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철학의 기초 –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철학과 2022101238 김민진
텐마 켄조에 대하여
텐마 켄조는 천재라고 불리는 의사이며, 병원장의 딸과 약혼하고 병원장이 시키는 일을 하며 출세의 길을 걷는 인물로, 인간의 생명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환멸을 느끼게 된다. 요한이 머리에 총을 맞고 병원에 왔을 때 병원장은 다른 이의 수술을 집도하라고 지시하지만 텐마는 병원장의 말을 무시하고 요한의 수술을 집도했고, 결국 파혼당하고 출세의 길이 끊기게 된다. 출세의 길에서 벗어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직후, 갑자기 병원장과 병원 간부가 모두 죽는 일이 발생하고 텐마는 의도치 않게 출세하게 된다. 9년 후, 과거 자신이 살렸던 요한이 연쇄살인범이 된 것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텐마는 더 이상의 희생자를 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요한을 죽일 것을 다짐한다. 텐마는 프로 용병에게 전투 훈련을 받고, 요한이 저질렀던 범행의 범인이라고 의심받으며 경찰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요한을 잡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처음의 목표와는 달리 요한이 타인에 의해 또다시 머리에 총상을 입게 되자 그의 수술을 집도해 살리게 된다. 그 후 모든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게 되고, 텐마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 들어간다.
요한 리베르트에 대하여
남자애와 여자애는 프란츠의 프로젝트에 의해 태어난 실험체이다. 그들의 어머니는 프란츠에 의해 쌍둥이의 이름을 지어 주지 못한다. 그러나 프란츠는 아이들의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고 연구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어 실험체를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프로젝트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포도주를 이용한 독살을 계획한다. 프란츠는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둘 중 한 명만을 실험체 소개를 위해 데려가겠다고 했고, 어머니는 남자애를 골랐다가 번복하여 여자애를 데려가라고 한다. 그 후 어머니는 남자애를 남겨두고 떠난다. 혼자 남은 남자애는 거울을 통해 여자애처럼 꾸며진 것을 보고 어머니는 자신을 선택한 것이 아닌 그저 헷갈렸을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애에게 돌아온 여자애는 자신이 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얘기하지만, 프란츠의 충고인 “괴물 따윈 되어선 안 돼.”를 전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여자애와 달리 괴물이 드러나게 된다. 그동안 이름 없이 서로를 동일시했던 남자애는 여자애가 겪은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여자애가 본 것을 자신이 겪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체코의 국경을 넘어 여자애와 함께 독일로 향하던 남자애는 순찰 중이던 헬무트 볼프에게 발견되어 그림책 『이름 없는 괴물』에 나오는 “요한”이란 이름을 받게 되고 인체 실험장인 511킨더하임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요한은 감정과 기억을 없애는 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럼에도 안나(여자애)만을 기억하여 511킨더하임 고아원을 나와 다른 곳에 있던 안나를 데려간다. 그리고 리베르트 부부의 양자로 들어가는데, 그 소식을 들은 프란츠는 사랑했던 여자의 아이들을 보고 싶어 그들을 찾아가게 되고, 모든 일의 원흉인 프란츠를 보게 된 요한은 괴물이 완전히 각성한다. 프란츠가 돌아가고 난 후 요한은 “완전한 자살 계획”을 떠올리며 리베르트 부부를 총으로 살해하고 안나에게 총을 주며 자기의 머리를 쏘라고 지시한다. 그리하여 총상을 입은 요한은 텐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 목숨을 부지한다. 요한은 자신을 살리기를 선택한 텐마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되고, 자신의 생은 그에 의해 끝내지길 바란다. 그리고 요한은 텐마의 ‘돈의 노예로 사는 인간은 죽는 게 낫다.’라는 얘기를 듣고 병원장과 병원 간부들을 죽이고 안나와 함께 행방불명된다. 그 후 그는 자신을 양자로 들인 중년 부부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되어 9년 후, 텐마의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완전한 자살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동화책 『이름 없는 괴물』을 읽게 되고, 동화책의 작가가 프란츠인 것을 알게 되어 그가 있는 루엔하임으로 간다. 요한은 프란츠와 함께 “완전한 자살 계획”을 이루기 위해 그가 그린 그림책의 내용대로 루엔하임의 모든 주민을 사살한다. 그러다가 다른 이가 쏜 총에 맞은 요한을 10년 전처럼 텐마가 또다시 살린다. 텐마는 병실에 누워있는 요한에게 그들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진짜 이름을 말하고, 요한은 텐마에게 한 가지 얘기를 하지만 그는 아무런 답을 못한 채 병실을 나간다. 요한도 그 병실에서 나가게 된다.
동화책 『이름 없는 괴물』에 대하여
이름 없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이 괴물은 이름이 너무 갖고 싶었기에 둘로 갈라져 이름을 찾으러 간다. 한 마리는 동쪽으로, 또 한 마리는 서쪽으로 간다. 동쪽으로 간 괴물은 마을을 발견한다. 괴물은 대장장이의 몸 안에 들어가 대장장이가 된다. 하지만 어느 날, 대장장이의 안에서 커져서 배가 고파진 괴물은 대장장이를 안에서부터 먹어 치웠다. 괴물은 다시 이름 없는 괴물로 돌아간다. 괴물은 멋진 이름을 찾기 위해서 성으로 간다. 성안에는 병에 걸린 남자아이가 있었다. 괴물은 이름을 달라고 하며 남자아이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괴물은 남자아이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배가 고파도 참았다. 하지만 배가 너무도 고파 견딜 수 없게 되자 남자아이는 성안의 사람들을 먹어 치웠다. 혼자가 된 남자아이는 다시 여행을 떠난다. 어느 날 남자아이는 서쪽으로 간 괴물을 만난다. 남자아이는 ‘우리는 이름 없는 괴물이니까 이름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서쪽 괴물을 먹어버렸다. 모처럼 이름이 생겼지만 이제 “요한”이라는 이름을 불러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몬스터』에서 찾을 수 있는
① 정명(正名)
과거 이름이 없을 적의 요한은 마찬가지로 이름이 없으면서 똑같이 생긴 쌍둥이 여동생 안나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안나의 경험을 자기의 경험이라고 받아들인다. 요한이 안나에게 하는 말인 “너는 나고, 나는 너야.”는 요한이 안나를 자신에게서 분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화책에 등장하는 괴물의 “요한”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후부터는 무의식적으로 괴물 또한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로 인해 동화책 괴물의 결말인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완전한 고독을 꿈꾸며 또한 거기에 자기 자신까지 없어지는 “완전한 자살 계획”을 그리며 자신을 입양했던 중년 부부들, 또한 병원에서 나온 후부터 9년 동안 안나를 키운 중년 부부(안나의 양부모를 죽인 이유 : 안나와 요한은 하나인데 그들이 안나를 알고 있음 → 요한인 나 또한 알고 있는 것), 로엠하임의 주민들을 살해한다. 만약 그들의 어머니가 요한과 안나에게 이름을 부여했다면, 동화책에 나오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짓지 않았다면 요한이 안나와 괴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일과 “완벽한 자살 계획”을 세워 사람들을 죽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한은 마지막에서라도 그의 본래의 이름을 부여받는데, 이것으로 요한이 동생인 안나와 동화책의 괴물을 동일시하지 않을 것, 더 이상 동화책을 기반으로 한 “완전한 자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② 『몬스터』의 인물에게 괴물(악(惡))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몬스터』에 나오는 많은 인물은 요한이 괴물이며, 특히 511킨더하임 고아원 관계자는 ‘그는 타고난 것이며, 그런 예술품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들의 말을 조합해보면 인간의 악은 본래 태어나면서부터 내재 되어 있는 것, 이것은 순자의 성악설(性惡說)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텐마 또한 초반에 괴물인 요한을 죽이겠다는 다짐에서 성악설(性惡說)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요한의 과거를 알아가는 중 ‘511킨더하임 고아원의 실험이 요한을 끔찍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라 말하고 최종적으로 요한을 죽이지 않는다. 『몬스터』의 후반부에서 텐마는 요한의 악이 그의 불행한 과거사들로 인해 만들어졌음, 즉 인간의 악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고자의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에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요한 본인은 프란츠가 한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왔을 때 “그때 그 괴물이 제 앞에 나타났어요.”, 리베르트 부부에게 프란츠가 찾아왔을 때는 “괴물이 우리를 데려가려고 찾아왔어. 괴물에게 잡히지 않게 도망쳐야 해.”, 프란츠의 거처를 물을 땐 “내 안에 있는 괴물은 내 안에는 없었어요. 바깥에 있었죠. 프란츠 보나파르트는 살아있지 않나요?”라고 한다. 이러한 요한의 말을 보면 그가 그 자신의 악을 마치 프란츠인 것으로 얘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요한이 생각하기에 본인의 악은 프란츠, 태어난 이후에 만난 인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자신의 악인 프란츠와 함께 죽음으로써 “완전한 자살 계획”을 이루려고 했다. 이런 요한의 생각은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몬스터』 후기
텐마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선한 사람으로, 중년 부부 연쇄 살인 사건의 공범, 학대당하는 아이 등은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만 마지막에서 요한이 마음에 담아놨던 ‘어머니가 자신과 동생의 가치를 따진 경험’을 들었을 때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다. 또한 그는 생명은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따르기 위해 요한을 살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주장에 의해 목숨을 구한 요한은 많은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선한 말과 행동이 과연 다른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또 병실을 나간 요한의 다음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고 싶고, 극단적이긴 했지만 정명(正名)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악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이 애니메이션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첫댓글 아주 디테일한 설정의 콘텐츠로군요. 시간을 좀 넉넉하게 가지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름 없는 괴물에서 이름을, 그리고 괴물을 내면, 또는 본성적인 것이라고 할 때 이것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를 물으면서 정명론과 본성론을 동시적으로 되물었군요. 여동생 안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안나와 요한은 하나"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 것일까요? 여장을 한 요한을 여자로 잘못 생각하여 남긴 것에서부터 정체성 혼란이 생긴 것인지가 중요한 키워드가 될 듯해요. 성선설 또는 성악설이나 교육이나 후천적 요인에 의해 본성이 변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성무선무악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