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권 전매에 이어 미분양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면서 또다시 과밀억제권역을 기준으로 삼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이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시장에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왕세종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부동산과는 거리가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개념인 과밀억제권역을 무리하게 부동산에 접목한 것 자체가 잘 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8·21 대책에서 처음으로 과밀억제권역을 들고 나왔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과밀억제권역은 소폭 줄이고,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곳(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은 대폭 단축한 것이다. 최근 2·12 대책에서는 미분양의 양도세를 과밀억제권역에선 50% 감면, 그 외 지역에서는 100% 면제키로 했다.
정부 "과밀억제권역은 투기 우려 있다"
과밀억제권역에는 혜택을 절반만 준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투기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2006년 전후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노무현 정부가 버블지역으로 지목한 용인은 과밀억제권역이 아니어서 투기 우려가 없고, 수원·의왕·군포 등 그동안 용인보다 투기가 덜했던 지역은 과밀억제권역이라는 이유로 투기 우려가 있다는 건 어불성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기본적으로 과밀억제권역이 산업과 인구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개념인 때문이다. 게다가 15년 전인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권역을 대폭 조정한 뒤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조정된 적이 없다보니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업계 "미분양 많은 곳이 오히려 혜택 적어"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면제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한 내놓은 대책이지만 지난해 11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2만3603가구) 가운 데 절반 정도(43%)는 과밀억제권역(10만203가구)에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대책인데 정작 미분양이 많은 곳은 혜택을 덜 받게 됐다”고 말했다.
과밀억제권역이 낡은 잣대라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과밀억제권역을 조정한지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의 부동산시장과 딱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모두 해제해 과밀억제권역 외에는 마땅히 수도권을 세분화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맞춰 과밀억제권역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개념이 아닌 데다 공장 증설 등 자치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왕세종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수년 전부터 과밀억제권역을 조정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치단체들의 주장이 달라 무산됐다”며 “이것을 부동산시장에 맞춰 조정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실현 가능성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9.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