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1930년 일제강점기의 서울을 배경으로 소설가 구보의 하루 일상을 쓴
책이다. 26살의 소설가 구보는 동경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문학인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정오쯤 미혼과 늦은 귀가를 걱정하는
어머니를 뒤로 하며 종로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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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는 스스로 신경쇠약에 눈도 나쁘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신체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집을 나와 무작정 동대문으로 가는 전차에
올라탄다. 전차 안에서 예전에 선을 본 여자를 발견하지만 망설이는 사이
헤어진다. 전차에서 내려 조선은행 앞 다방에서 혼자 차를 마시며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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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비)만 있으면 행복할거라고 생각을 한다. 지난 사랑을 추억하다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경성 역 삼등대합실로 가지만 거기서 병자를 외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씁쓸함만 느끼게 된다. 또 길거리에서 옛 친구를 보는데
그의 초라한 행색에 그냥 지나가려다가 아는 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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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학생시절 자기 뒤에만 있던 친구가 미녀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그 친구가 금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미녀가 친구의 돈을 보고
좋아하는 거라 생각한다. 혼자 또 다방에 있다 예전에 다방에서 만난 시인
이자 기자인 친구를 만나 그가 돈 때문에 일에 매달리는 것을 알고 씁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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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구보는 다방 구석에 있는 연인들과 중앙에서 혼자 있는 자신을 비교
하며 질투와 외로움을 느낀다. 다시 다방을 나와 여자를 임신시키고 버린 적이
있는 유부남 친구와 종로의 술집에서 여종업원들과 술을 마시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정신병자라고 여기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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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업원들에게 여러 이름의 정신병 이름을 말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한
여자가 여급 대 모집을 물어봤던 일을 회상하며 가난함을 안타까워한다.
구보는 성냥을 가져다준 술집의 어린 여종업원에게 다음날 만남을 제안
한다. 여종업원이 난처해하자 종이와 펜을 주며 승낙이면 'O'를 거절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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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적어 달라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안보겠다고 한다. 새벽 2시쯤 술집
에서 나와 친구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종이를 펼쳐보니
'X'가 적혀있었다. 구보는 어머니의 걱정에 대해 신경 쓰기로 결심하며
귀가를 한다. 1930년대의 일제강점기 시대의 세태풍속을 구보의 하루를
세세하게 묘사하면서 표현하는 전형적인 모더니즘의 소설이다.
느낌
학창 시절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어
보았다. 후에 최 인훈 작가가 패러디를 하여 동명의 소설을 쓰기도하여
관심이 있었지만 생소한 단어가 많았기에 학생 때는 작품을 재대로 파악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한 소설가의 입장에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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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를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의 세태를 반영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박 태원 작가의 호가 구보라는 사실을 알고 작가가 일부러 주인공을 구보로
설정한 것 같다.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평범한 인물의 시선으로 하루라는
설정 안에서 서울일대를 돌아다니면서 1930년대를 표현했다는 것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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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나 다방, 경성역 등 배경묘사와 일본순사 같이 시대적 배경이 잘 묘사
되었다.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지만 막상 일제치하에 대한 표현은 절제가
되어서 구보의 시선에 몰입하기가 좋았다. 그러나 동경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인 구보가 결혼도 안하고 돈에 대해 갈망하며 돈 많은 친구의 여자를 허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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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여자로 생각하는 것을 보고 예나 지금이나 차이점이 없어 아쉬웠다.
현재도 대학 졸업장이 있어도 취직은 하늘에 별 따기이며 돈 모으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과 맞물려 생각이 된다. 작품 중 구보의 생각 중 '황금광 시대'
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소설의 의미를 모두 압축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시대
이건 가난으로부터 오는 불행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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