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네포묵 신부
축일: 5월 16일.
'네포무크의 성 요한' 또는 '요한 네포묵'이라고도 불리는 가톨릭의 성인.
고해성사의 비밀, 나아가 가톨릭 교회법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순교한 사람으로,
체코의 국민 수호성인이며 또한 고해자, 비방 받은 사람,
강, 다리, 익사자, 홍수 피해자의 수호성인이다.
네포묵의 성 요한의 초상은 보통 사제 복장 위에 소백의와 영대를 하고
오른손에 십자가를 들고 왼편에 입을 다문 모양을 그립니다.
그 이유를 알려면 로마 순교록을 보면 됩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려져 있지요.
"네포묵의 성 요한은 고해의 비밀을 누설하라는 강요를 당하고도 단호히 거절했기 때문에
몰다우 강에 던져져 용감한 순교의 죽음을 당했다.”
이와 같이 그는 고해의 비밀을 지킨 성인으로서 유명합니다.
이 성인은 1350년경 보헤미아(지금의 체코와 슬로바키아) 지방의 네포묵에서 태어나
가문 이름인 뵐플라인 대신에 고향 이름을 따서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지요.
사제를 지원해 열심히 법학과 신학을 연구하고 박사 학위를 획득한 요한은
사제가 되고 나서는 대주교의 신임을 얻어 중책을 맡아보며 나라의 수도 프라하에서
강론가 및 고해 신부로서 충실히 근무하고 있었지요.
당시 보헤미아를 통치하고 있던 왕은 벤첸슬라오 1세라는,
어느 인간을 닮은 쥐새끼 같은 인간이었답니다.
왕은 폭군이면서 아주 잔인한 성격의 인물이었지만
그의 왕비 요안나는 그와는 정반대로 경건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고,
오로지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서만 즐거움을 찾는 온순한 부인이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왕과 왕비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겠지요.
왕에게는 왕비를 사찰하는 아첨꾼이 있었답니다.
어느 날 왕비가 고백 성사 보는 것까지 사찰을 했나봅니다.
그런데 요즈음 사찰에 망원경까지 동원했다고 하던데
당시에 벌써 투시경이 있었는지, 아니면, 고백소를 나온 후에 본 것인지,
하여튼 고백성사를 들은 요한 네포묵 신부님이 우시는 것을 사찰하여
왕에게 일러바친 것이지요.
왕이 요한 네포묵 신부를 불러 고백 내용을 말하라고 다그쳤답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의 고백을 들었기에 눈물을 흘렸는지,
이실직고하라는 것입니다.
처음에 왕은 요한 네포묵 신부님이 다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지 알고,
저녁에 다시 은밀하게 불렀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서 이제 사람들이 없는 곳이니,
어서 말하라고 했답니다.
요한은 이런 난폭한 왕의 말에 놀랄 수 밖에 없었으나
곧 정장을 하고 위엄있게 대답했답니다.
“성스러운 고해의 비밀을 누설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엄히 금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처럼 명하신 것을 순종치 못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요한 네포묵 신부님은 이 방에 있는
오로지 한 영혼에게만 말할 수 있다고 했답니다.
왕은 그 영혼이 당연히 자기인지 알았는데,
신부님은 그 방에 있던 개를 가리켰답니다.
개에게만 말할 수 있다고 한 것이지요. 하하.
당신은 개만도 못하다는 은유가 아니었을까요?
정말 개 같은 사람도 있고, 개만도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부인까지 사찰을 했으니, 개만도 못한 사람, 쥐새끼 같은 인간이지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왕은 요한에게 갖가지 고문을 가하게 하고
친히 참혹하게도 불에 달은 쇠로 그의 옆구리를 지지고 신부님의 혀를 뽑고,
우리에게 몰다우 강으로 더 잘 알려진 블타바 강에 돌을 매달아 던져버렸답니다.
신부님이 살해당한 다음 날,
한 낚시꾼이 새벽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별이 다섯 개 떠 있어 이상하게 여겼답니다.
가방끈이 짧은 그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몰라
그래도 가장 가방끈이 긴 본당 신부님께 여쭈었답니다.
본당 신부님도 고민을 하다가 문득 성경 구절을 떠올렸답니다.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이르신 말씀이지요. “그물을 던져라.”
본당 신부님은 그 어부에게 별이 떠 있는 그곳에 그물을 던지라고 했고,
어부는 그곳에 그물을 던졌답니다.
아주 묵직한 것이 걸려 대어를 낚았는지 알고, 끌어올렸답니다.
그런데 그물에 걸린 것은 대어가 아니라 혀가 빠진 채 죽은
요한 네포묵 신부님의 시신이었답니다.
놀랍게도 시신은 조금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답니다.
어부는 시신을 수습하여 본당 신부님께 모시고 왔고,
본당 신부님은 성당 마당에 요한 신부님의 시신을 안치하여 모셨지요.
본당 신부님은 왕의 짓인지 알았지만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답니다.
그런데도 그만 들통이 나게 되었답니다. 왜 들통이 났을까요?
밤마다 별 다섯 개가 그곳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그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 온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지요.
왕은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했지만 별이 그 사실을 밝혀준 것이었지요.
네포묵의 요한이 성인품에 오른 것은
1729년 3월 19일 교황 베네딕토 13세의 시대였다.
10년 전에 시성 조사가 행해지던 때에 그의 무덤을 열어 시체를 검사하니
3백년 이상이나 경과되었으므로 전신은 모조리 다 썩어있었지만
혀만은 마른채로 그대로 남아있었지요.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고해의 비밀을 지킨 성인의 충실함에 대한
하느님의 존귀한 보수의 표시라고 기뻐하며 정성스럽게
황금의 성광에 모셔 성당의 보물로서 영구히 보존했던 것이지요.
또한 이 성인은 다리 위에서 물속에 던져져 순교한 점에서
다리의 성인이라 칭하고 수많은 다리 위에 그의 초상을 모시게 되었답니다.
그는 보헤미아의 수호 성인이자 고해자들의 수호 성인입니다.
성 요한 네포묵의 초상은 보통 사제 복장 위에 소백의와 영대를 하고
오른손에 십자가를 들고 왼편에 입을 다문 모양을 그립니다.
항상 머리 위에는 별 다섯 개가 있고요.
성 요한 네포묵이여!
고백 성사를 듣는 모든 사제들을 위해 빌어주소서!
- 류해욱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