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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滿月)
천 승 세
무딘 쇳덩이가 구르는 낌새로 한바탕 요란한 굉음이 간거르는가 싶었다. 어련할까 했던 짐작대로 우 영감과 월산댁이 영독스레 한판 어우르는 참이었다.
우 영감은 월산댁의 그 목마 수레를 막 밀어붙인 짬이었고, 월산댁은 우르르 밀리다 멈춘 수레를 암팡지게 거머쥐고 다시 우 영감올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으디 하늘 끝까지 해부드라고! 염병할 놈의 영감탱이가 땅 쥔 났데여?"
“ 에구 요골 어쩰까? 장새르 하겠다문 어드메 땅이 없어 한새쿠 내 곁으로만 파구드넨? 독새 같은 간나, 신다리르 부러뜨려 놔야 알겠네? 저엉 죽어봐야 정싱으 채리겠느난 말이!”
“홤메에! 나 얼척없어서 환장한다고잉! 니기미, 참말로 해보끄나? 머리끄댕이 끗고 시염 뽑고 누가 죽능가 해보끄나? 어따, 어따, 선손질만 해보드라고! 아니 으째 그녀려 오기가 쏙 들어간당가? 씨언하게 선손질 해보란디?”
“에구 내 움버서 미치겠궁! 에구 으골, 요고올 고냥 어쩰까? 너 저엉 그러겠다문 송쟁 된다궁. 송쟁 치워줄 사람이라두 있넨? 너 저엉 잘못 어르대다간 깝주리루 뱃겨줄 톄잉가 알아서 하라궁!”
“씨벌놈어 영감탱이가 뚱금없이 휜소리 깔제잉. 여봅씨다잉, 송장 칠 사람없는 것은 이녁이나 내나 마찬가지여.”
“그러잉가 좋은 소리르 할 때 어드메 다른 데루 가란 만이I 내 옆에서 무시기르 횡재 잡겠다구 도산으 떨구 이러난 말이.”
“요 자리가 다 디헌민국 땅인디 아니 으째서 영감이 땅 쥔 났데여?”
“뉘기 땅 줸이구 앙이구가 무시기 상관이야? 내 만지장새 터르 닦았웅이 내 이 땅 줸이지!”
“화이고오―참말 어질어질해서 깐딱 미쳐 뿔겄네여…… 못 간다!”
“쌍노무 계집! 아깨부터 참자참자 하문서리 봐주잉가 이저는 못 할 소리가 없궁! 에잉 ―.”
“음매매, 니 참말 내 맥살 잡었냐? 으응?”
“그래, 잡았데문 어쩰 참이네?”
더 놔뒀다간 덤턱스러운 사단이 생기고 말 터였다.
나는 그들 앞에 서자마자 오랏바람 재며 큰소리쳤다.
“거참, 하루이틀 아니고 너무들 하십니다. 같은 장사판을 벌인 것도 아닌데 의좋게 장사하면 누가 뭐랍니까? 오랜만의 비번인데 댁들 싸움통에 실컷 자고 싶은 낮잠도 못 자요 화해하세요. 그러지 않겠다면 치안력올 발휘하겠소!”
우 영감이 야젓하게 말했다.
“에구 내 순사르 볼 멘목이 없습메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해얍지. 내 장새판에 와서리 도산으 떠는 것도 참욜 쉬가 없는데, 봅소! 온죙일 음악으 틀구……내 이 음악만이라두 그치라는 이런 말입메.”
“그거야 아주머니 입장에선 음악없이 장사가 되겠어요?…… 얼마나 좋습니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에구ι 내 얼피덩 죽어얍지…… 앙이꼽구 데럽아서 살 쉬가 없음…… 내 그노무 음악이 한새쿠 싫단 말이!”
“음악이사 붕애한테도 좋다덩만…….”
우 영감은 설잠 버르적거리는 사람처럼 가슴을 텅텅 쳐댔고 월산댁은 비아냥스럽게 헤엠 ―헛기침을 내뱉었다.
원래가 난민촌이었던 탓으로 지붕 잇대며 들어앉은 주택가란 게 음충스럽고 지저분했다. 비만 오셨다 하면 온 동네가 질척거리는 진흙탕이요 좁디좁은 골목 안으로는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남향 해서 칼산 까치산이 치렁치렁 산슭을 어깨짰기에 망정이지 그나마 없었다면 어지간히 살맛없게 삭막했을 것이었다. 까치산 무릎께를 뭉텅 헐어 하루 온종일 귀청 따가운 소음을 토해내는 연립주택 공사장. 그 바로 밑에 다문다문 모여 앉은 낡은 기와집들이 삼십여 호 즐비했다.
동네로 치면 그래도 이곳이 노른자위 명색이려니, 왼쪽 편으로는 가리매처럼 동투산 넘어 인친으로 가닿는 신도로를 끼구 좌우로는 오백여 평 될 법한 공터를 들어앉혀, 이를테면 들짱날짱 오르내리는 잡상패거리들의 장사 텃발으로는 제 구색 갖췄다 싶기 때문이었다.
우 영감은 이곳 월세방 앞의 거진, 다섯 평 됨직한 곳에 어항들을 늘어놓곤 장사를 벌인 지 오래였었다. 그런데 달포 전쯤 해서 그녀가 목마수레를 끌고와 우 영감 옆을 파고들면서부터 치신사나운 구경거리가 그칠 새 없던 것이었다.
“아그덜아 월산댁 묵마 왔다잉. 한 번씩 타보그라. 올매나 재미진지 몰라야 우리 나라 명마덜은 다 모였는디, 좌우당간 탔다 하면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오대산 고냥 금세로 담박굴쳐 뿐지야.”
이러면서 입내쟁이 뺨쳐먹게 어연번듯 놀아났을 때, 우 영감은 내 터 한 평쯤 먹어 들기로 설마한들 금붕어 장사가 빙퉁그러지랴 하는 느긋함마저 뵈줬던 것이다.
“이거 보우다, 궈레 아레 장터에서 소채 장새르 하던 사램 아잉가?”
“맞소야 으찌께 나를 아셌당가?"
“……소채 장새는 어째 팽가치구 남의 장새관으로 말으 몰구 왔음?”
“하도 되서 못 하것습디다…… 영감이나 있으면 해묵으까. 영감님은 으디서 사시요?”
“어드메서 사냐궁? 이 집이 바로 내 집이라궁.”
“집까지 있것다, 자석들도 있을 텐디 믄났다고 요 고상이당가 자석들 밥이나 자심시러 노인당에나 가서 소일하시제.”
“내 집으 갖구, 아아드르 있다문 무시기 한다구 이 고생이 함메?”
처음엔 이쯤 달보드레한 말들로 차긋차긋 지내는가 했다. 그러딘 것이 하릇밤 새에 판을 바꿨다.
월산댁이 목마 수레에다 낡은 녹음기를 걸고는 어린것들을 모을 양으로 틀어대는 동요가 언턱거리였다. 〈고향의 봄〉 〈산토끼 토끼야〉 〈말아 서서 자는 말아〉 〈엄마 생각〉 따위가 그것인데, 우 영감은 유독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하는 대목이 역스러운 모양이었다.
“이거 보라궁. 뉘기 고향없는 사램인 줄으 아능가? 얼피덩 끄지 못하겠네?”
“그 냥반 벨 자말없는 헹티 다 하네 거. 누가 영감보고 고향없다고 했어? 으디다가 알량한 고향 둔 지 몰라도 벨시런 쌩트집 다 잡제잉. 참새도 정미소 괴미가 고향이고 개도 똥깐이 고향인디 사람 목자에 고향없는 사람도 있당가, 해앰.”
우 영감은 바로 옆 노점에서 단숨에 소주 한 병을 들이켜고는 아닥치듯 월산댁에게 달려들었다.
“너어 무시기라구 했네? 참새 고향이 어쩨구 개새끼 고향이 어쨌다구? 내 오늘 송쟁으 치을 모앵이니깐!”
“움마아? 이 영감 아조 미쳐 뿐졌네여!”
“에구, 이 간나 딴전으 피우능 거 보랑이까! 너어가 미챘지 내가 어쩨 미치네?…… 내 함경도 경성이 고향이라궁!”
“나는 전라도 팔금이 고향이람께!”
“에구 웁버서 죽겠당이. 팔금이구 지랄이구 어드메 붙은 촌구석인 줄으 알 끼 무시기야?”
“나사말고 배꼽이 열 볼이락도 간수 못 하것다! 시방 서울이 왜정 때 말로 경성이라 했제멩. 함경도에 믄 경성이 또 있당가?”
“에구 이 무식한 지집! 왜정 때 경성으는 어쩨 또 외었다둥야? 너 함경도르 모른다구? 엉?”
“이 냥반아, 팔금은 안다나”
“팔금이구 숫똥개구 알 끼 무시기야.”
“경성이고 맹갱이고 나도 모릉께!”
이렇게 시작한 싸움이 끝내는 상체기 몇 개씩올 정간치는 올골질로 변했고, 두 사람은 파출소로 불려왔었다.
“저 영감 단단히 혼내야 쓰것소엉. 미쳐도 열두 불로 미쳤당께라우. 쌈 건덕지두 안 되는 일로 이말 앙당물고 고냥 잡어묵것다고 대드는디, 나 이 나이 묵도록 요런 화난 첨이요잉! 보쑈여, 온 삭신에 멍 안 든 데가 없소야.”
“보문 모르겠음. 피를 흘린 사램은 납매다! 봅소, 지금으두 코피르 흘리고 있지 않습메까. ……이 팔으 봅쇼 이빨 자국이 앵이고 무시깁메. 저 간나 사램이 아임둥 독새뱀이 앙이구서리 이렇기 몰어뜯을 쉬가 있겠습메.”
“물어뜯길 짓을 누가 했당가?”
“닥치라궁! 이 우몽한 간나. 싫대는 노래르 한새쿠 틀문서리 욱다지른 사램이 뉘기얏? 내 고영이 화르냈네?”
두 사람은 파출소에서도 울근블근 서로 질 줄을 몰랐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이 영감님을 고소할 맘이 있습니까?”
“서로 때리고 맞었는디 고발장 뛸 맴은 없소 내 장사 훼방 안 놓는다고 약조는 받아놔사제!”
“댁이 어디십니까?”
“충남 상회 앞에서 싯빵 사요잉:”
“가족온?’’
“나 혼자요…… 가족은 부산에 딸 하나 시집가 살고…….”
“영감님은?’’
“어따 챙피시럽게 박씨냐 호박씨냐 벨것올 다 묻네 거. 아, 영감님 지신다 하먼 몬 염병한다고 이 고상 할끄라우? 영감님은 딸이 열 살즉에 시상 뜨셋소!”
“외동따님인 모양인데 부산 가 사시지 그래요 괜한 고생 자청하시면 이런 사단이 생기게 마련이죠”
“……손주 학자금 적금 붓는 재미로 그냥 사요잉…….”
“아직 젊으신데……,”
“워따 낯 갠지랍소!…… 하기사 오십다섯백끼 안 묵었옹게.”
“알겠습니다, 가보세요”
월산댁은 “아갸가갸아―뼉따구가 시고 에리고…… 영감탱이가 믄 심은 그리 장사래어!” 하고는 파출소를 나갔다.
우 영감은 월산댁이 들으라는 듯이,
“틀레먹은 간나지비. 딸 손주 다 있는 팔재에 무시기 서럽다구!”
해놓고 찝 쩌업 쓴 입맛을 다셔댔다.
나는 우 영감에게 짐짓 덩드럭거려봤다.
“중론을 들어보니 영감님께서 전적으로 잘못하셨더군요. 말도 아닌 트집을 잡고 말입니다.”
우 영감이 게슴츠레 눈올 치떴다.
“어쩨 그렇습메?”
“그렇지 않구요 고향의 노래가 무슨 죕니까?P’
“……저엉 그렇데문 그럴 쉬도 있겠궁…….”
“아니면 뭡니까?”
“생각으 해봅쇼 아무리 남한 땅에 코방으 뒀다구 그렁기 앙입메다. 간나 고향이 팔금인지 뭰지 된다치구, 저어는 남한 사램이 잉가 딱이 팔금이 앙이래두 남한 땅 어드메 제게 고향 아닌 데가 어디 있습메?…… 내 고향 경성으는 북죄선입메다!”
“……북죄선?”
“북한 말입메!”
“그럼 북한이라 하시오― 복조선, 그거 듣기 거북한데요”
“아잉기 앵이라 기렇기두 하겠궁…… 그건 그렇다칩세. 내 올해루 육십너이 먹었습메다. 술으 동무삼구 한숨지르 위로삼구서리 겨우 고향 생각으 잊었습메. 기런데 말이, 그노무 노래만 들었다 하문 되비 고향 생각 때뭉에 미치능 겝메다! 내 간나보구 그만두랑이까 들어조얍지!…… 피가 끓는데 나만 가망이 듣구 있어야 합메? 무시기 이런 권세가 있음둥?”
그때 소장이 버력 악을 썼다.
“영감, 사상이 글러먹었구먼…… 북한 경성이고 전라도 팔금이고 간에 통일의 그날엔 우리 모두의 고향 아닌가 말야! 대한민국은 자유의 땅입니다. 누구나 고향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들올 수 있고 외올 수 있소! 고향의 노래롤 틀어댄다구 그게 권세란 말야?”
“……통일이 언제 됩메까?”
“이런 답답할 수가 있나! 통일이 뭐 뺑뺑이 돌림인 줄 알아요? 그렇게 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총화단결하잖소.”
“잘못했습메다.”
“영감님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게 아니에요 다들 살자구 하는 장사인데 서로 이해하며 상부상조하시란 이련 말입니다. 이제 알겠스?”
“……따끈이는 모르겠지만서두 짐작으는 갑메다…… 기럼 욕보우다. 나는 장새하러 가겠음.”
우 영감이 비치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덤부룩한 덩덕새머리가 왠지 안쓰러워 나는 건성으로 말했었다.
“이제 영감님은 쉬시고 자녀들에게 장사를 말기세요. 그럼 아니꼬운 꼴 안 봐두 되지 않습니까.”
“내 팔재르 몰라 하는 말입메. 아아드르 있구 안깐두 있다문 이런 꼴 악시르 하구서리 어쩨 산답메까?…… 아들 하나 있덩 거 월남 가서 뒈졌구 안깐은 홧병으 앓다가 세상 뜬 지 오랩메다…… 잠시라두 도산으 떨어대서리 미안했습메다.”
우 영감은 곧 파출소를 나갔다.
“담배 꼽은 지 이틀 만에 다시 담배 피우게 만드네 거.”
소장은 데시근하게 웃으며 담배틀 태워 물었고 나는 담배 대신 미적지근한 한숨을 뱉았다.
그 뒤로 나는 짬만 났다 하면 그곳에 가보았다. 두 사람의 불화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듯싶었다. 월산댁은 목마 위에다 애들 서넛 앉혀놓고 예의 녹음기를 꽝꽝 틀어댔고 우 영감은 가쁜 숨을 벌쩍거리며 그런 월산댁을 할기족족 눈에 담고 있었다.
“에엥 ― 앙이꼽구 데럽아서 못 살겠궁. 내 전생에서 무시기 큰 죄르 졌다구 이런 원쑤르 옆에 두그 장새르 하느난 말이”
우 영감은 예사로 중떨거렸고,
“웬수사 나도 매한가지여잉. 올아부지는 세상 뜨실 때까지 부체님만 모셨었는디 전생에 믄 죄를 물리셋기에 요런 영감탱이 절으다 놓고 본당가, 얼르르르――.”
월산댁도 질세라 혀를 하르르 떨며 체머리를 떨던 거였다.
나는 부러 우 영감 쪽에서 금붕어도 사봤고 여섯 살박이 아들놈으로 하여금 월산댁의 단골 손님도 삼아가면서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해 어지간히 까봄질해봤었다.
“이거 얼맙니까?”
“아니, 어저두 사갔지 않았습메.”
“별다른 것이 있어야지요.”
“그거 혹출목금이란 괴기입지. 다 자랠라문 오 년 세월은 커야 하잉가 그냥 앞금 내구서리 가제갑세.”
“얼마를 내면 되나요?”
“오백 원은 조얍지.”
그때를 못 참아 월산댁이 날렵하게 끼어들었다.
“시상에 믄 재변이랑가! 새끼 손꾸락만한 괴기 한나가 오백 원?…… 생기기도 징상시렵게 생겼다고잉. 꼭 우덜 고향 뻘판에서 팔짝팔짝 잔나비 재조 뜨는 짱뜅이 뽄샌디…… 짱뜅이가 알을 뱄다 쳐도 요롱고름 징상시럽지는 않탕께는!”
“무시레? 찔기워 죽겠다문 너어 고향에 가서리 뒈지라궁. 제게 장새 앞자리나 가릴 기지 나르 뉘기루 보구 허툰 수작으 떠능가?”
“누구는 누구여? 봉애 장시백끼 더 된다여?”
“에구 조고올! 머리르 끄들레서리 쥑여놔야 알겠네? 엉?”
“원대로 후드러패보제 으째 말만 한당가?”
“에구우―순사 양반! 내 장새두 맘대루 못 합메다. 저 간나르 어쩨문 좋겠음?”
나는 “참으셔야지요. 네에. 참으시면 복이 옵니다, 네에.” 어뜨정하게 말하며 이번엔 아들놈을 앞세워봤던 것이다.
“너 목마 타구 백두산 간댔지? 원대로 타보렴.”
“워따 어지께도 탔는디 또오?…… 오늘온 오십 원만 내라잉. 백두산은 말만 들어도 징항께 인자는 지리산에 가보더라공. 백마야 가자아 자유를 찾어서어―”
월산댁이 노랫가락 흥얼대며 목마를 퉁겨놓기 무섭게 우 영감이 서털구털 파장을 놓것다.
“방울나귀라구 지리산으 타넘넨? 아아드르한테는 공째루 태워주지 든으 어째 받겠다구. 두 번 안 탄다문 두부가 한 모 아잉가!”
“믓이 으째야? 늠의 간장 긁었다치먼 찌까닥 고발소 행잉께 주둥이 따악 봉해사 쓸 것이여! 헤엠.”
이래저래 두 사람의 화해를 사부자기 이루기는 영 글렀다 싶었고, 나는 그때마다 선땀을 일궈야 했었다. ^
그런데 바로 오늘 아침 일이었다. 나는 예사스립지 않은 우 영감의 행동에 적이 놀라 담벽에 바짝 붙어 섰었다. 우 영감은 죄라도 짓는 양 이곳 저곳 바삐 눈길을 뒹굴리며 비질을 해댔다. 우 영감의 비질이 물타작 서둘듯 갑작스러운 것을 보다 말고 나는 숫구멍에다 불침을 얹은 본새로 망연헤졌다. 우 영감이 쓸고 있는 곳은 월산댁의 목마 수레가 제 터 삼았던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신둥부러지게 나서기도 찝찝해서 짜장 헛기침 한 차례 똑 부러지게 뱉아놓고는 걸음을 떼놓았다.
“웬일이십니까? 그 자리를 청소하시구!”
“……무시기라구? 내 언지 청소르 했습메? 내 장새 터르 쓰는 것두 청소라문 할 말이 없지마는…….”
“……내가 잘못 봤나 봅니다…….”
“오늘이 삭망 아입메!”
“삭망?
“보름이란 말입메다.”
“아 그렇군요”
우 영감은 송글송글 땀이 솟은 콧살을 쓰윽 훔쳐내고 나서 그제야 더 넘스럽게 불만을 쏟았다.
“장새르 했으문 제게 장새 더는 만지 놔와서리 쓸어야 합메. 개꼬랑지 삼 년 둬두 황모 앵이 된다구, 간나 그거 죽을 때까지 사램 인피 쓰구 살긴 다 틀랬습메…… 뉘기 나보다 만지 나와서리 간나 장새 터르 쓸은 모앵입지…… 내 쓸어주쟁이 데럽구 앙이꼽구 해서리 오늘까지 버탰는데 오늘은 청소차가 만지 쓸구 지나갔나 보우다. 앙이 그렇음?”
“……아, 그렇겠군요!”
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귀에 익은 소리가 났다.
一―덜컹 덜컹 쐐그르 쐐그르一¬
“왓따메 순사 아자씨, 아적 새복참인디 으디를 요렇고름 일찍 간다요?”
윌산댁이었다.
“우 영감님이야 여남은 개 어항 다 내놓아야 하니까 새벽부더 서둔다 치구요. 아주머니는 조무래기 상대 장산데 지금부터 서둘 건 뭡니까?"
“그도 좋체만 영감탱이가 기동하기 전에 녹음기를 틀어사 사단이 안 나라우.”
“벌써 기침하셨습니다.”
“웜매, 그 개접시런 영감탱이! 싸게 싸게 가사 쓸랑갑다.”
나는 부랴부랴 목마 수레를 끄는 월산댁을 불러 세웠다.
“고향 싸움은 이제 그만 두세요. 아주머니께서 져줘야 합니다.”
“아니 으째 그란디요? 내 고향 팔금은 똥이고 지 고향만 당상인디! ……고향에 똥이 으디 있고 탕상이 우디 있다요?”
“그러게 드리는 말 아닙니까. 우 영감님 입장에서는 경성은 똥이고 팔금은 당상 안 됐습니까!”
“모르겄소 나는……그람 또 봅씨다잉. 나는 해꼬지로라도 가사 쓰겄소.”
월산댁은 삼성들린 묵은 초 잔칫집 내달으듯이 사뭇 소습뛰었다.
나는 아침 내내 어리뜩한 문제를 놓고 고민했던 것이다. 우 영감의 황급했던 비질. “오늘이 삭망 아입메!” 했던 밑도 끝도 없는 말. 여느때 같지 않게 섬뜩한 식은땀이 송알지던 우 영감의 차디찬 이마…….
한잠 시들기에도 벅찬 더위였다. 나는 덜커덩덜크덕 돌아가는 고물 선풍기의 바람을 쐬다 말고 차라리 공터로 나갔다. 폭염 탓인지 장사 패거리들도 거진 알량한 아카시아 그늘 속에 파묻혀 뱃구레만 볼름대며 낮잠이 한창이었다.
그런데도 윌산댁과 우 영감만은 정정했다. 월산댁의 목마 수레에서는 여전한 〈고향의 봄〉이 울려펴졌고, 우 영감은 오늘따라 그 쇳소리에 대한 씨양이질마저 잊은 모양이었다.
월산댁은 연신 우 영감올 힐끔대며 도통 시덥잖은 표정이었다.
나는 두 사람 가운데 놓인 평상에다 엉덩이를 붙이며 월산댁의 오꼼한 눈길이 머문 곳으르 시선올 돌렸다. 물큰 상해간다 싶은 물오징어가 두 마리, 흔해빠진 복승아가 여섯 개, 자질구레한 나물 봉지가 서너 개, 새척지근 쉬어간다 싶은 떡 봉지가 또 하나 ― 우 영감은 예의 것들을 앞에 놓고 연신 도리질 곁들여 손가락을 꼽아가는 참이었다.
“에구 순사 오셨습메? 내 정싱으 못 채리구 몰라봤음. 내 죄곰 그럴 사정이 있거덩.……무시기 시원항 거 드시겠음?”
“아, 아닙니다.……그런데 그것들은 뭡니까?”
“……무시기는 무시기……젯상 차릴 음식입메.”
“젯상?……오늘이 누구 제삿날인가요?”
“내 아방이 기일입메다!·……그렇기 살자살자 하시덩이 한시두 펜안히 발으 못 붙이시구서레 애만 쓰다가 십 년 전에 주검으 맞았습메다……. 하필이문 삼복염천에 기일이랑이, 무시기 젯상으 걸게 채리자두 음식이 있겠관디…… 죄르 져두 많이 집지. 정성으 따지자문 부인네 손맛이 젤인데 뉘기 신세르 질 간나두 없구…….”
그때였다. 깡깡대는 녹음기를 끄고 날 월산댁이 빼액 소리쳤다.
“떼끼 여보쑈! 천성이 몰강시럽다치도 조상 젯상은 그렇고럼 체리능 것이 안여! 베락맞올 짓거리하고는!”
“무시기야? 욕으 하겠다문 다른 날으 잡아서 하라궁!”
“날짜 잡어서 쌈질할 것이 따루 있제잉!……아니 보다보다 벨꼴을 다 본당께로. 다리 많은 괴기도 젯상에 올린당가? 음메에 얼척없어 죽겠네여…… 보씨요! 다리 여러 가닥지 생긴 괴기는 제기 웃기로나 올르는 벱이요 그것도 건포라사제 쌩괴기는 택도 안 닫체잉…… 그라고 복숭애는 또 뭇이랑가? 아니, 털 돋은 실과도 젯상에 올른다여? 밥 자시러 온 망혼 목구녕에 옴 돋제!…… 시상에, 얼러르르――.”
월산댁은 하냥 했던 버릇대로 혓바닥을 빼물곤 널름널름 떨어댔다.
우 영감이 그답지 않게 시그러지며 무릎을 세웠다. 땡볕 내러쬐는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몇 걸음 잗디뎠다. 삭연한 그의 뒷모습이 아카시아 숲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나는 그 짬을 틈타 월산댁에게 씨근벌떡 속삭였다.
“아주머니! 좋은 일 한번 합시다요!”
“……믄 소리시랑가?”
“우 영감 솜씨로 무슨 젯상올 차린답니까? 안 그래요? 네에?”
“……그려서?”
“음식 장만을 아주머니가 해주시란 말입니다! 아, 이 얼마나 고귀한 선행입니까?”
“택도 없는 소리랑게. 경성 양반집 젯상을 팔금도 쌍년이 채려라우?”
월산댁은 완강하게 도리질을 했다.
나는 허망해서 일어섰다. 아카시아 숲을 향해 걸었다.
나의 기척에 흠찔 늘란 우 영감이 무릎 새에다 묻었던 얼굴을 들었다.
“……가시쟁쿠 어쩨 되비 옵메!”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럽니다. 사실 그렇죠. 네에 그렇습니다! 나완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말해 무시기야 그렇지비! 순사가 무시기 죄잉이라구……,”
“월산댁에게 음식 장만을 부탁드려봤습니다.”
“……에구 그렁기 앙입메다!……간대루 내 우리 아방이 젯상 하나 못 채리겠음?”
“또 고향 싸움입니다.”
“내 언지? 오늘은 고향 쌈으 앙이 했습메다.”
“팔금도 쌍것이 경성 양반집 젯상을 어떻게 차리느냐구 펄쩍 띕니다.”
“그까짓 썅노무 간나 쇠용없음매…… 팔굼도 엘네가 경성 썅노무새끼 젯상으 어째 채릴 쉬 있냐는 이런 말이겝지!……후웅 ―― 내 북쪽에 고향 둔 게 무시기 죄라구!”
“한 가지 허락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말으 해봅소꽝.”
“제 아내보구 영감님 일올 거들라 이루겠습니다.”
“에구, 고영이 궈레 안깐한테 나르 욕으 멕이는 겝메다!…… 차라리 송쟁이 되능 기 백 번 천 번 옳지 남우 젯상으 궈레 안깐이 채리당이?……싫습메다!”
“이건 내 뭐 민중의 지팡이라는 생색 내자는 게 아닙니다. 관내 동민을 위해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돼보자는 겁니다.”
“두말으 맙세! 궈레 아직 젊으잉가 그렇지 아무나 할 일이 아입메……모르는 사램끼리는 상측에두 앵이 가는데 남우 젯날 음식으 장만하당이?”
“끝내 안 되겠습니까?”
“말해 무시깁메!”
“좋습니다.”
나는 끝내 무양무양하게 버티는 우 영감의 태도에 되우약비났던 거였다. 일어선 김에 평소부터 안쫑잡아왔던 볼만마저 토해놓고 봤다.
“영감님도 새겨들으셔야 합니다…… 내 여러 차례 경고했었지요 두 분이 정 그렇게 다투겠다면 치안력을 발동하겠다는 말. 이거 단순한 공갈이 아닙니다. 내 인제 털어놓지만 주민들의 진정이 빗발 같습니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무작정 두 분올 미워해서 진정서를 띄우구 전화 신고를 하는 건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싸워대니 누군들 견뎌날 재간 있나요?”
“……치안력을 발동하겠다문 어드메 다른 데루 뜨란 말입메?”
“그럴 수야 없지요 법치국가에서 주민을 어떻게 강제 전출시킵니까?…… 그러나 말입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대다수 주민들의 안녕질서를 위해 고질적인 위해 요인은 제거시킬 수도 있다는 점! 아시겠어요?”
“무시기 소린 줄으 알 쉬가 없궁. 고향으 북쪽에 둔 죄르 나한테 달과 체당이! 뉘기 이렇기 되구 싶어서리 됐수까?”
“또, 또 그 소립니까? 우리 막말로 해봅시다. 아니 세계 육십억 인구 모두가 고향없는 사람 어디 있습니까? 다 있어요. 다아!”
“현재 내 팔째로는 내 고향 없음메다! 어드메구 없음메!”
우 영감은 화닥닥 아카시아 숲을 빠져 나갔다.
내가 외근에서 막 돌아왔을 때 소장이 물었다.
“오늘 낮에 두 사람들 만나봤어?”
“두 사람이라니요?”
“누군 누구야? 경성 영감하구 팔금도 아주머니지.”
내가 잠시 문치적거리자 소장이 담배 연기로 도넛 본새의 동그라미를 뒹굴려 뿜으며 심드렁해서 말했다.
“묘안이 하나 있어. 오백육십 번지 일대의 그 공터 말야 그곳에서의 일체 잡상행위를 엄금하는 거야 그건 어떤 명목으로든 명분이 서지. 우선 불결하구 무질서하구 따라서 우범자 유입도 가능하구…… 그렇게 되면 그 골치 아픈 고향 싸움두 당장 막을 내릴 거구.”
“……그렇겠군요”
소장은 상체를 일으켜 책상 위의 근무 일지를 뒤적이더니 의외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거 요상허네에. 아침절에 반짝 하곤 신고가 없어. 다른 날 같으면 열여덟시까진 쉴새없이 들이닥쳤는데 말씀이야 시끄러워 못 살겠네, 팔금 도상 던진 돌에 유리창이. 깨졌네, 경성 영감이 목마 수레를 밀어붙이는 통에 담이 상했네…… 별의별 난리가 굿을 쳤을 텐데 말씀야.”
나는 그제야 번뜩 제정신이 들었다. 한낮 그때로부터 열 시간이 흐른 거다. 자정이 되기까지 무슨 변고가 있었기에 한 건 신고가 없었을까 하는 우려였다.
아카시아 숲속을 화닥닥 뛰쳐 나가던 우 영감의 뒷모습에 겹쳐 온갖 불미스러운 환영이 알로록달도록 물살지었다. 죽고 말자 다짐했다면 때맞춰 한번 적실했겠다 싶은 생각마저 도지는 거였다.
나는 파출소를 나와 단숨에 연립주텍 공사장 공터를 달렸다.
우 영감의 셋방에 불그뎅뎅한 빛무놀이 담겼다. 그쪽으로 걸음올 재촉하는데 웅크리고 앉았던 웬 사람이 불쑥 키를 세웠다.
“누구욧?”
“쉬잇―죄용히 헙시다잉. 나요 나, 팔금도 쌍년!”
“우 영감님은?”
“경성 양반은 시방 지사 모시요잉!”
월산댁은 그제야 다시 생각이 난 듯 훌쩍훌쩍 코맹맹거리는 흐느낌을 물었다.
“아니 왜 우십니까?”
“낮 갠지랍게 또 캐묻네 거……젯상 음석 장만한다고 으찌께 매시람을 떨었든지 손목때기고 손꾸락 끝이고 모다 애리고 쑤싱께 그라제잉!……그라고 영감탱이 지사 모시는 것 봉게 무담씨로 고향 생각 동허고 ……가만 있자, 내가 시방 요런 청승 떨 때가 아닌디! ……순사 양반 우덜 고냥 전출시켜줘사 쓰것소잉!”
“……우덜?”
“챙피해서 으찌께 산다요!……떠사제잉……진작 부산 딸헌티 가서 얹혀 사능 거여……웜매에! 내 이 낫살에 저 영감헌티 팔짜 고칠 줄을 으찌께 알았당가? 시상에! 얼러르르…… 얼러르르…….”
월산댁은 밤하늘 속에다 눈길을 박고 길게 빼문 혓바닥을 열발상모 놀리듯 훼훼 널름대는 것이었다.
경성 땅, 팔금도 바다, 한갓지게 밝히는 물색 만윌이 윌산댁 촉촉한 눈 속으로 또 하나 더 떴다.
(1985년)
2016년 12월 23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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