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을 섬기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에서 섬김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Last Generation & First Generation)가 여러분이리니...
추석 귀성을 앞두고 잠깐 생각이 나서....
우리나라의 명절은 명절 본래의 의미와 조상에 대한 공경보다는 살아 계신 부모에 대한 효를 실천하는 것으로서의 의미로 많이 바
뀌었다.
아무리 명절이고 고향이라 하더라도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고생을 하면서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조금만 지나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명절의 모습이 될 것 같다.
오래전부터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들은 이미 고령으로 10년이나 20년이 지나면 대부분이 돌아가실 것이므로 명절이라고
하더라도 귀성 및 귀경 때문에 교통체증이 유발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시골 고향은 부모님이 계실 때의 고향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고 그렇게 애틋하
고 살갑지 않기 때문에 고향을 찾는 것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부모가 계시지 않는 고향은 허전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곧 중첩되는 중심 중 하나가 상실되어 버렸기 때문에 부모님이 계
시지 않는 고향은 허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래는 인간에게 있어서 고향은 셋이리고 보아야 하는데....
.
첫 번째는 자기가 태어난 그 땅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향이고,
두 번째는 자기를 낳아서 길러준 부모의 품이며,
세 번째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본래의 내가 있던 곳으로 죽어서 돌아가야 할 그곳이다.
그곳이 어딘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없다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향이 셋이라는 것은 부모가 셋이 된다는 의미도 된다.
뼈와 살을 낳아준 부모와, 그 뼈와 살이 자라도록 터전과 먹을 것을 제공한 고향과, 본연의 생명(영혼)을 부여한 존재(하느님 조물
주 창조주 등등...)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본성적(本性的)으로 이 셋을 다 그리워하게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고향을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뭉클하고 부모님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뭉클한 것은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생활이 도시화가 되면서 고향이라는 의미를 모르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어려서 부모를 여윈 사람을
고아라고 부르며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여긴다.
고향이 없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고아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불쌍한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부모에게 우리는 애틋하거나 미안해 할 필요는 그리 없을 것인바, 그 부모는 우리가 이생을 마감해야만 알게 되는 이해가
되는 부분으로 지금은 알려고 해도 알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향을 가진 사람은 이 시대에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는 분은 더욱 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곧 끝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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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향에 8순이 넘은 어머님이 혼자 계시는데 추석에 내려갔다 올 때마다 내년 추석을 시골에서 지내게 될 수 있을까, 두 번 세
번..... 앞으로 몇 번을 더 시골에서 추석을 지내게 될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30~50 대가 된 세대들은 부모에게 효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에게 효도를 기대하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왜 첫 세대가 되고 마지막 세대가 되는가 하면 앞으로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이미 도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효도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서운해할 것은 없다. 효도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효도를 하지 못하
는 그들이 불쌍하기 때문이다.
효도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실천할 수 없는 여건에 살고 있는 그들보다 더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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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4, 50대 가장으로서 이번 추석에 시골을 가는 사람들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것을 생각하시고 사랑스
러운 눈으로 고향산천을 한 번 더 둘러보시고 부모님이 계시는 분은 더 애틋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오시는 추
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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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2004년도 추석을 맞이하여 시골을 다녀오고 나서 썼던 글임
첫댓글 두 번째 고향.
자기를 낳아서 길러 준 부모님
품이라는 글이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Last Generation & Frist Generation
원래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 익숙해서
못받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자식들이 제 앞가림 잘하고
사는 게 감사하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