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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1일 토요일 맑음.
새벽 6시에 일어나 호수와 일출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기위해 호수로 갔다. 호수는 조용했지만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일출이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다. 새벽에 그물을 걷는 어부와 배가 더 호수를 아름답게 한다. 아내와 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 호수 주변에 있는 여러 마을을 둘러보며 그들의 삶과 민예품등을 구경하는 투어를 많이 한다. 또한 산타 카탈리나 팔로포 방향으로 2km정도 간 곳에는 온천이 있다. 물은 그렇게 뜨겁지 않은데 몸을 담그고 있으면 따듯해질 정도이고 유황냄새도 난단다. 또한 파나하첼 출신의 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도 있다. 인디오 출신의 화가의 작품을 판매 전시하고 있다. 과테말라 특유의 훌륭한 색채감각으로 신화적 세계와 인디오의 품속을 묘사해낸 그림이다.
호수 주변의 가게들이 막 청소를 하며 문을 연다. 아침 호수에는 묶여 있는 배들이 출항을 하고 싶은지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인디오들이 호수에 잔뜩 모여 뭔가를 기다리며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만난 파나하첼의 아티틀란 호수는 잊지 못 할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베란다에 앉아서 빵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좀 여유가 있다. 9시 30분 까지 데리러 온다는 셔틀버스가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배낭을 메고 투어 사무실로 갔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 밖에 없다. 짜증이 난다. 투어 사무실 직원에게 항의해 봐도 소용이 없다. 답답해서 한국 청년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브라운 홀에 찾아갔다. 답답함을 한국말로 말해보니 좀 시원했다. 이런 일이 다반사란다. 한 시간 늦은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셔틀이 도착했다. 셔틀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체념하듯 한마디 한다. “과테말라 타임.” 모두 웃어넘긴다. 앞좌석에 앉아 간다. 신나게 달려간다. 호수에서 급경사를 한참 올라간다. 오후 1시경에 안티구아에 도착했다. 안티구아는 스페인의 정복자 페드로 데 알바라드에 의해서 1527년 수도로 건설된 사우다드비에하가 지진으로 파괴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수도로서 1543년에 건설한 것이 안티구아이다. 전성기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서 인구 6만 명을 넘었었다. 그러나 1773년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어 수도는 3번째로 과테말라시티로 그 자리를 옮겼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이 지금도 여기저기 남아 있어서 버려진 도시 같은 쓸쓸함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또 이 도시는 1978년도 지진으로 피해를 입어 몇 개의 사원은 아직도 복원중이다.
인구는 약 3만명, 해발 1520m의 고원지대이다. 1717년과 1773년으로 이어지는 지진으로 안티구아는 괴멸되었다. 한때는 12개의 수도원, 20개 이상의 성당 및 대학, 학원 등이 있었으나 거듭되는 지진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현재는 프란시스코회, 메르세히드회 등의 수도원, 성당, 대학 등이 남아있다. 도시 전체가 바로크 양식의 야외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볼 만한 곳은 오래된 집들과 지진으로 쓰러진 건물뿐인 작은 도시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풍경이 넘치는 도시다. 과테말라시티에서는 45km, 1시간 거리이므로 배기가스 심한 과테말라시티를 피해 이곳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자들도 있다. 또 이곳에는 비용이 저렴한 스페인어 학교가 많이 있어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모여든다.
이곳의 커피는 유명하다. 비옥한 화산토, 일정한 일교차, 낮은 습도 등, 알맞은 환경 조건을 가진 안티구아 지역의 커피를 스모크 커피라고 한다. 커피나무가 화산폭발에서 나온 질소를 흡수하여 연기가 타는 듯한 향을 가진 스모크 커피는 해발 1400m~ 1700m에서 생산되는 최고등급의 SHB(strictly hard bean)이고 수확 시기는 1월~ 4월이다. 습식법으로 가공된단다. 옛 수도라고는 하지만 안티구아는 충분히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전형적인 콜로니얼 스타일의 시가지이므로 성당에 면한 중앙공원(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도로가 바둑판처럼 정비되어 있다. 아내와 함께 배낭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메고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여행사 투어버스는 과테까지 데려다 주는데 요금을 15000원이나 부른다. 파나하첼에서 과테를 가는 요금과 비슷하다. 둘러보다가 늦으면 자고가고,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공용일반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했다. 시내를 둘러보는 루트는 론니의 City walk, Splender in the Ruins를 참고하기로 했다. 13개의 명소를 찾아가며 걸어 다니는 것이다.
우리가 내린 곳은 중앙광장과 가깝다. 일단 중앙강장으로 가기로 했다. 거리에는 마차 다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삼륜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은 다니는데 좀 불편해 보인다. 도로가 포장된 것이 아니라 옛날 돌을 깔아놓아 걷기도 불편하고 차가 다니기도 어색하다. 오래되어 푹 파인 곳도 있다. 중앙광장에는 시청사 건물이 버티고 있다. 좀 낡아 보이지만 견고해 보인다. 안에는 무기박물관, 고서박물관도 있다. 광장 맞은편에는 대성당도 있다. 흰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져있다. 사람도 많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화려한 색상을 지닌 원주민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여 재미있다. 정부청사 건물에 국기가 펄럭인다. 국기의 파란색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하얀색은 평화를 나타내고 문장은 칼과 총 아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유의 상징인 국조 케트살로 이루어져있다. 두루마리에는 “자유, 1821년 9월 15일” 이라고 씌어있다. 2개의 월계수 가지는 승리와 영광을 상징한다. 지도의 13번은 중앙공원에 위치한 카페 콘데사이다. 1549년에 지어졌다는 안티구아의 유명한 카페 중에 하나다. 커피와 케잌 종류가 유명하여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2번이 산티아고 대 성당이다. 11번이 18세기에 세워진 안티구아의 시청 팔라시오 델 아윤타미엔토. 10번은 중앙공원이다. 9번은 중앙 공원의 북쪽, 그 유명한 아르코 거리다. 노란 시계탑 아치 건물이 보이는 이 거리에는 레스토랑, 카페, 상점가가 밀집되어 있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거리다. 차량이 통제되어 걷기에 좋다. 이 거리가 이곳의 주요 도로이다. 4월에 있는 세바나 산타 축제가 있는데 이곳이 주요 행렬 거리란다. 세바나 축제는 꽃길 축제인데 꽃가루, 꽃잎, 꽃들로 이루어진 로맨틱한 꽃길이다. 주민이 자기 집 앞에 정성을 다해 자발적으로 장식을 만들어 놓으면 행렬이 그 위로 지나간다. 꽃을 밟고 가는데, 작품을 만드는데 대단한 정성과 시간이 걸린다. 낡은 수레에 심겨진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3명의 영감님이 구슬프게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다. 언제 들어도 목각 실로폰 소리는 부드러워 좋다. 아르코 거리의 수도원 이름이 산타 카탈리나 이다. 아르코 도로 양쪽에 있는 수도원 두 건물 사이를 사람들 눈에 안 띠게 왕래 할 수 있도록 만든 통로가 이 아치형 시계탑이다. 17세기에 만들어진 건물이다. 지금은 운치 있는 호텔과 비엔비가 있다. 아르코 거리에서 8번, Nim Pot을 만났다. 대형 기념품 매장이다. 주로 나무와 천을 이용해서 만든 물건들이다. 우산, 동물 가면, 사람 가면, 목가 동물 등 아주 많고 다양하다. 색상이 화려하고 섬세한 물건들이 벽에 가득하고, 천정 뿐 아니라 모든 공간에 가득하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 단체 관광객도 보인다. 거리에 나오니 오래된 성벽아래 인디오 아주머니들이 꼬마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다. 색상이 화려한 스카프 종류를 잔뜩 안고 있다. 꼬마들은 어디나 똑같다. 맑고 깨끗한데 신발이 없다. 걱정도 없어 보인다. 우리는 7번 메르세드 교회에 도착했다. 미색과 흰색을 기조색으로 치장한 교회다. 바로크 양식의 파사드(정면 장식)가 있는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는 모습이다. 실내도 깔끔해 보인다. 정면 작은 공원에는 작은 십자가가 있다. 소형촬영 무인 헬기(카메라용 드론)가 공중에 떠서 소리를 내니 모두들 쳐다보며 신기해한다. 6번은 산타 테레사 건물이다.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유적으로 최근에는 남자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5번은 이글레시아 엘 카르멘 이다. 건물이나 유적보다도 관광객을 상대로 한 과테말라 전통 민예품을 팔고 있는 아낙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손으로 만든 물건들이 가득하다. 수공예품 시장을 보더니 아내는 움직일 줄 모른다. 사지도 않을 것을 한참 만져보고 걸쳐보더니 돌아선다. 돌아서는 모퉁이에 세워진 건물이 인상적이다. 그냥 평범한 가옥인데 노랑색 칠을 한 벽과 오래된 붉은 기와가 눈에 들어온다. 걸어가는 길에 눈에 번쩍 띄는 식당이 보인다. 커다란 토기에 커리 요리가 종류별로 담겨있고 고기와 야채, 과일이 진열되어 있다. 전통적인 분위기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발걸음들을 멈추게 한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되면 꼭 돌아와 먹어보리라 맘을 먹는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 것이 여행의 원칙인데........ 4번 카프치나 수도원에 도착했다. 안티구아 수도가 옮겨진 시대의 마지막 건설된 수도원이다. “묵념의 탑”이라는 3층 원형 건물이 유명하다. 입장료가 40케찰, 국제교사증을 보여주니 20케찰로 내려간다. 3번 산타 로사 데 리마 사원으로 찾아갔다. 길이 좀 엉망이다. 여기는 별로 볼 것이 없다. 폐허가 된 유적만 있다. 아내는 힘든가 보다. 배낭을 메고 다녔으니 지칠 만도 하다. 날씨도 무척 덥다. 아내는 여기서 쉬기로 하고 십자가 언덕을 향해 걸었다. 올라가는 길에 2번 라 칸데로리아를 만났다. 여기도 폐허에 건물 잔해만 겨우 서 있다. 계속 언덕을 오르니 숨이 찬다. 왼쪽 길 건너에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하는 중년의 남성이 튼튼해 보인다. 숲속으로 난 계단 길을 숨차게 오르니 주스를 파는 포장마차가 무지개 파라솔을 갖고 나타난다. 십자가 언덕이다. 정상에 세워놓지 않은 것이 감사할 일이다. 여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안티구아 시내가 한 눈 가득 들어온다. 질서 정연한 시가지다. 10m 높이의 십자가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불끈 솟아 있는 아구아 화산이다(해발 3766m). 삼각형 모양의 산이 인상적이다. 안티구아에는 무려 3개의 화산이 감싸고 있다. 앞에는 아구아 화산, 오른쪽엔 아카테낭고 화산, 후에고 화산이 있다. 늘 불안한 이곳에 평안이 있기를 기도해본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아내가 걱정되어 서둘러 내려왔다. 아내는 꼼작도 않고 그늘에 앉아있다. 깡통을 단 결혼식 차량이 요란하게 달려간다. 이제 시내 구경은 끝낸 것 같다.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시장을 향해 걸어간다. 시내에서 시장을 찾기는 쉬웠다. 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에게 과테를 물었다. 과테가는 버스는 오른쪽에 있단다. 과테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버스가 있다는 기쁨을 갖고 서둘러 걸어가니, 겉이 화려하게 치장한 버스가 많이 세워져 있다. 미국의 스쿨 버스가 이곳에 와서 외장을 화려하게 변신해 있었다. 이름 하여 치킨버스다. 차장이 목청껏 “과테”를 외치고 있다. 금방 출발할 것 같다. 서둘러 올라타서 기사 바로 뒷좌석에 둘이 앉았다. 여행사 버스는 100케찰을 내라고 하는데 치킨 버스비는 10케찰(1500원)이다. 버스는 천하무적이다. 승용차를 앞지를 정도로 속도를 내는데 커브 길에서도 그냥 틀어가고 내려가는 길에서도 브레이크가 없는 듯 치달린다. 주변에서 함께 달리던 차들이 모두 욕을 하며 피한다. 우리는 너무 긴장해서 졸수도 없고 방심할 수도 없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지 않으면 바로 쳐박힌다. 한편으로는 스릴만점에 재미도 있지만 불안하다.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어린아이가 즐기듯 장난끼가 일어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치킨버스구나. 거기에 신나는 음악까지, 청룡열차 타는 기분으로 과테말라시티에 도착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내린 기분이다. 긴장한 어깨를 풀어가며 배낭을 메고 내렸다. 50분 동안 무면허 기사에 목숨 맡기고 달려온 것이 꿈만 같다. 중간에 경찰이 면허증 검사를 할 때 창문과 문을 거의 닫고 면허증, 낡은 면허증만 차장이 들고 나가고 기사는 얼굴을 가린다. 알 수 없는 불법이 있는 것 같다. 내리긴 내렸는데 여기가 또 어디인지 알 수 없구나. 이제는 숙소를 찾아야겠다. 택시를 잡고서 ADN 버스 정류장을 부탁했다. 과테의 ADO라 불리는 버스다. ADO는 고사하고 시설이나 규모도 작은 버스터미널이다. 그래도 경호원이 총을 들고 입구를 지키고 있다. 택시비는 30케찰이다. 플로레스 가는 버스는 하루에 한 번 저녁에 있다. 요금은 180케찰(27000원)이다. 돈이 없어 내일 끊기로 했다. 주변에서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이곳이 과테의 명동이라고 하는 구시가지 중심가 주변이다. 숙소도 골목길에 많이 눈에 띈다. 호텔이 집중되어 있는 Zona1 지역이다. 숙소는 하나씩 가격과 시설을 비교해 보며 찾아볼 만큼 여유가 있었다. Hotel Santona를 200케찰에 정했다. 주인의 무뚝뚝함에 비슷한 느낌을 주는 숙소인데 가격대비 제일 맘에 들었다. 깨끗하고 깔끔하며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좀더 걸어가면 Casa mima 가 있다. 토요일이라 문이 닫혀있다. 숙소를 정했으니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 주변 도로에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썰렁하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 우리는 걸어서 제일 번화가인 6a 에비뉴 거리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가득하고 시끄럽다. 제일 먼저 만난 건물이 경찰궁이라는 스페인 스타일의 오래된 건물이다. 성 같이 견고해 보이는 건물이다. 환전도 했다. 옆에는 산 프란시스코 교회. 아치가 있는데 과테시티의 우체국 건물이란다. 우아한 모습을 갖춘 것이 매력적이다. 그 앞에 지나가는 차를 상대로 환전해 주는 환전상들이 있다. 물어보니 사기꾼들이다. 은행에서는 750정도인데 이 사람들은 500이란다. 조심해야겠다. 버젓이 환전상이 존재하는 것은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다. 보행자 거리에는 사람들이 복잡하다. 비보이 춤을 추는 사람들, 노래 부르는 가족, 얼굴에 그림 그려주는 아주머니 등 구경거리가 많다. 은행, 백화점, 고급 매장들이 즐비하다. 중국집을 발견했다. 반가웠다.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중국음식이다. 슈퍼에 들러 포도, 바나나를 샀다. 날이 어두워진다. 이곳은 밝고 활기찬데 한 블록만 벗어나면, 우리 숙소가 있는 골목은 위험스러움이 느껴진다. 뒷길에는 순경도 없고 인적도 없다. 철 대문들이 더욱 불안을 느끼게 한다. 알 수 없는 살벌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긴장하며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을 얘기하며 포도 먹고 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