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
이은규
누워서 바라보기를 멈출 수 없었다 눈을 깜빡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천장이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오늘의 모빌
자작나무를 깎아 만든 해와 달과 별을
실로 매달아 균형을 이룬
바라보다 잠들면 깨지 않고 포근할 거야, 속삭이며 건네주던
한낮의 광합성 해 있는 쪽으로 몸이 기울고
살랑 해질녘 바람에도 나는 흔들려
달이 떠 있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밤은 부드러워
몇 년 전 다이어리 노란별 스티커
천문대 있는 그곳으로 겨울 여행 가자, 약속은 아직 약속이고
때로 어떤 문장은 공기의 흐름을 바꿔놓기를 즐겨한다 헤어지자, 미세한 진동에도 평형을 유지하던 한 사람을 닮았고
움직이다 멈추다, 모빌
기억은 공중에 떠 있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몸과 마음 따위, 그날의 날씨가 한없이 쾌청했다면 습도 90 퍼센트가 넘지 않았다면
우리는 오래 더 다정했을까
이제 인간도 아가미로 숨 쉬어야 할 것 같아, 땀을 꾹꾹 닦아주며 웃던
교수보다 강사가 더 친절한 이유가 궁금하다 수사학 시간에 배웠었나 가정법은 모든 경우의 수를 둘러싼 수많은 가능성을 위해 필요해요, 친절하게 설명하던
나는 우주만큼 넓은 가능성에 말문이 막히고
언젠가는 될 거야, 라는 문장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뜻하고
가정법의 감옥이여 안녕 미래의
천장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는데, 새벽을 지나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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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 1978년 서울 출생.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시 등단. 시집 『다정한 호칭』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