.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