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와 보르도는 지금 '동병상련'中? |
2005-0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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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2004~05 시즌 르 샹피오나. 불과 2경기만이 남은 상황에서 무려 8개에 달하는 팀들이 생존을 향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두 팀의 이름이 테이블 바닥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지롱댕 보르도와 낭트 아틀랑티크. ‘리옹 천하’가 도래하기 이전까지 프랑스 클럽 축구의 명실상부한 대표주자들로써 그 위용을 떨쳐왔던 이들 전통의 명가들이 졸지에 2부 리그 강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급박한 입장에 놓여 있는 쪽은 바로 낭트. 현재 16위(승점 40)를 마크하고 있는 낭트는 커트라인인 18위 캉과의 승점차가 불과 1점에 지나지 않아 시즌 최종 라운드까지 결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끈다면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담할 수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을 뿐. 그 동안 설마, 설마 해왔던 르 카나리(Les Canaris)의 팬들조차도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리오 예페스와 실뱅 아르망 (現 PSG), 마티유 베르송 (現 아스톤 빌라) 등 팀내 주축선수들을 대거 방출시켰으나 이에 상응하는 전력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었던 낭트의 이번 농사는 결국 ‘흉작’으로 그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중이다. 베스트 11이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전력의 안정을 꾀하는데 실패하였고, 지나치게 ‘젊은’ 스쿼드를 앞세우다 보니 선수들의 경험부재가 심심찮게 독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지난 1월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이번 주말 소쇼를 상대하기 위해 몽벨리아르로 원정을 떠나는 낭트는 침체된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서포터들의 기존 경비를 대폭 하향 조정, 소쇼의 안방인 스타드 보날에서 대대적인 원정 응원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고픈, 그런 애타는 심정인 것이다.
13위(승점 42)를 달리고 있는 보르도 역시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 비록 낭트와 비교해 좀 더 여유를 안고 있지만, 2경기를 남겨두고 여전히 강등권과의 격차는 3점에 불과해 산술적으로는 언제든지 추월을 허용할 수가 있는 상황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튼실한 전력 보강을 이루면서 클럽 대항전 티켓을 노릴 수 있을만한 전력으로 평가 받곤 했던 보르도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로 2004의 히어로 미할리스 카프시스의 지휘 아래 철옹성을 구축한 4백 라인은 전반기 보르도가 리옹의 뒤를 이어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리틀 지단’ 카멜 메리앙을 앞세운 공격라인 역시 시간을 거듭할수록 그 위력을 더해나갔다.
하지만 2005년에 접어든 이후부터 보르도는 말 그대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다.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대 스트라이커들을 곤혹스럽게 만들던 수비라인은 번번이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언제부턴가 구멍으로 전락해버렸고 (경기당 평균 1.6 실점), 설상가상으로 창 끝 마저 무뎌지기 시작하며 극심한 골 가뭄에 직면해야 했던 보르도는 점차 선두권 경쟁에서 도태되어 나갔다. 최근 7경기에서의 무승 행진(3무 4패)은 급기야 보르도를 ‘강등권 사투’라는 비참한 현실과 맞닥뜨리게끔 하였다.
현재 미셸 파봉 감독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가운데, 보르도는 남은 두 경기에서 쉽지 않은 상대들(모나코-마르세유)과 일전을 치르게 된다. 두 경기가 모두 안방에서 펼쳐진 다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듯.
- 사커라인 윤동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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