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의 기회는 환율에 있다.
exchange rate
달러 파수꾼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두 차례 환율감시보고서를 발표한다. ‘심충분석대상국’ 지정 기준의 세 가지다. 첫째,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달러화를 순매수한 규모가 GDP의 2%를 초과하고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순매수한 경우다. 두 번째는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3% 또는 경상수지 갭이 1% 이상일 경우다. 세 번째 기준은 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일 경우다. 일본은 1988년에, 대만은 1988년과 1992년에, 한국은 1988년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가 1989년 해제됐고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미국의 숨은 무기는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왑이다. 미국은 자국 사정에 따라 달러를 발행할 수 있고, 대규모 달러를 찍어내거나 국채를 발행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충당하는 방식은 달러에 연동된 세계 금융시장을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요동치게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같은 대형 사고가 나면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휘말리게 된다. 준기축통화인 유로화, 엔화, 캐나다 달러를 보유한 선진국보다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들이 위기에 빠지거나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기 쉽다. 이 어려움을 막기 위해 미국은 국가 간 통화 스왑을 활용한다. 미국은 코르나 위기가 터진 2020년 한국, 호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 등과 각각 600억 달러의 통화 스왑 계약을 맺었다, 스왑이 체결되자 하루에 원달러 환율이 30원 이상 급락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통화 스왑을 체결하자 하루 원달러 환율이 177원이나 하락했다.
달러 무기화와 탈달러의 움직임. 중국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미국채를 매각해 비중을 줄여왔다. 2022년 보유금액이 1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7,977억 달러로 줄었다. 대신 중국인민은행은 미국 달러 이외의 다른 나라 통화와 금 보유량을 확대해왔다. 만약 달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적어도 30년 이상은 전혀 그런 일이 없고, 그후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현실을 보면 무역이나 외환보유고에 쌓아두는 통화나 국채 비중을 보면 달러가 압도적이다. 세계 경제에 미국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자국 통화가 기축통화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군사력과 정치, 외교적 영향력 등 미국의 국력이 달러 패권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달러의 미래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2060년까지는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파이넨설 타임즈>가 전망했다.
미국 대결은 장기 레이스다. 미국은 실물 경제 부분에서 빅테크, 핀테크, 플랫폼 회사들을 내세워 동맹국들과 함께 대중국 수출을 봉홰하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과 칩4 동맹을 구축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BATH)를 중심으로 빅테크, 플래폼 세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 대국의 지위를 인도에 내주었고 1자녀 정책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급격한 노령화 문제가 부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에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에서 미국을 앞서게 되더라도 큰 격차를 벌이고, 판세를 바꾸려면 세상을 흔드는 압도적인 사건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은 앞으로 한 세대, 즉 30년 이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봐도 좋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환율이 계속 오르는 한국 외환시장. 대체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이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넘어서는 기준점이었다. 2024년 6월까지 월평균 1,300원을 웃돌았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12월부터 1998년 6월까지, 금융위기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7개월이 가장 긴 기간이었다. 그런데 2024년에 그 기록이 깨지고 11개월 연속 1,300원을 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수출을 촉진 시키는 효과는 있는 반면 급격한 하락을 그 나라의 경제력 빈곤을 의미한다. 돈의 가치가 속적없이 떨어지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국가의 통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었다. 외환위기 때 300억 달러의 보환 보유고는 2008년 금융위기 때 2,000억 달러를 넘었고, 2023년에는 4,200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 하루 평균 달러 거래량이 100억 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외국 투기 세력이 달러를 사고팔면서,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때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한번씩 달러 물량을 쏟아내 혼쭐을 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24년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 외채는 6,636억 달러, 이중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외채는 1,117억 달러로 17%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때는 45%였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빌려준 돈, 대외채권은 97년 1,000억 달러에서 2023년 3월 기준으로 1조 875억 달러에 달한다. 대외채무보다 3,000억 달러 더 많다. 달라진 외화보유고와 외채 규모 때문에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환율 상승에 동요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순수하게 사들인 주식과 채권 규모는 10조 원이 넘는다. 단기에 돈을 벌어 나가기보다는 중장기 수익을 염두에 둔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 유래없이 오래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다.
한국 외환시장의 위험 요인. 미국 기준금리가(연 5.5%) 한국(연 3.5%)을 넘어섰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는 22년 9월부터 20개월 째 지속된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국은행 금리통화위원회는 19개월 째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차를 줄이면 자본 유출과 원화값 하락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금리를 내리면 경기를 부양할 수 있지만 원화값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에, 과거처럼 국가부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정책을 펴 왔지만 잠재 GDP를 넘어선 적이 없다. 인구가 줄고 생산성도 증가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도 원활하게 수행되지 않는 등 각종 문제에 경제의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가 하락을 가리켜도 지정학적 이유만으로 환율은 오른다. 23년 말 1,288원에서 24년 3월에 1,375원으로 6.8% 올랐다. 같은 기난 미국의 달러가치를 평가한 달러지수는 4.6%올랐으니 달러가 오르면 원화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달러보다 2%가 더 떨어졌다는 건 문제다.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원화보다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지표를 파악해보면 우리나라 환율이 오를 이유는 별로 없다. 환율은 국가간 무역수지와 반비례한다.
수출만이 살길? 환율 덕에 가능했다. 해방을 맞아 주권국이 됐다. 45년 군정 당시 1달러당 원화는 15원이었다. 한국전이 발발하고 폐허의 나라에서 국가재건 사업이 이뤄졌다. 원달러 환율은 250~300원 사이였다. 1971년에 375원으로 올랐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은 30% 이상 떨어졌다는 얘기다. 79년에는 평균 484원이고, 80년에 평균 607원으로 올랐다. 77년은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입 증가는 더 빨라 무역수지가 적자였다. 적자국이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은 더 올라간다. 90년대 700~800원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94년에 1만 달러를 넘어섰다.
90년 초반 40억 적자이던 수역 수지가 95년에 100억 달러를 넘었다. 환율은 올라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정부는 국민소득 기록을 위해 환율 상승을 막았다. 96년 200억 달러로 적가가 들었다. 당시 정부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종합금융사’라는 곳을 대규모 인가했다. 해외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와 우리 대기업에게 장기로 빌려주고 금리차로 영업을 했다. 돈을 종금사에 빌려준 외국에서 자금회수를 하자 국내기업은 종금사에 장기로 빌렸기 때문에 갚을 의무가 없었다. 종금사가 두손두발 다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종금사는 적극적으로 회수를 시작한다. 97년 한보, 진로, 삼립, 대농, 한신공영, 기아 등 유수 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태국의 고정환율제에 실물경제가 악화되어 바트화가 폭락하고 IMF의 구제 금융을 받자 비슷한 위기가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닥치며 한국으로 옮겨왔다. 97년 849원이던 환율이 1,000원을 돌파했다. 327억 규모의 외환보유가 급히 소진됐다. 1,962원까지 오른 환율은 97년 12월 24일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 사실 국가부도 상태다. 종금사에서 외화차입만 늘리지 않았어도, 대기업이 부채경영만 하지 않았어도 피할수 있지 않았을까? 필자는 주장한다. 98년 2,000원에서 1,200원으로 떨어진 환율은 예정보다 3년 빠르게 2001년 8월 23일에 모두 갚고, IMF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미국 달러를 외화정기예금에 7일 이상 넣어두면 4.13%의 금리가 적용된다. 1~2개월은 4.87%의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높기 때문에 국내 은행을 통해 가입하는 달러 정기예금 금리도 5% 가까이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은행에 문의하니 필자가 책, 쓴 때와 은행마다 달라서 본인의 거래은행은 3개월이 3.9%이고 더 장기로 하면 줄어든다. 그래도 환화보다는 금리가 더 높다)
2024년 11월 28일
세상 친철한 환율 수업-2nd
노영우. 조경엽 지음
미래의창 간행
첫댓글
돈도
무기가 되는 세상.
살길은 수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나는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