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선거운동 첫날 여야 모두 심판론을 들고 나왔는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민생”이라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은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선 남을 심판하기 이전에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먼저 유권자들에게 밝히는 게 도리일 것입니다. 도대체 각 당은 원내 다수당이 되면 무슨 일을 하려 하는가. 어떤 비전과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특히 각 당은 자신들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하지만, 정말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사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허황된 얘기와 뜬구름 잡는 공약만 난무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무엇을 보고 선택을 해야 할 지 의문입니다.
이제 투표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상대를 비방하는 내용만 커질 것이고 그러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요즘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①“도대체 어떻게 순식간에 판세가 정반대로 뒤집힌 거야?” ②“만약 야권이 200석 가져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거야?” ③“남은 기간에 판세가 바뀔 수도 있나?”
오랜 기간 정치를 지켜봐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해 들었다.
원인 진단은 거의 일치했다. ①번 질문, 즉 불과 2,3주전만 해도 ‘비명횡사’ 공천으로 야당이 대패할 듯한 분위기였는데 순식간에 야당의 압도적 우세 판세가 형성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 이미지’가 다시 부각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권력자가 건방지고 오만한 것이다.
국민은 자기가 뽑은 지도자가 일하다 실수를 저질렀거나 국가경영에 차질을 빚어도 의외로 관대하며 금새 잊어준다. 그런데 국민 앞에서 오만하다든지, 뻔한 거짓말을 한다든지, 가르치려 드는 건 절대 용서치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서 보선 참패 직후 바뀌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민생토론에 몰두했으며, 명품백 논란 이후엔 별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도 사라졌다. 지지율이 올랐다.
그러나 대통령은 3월 둘째 주부터 논쟁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의대 증원 반발에 직접 나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나만이 정답’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거기다 호주 대사 문제에 대해 ‘런종섭’ ‘도피 출국’ 프레임을 건 좌파와 야당의 공세가 너무 악의적이고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중도층과 온건 보수 시민들 마저도 “이대로 출국시키면 야당에 먹잇감이 될 수 있으니 출국은 총선 뒤로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으나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바로 출국시킴으로써 ‘역시 자기 고집대로만 하는 사람’ 이미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너무 쉽게 봤다. 외교와 안보, 경제는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레 꾸려왔는데 정치는 스스로 모든 걸 아는 양 손에 쥐고 흔들려 했다.
사실은 가장 어려운 분야가 정치다. 리더십, 사회통합, 반대세력과의 관계, 언론, 선거, 민심관리, 이미지관리 등 모든 게 정치의 영역이고 그야말로 고단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평생 정치를 한 정치 9단 대통령들도 매주말 전문가들과 심층 토론을 하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선거를 치렀다.
물론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은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이재명, 조국 대표 등을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은 뻔뻔함과 위선, 그리고 상대방을 척결의 대상으로 여기는 계급론적 낡은 세계관까지 결합된 위험천만한 오만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영악하다. “수년간 탈탈 털렸다” “일가도륙” 등의 주장을 끊임없이 퍼뜨려 자신들을 동정론의 대상으로 포장한다.
이 대표는 판세가 유리해지니까 오만함이 점점 노골화되면서 말이 거칠어지는데, 만약 그가 더 단수 높은 정치인이었다면 “재판 안 가도 된다”고 호언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21대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많은 의석을 주셨는데 오만해서 실망시켜드렸다. 깊이 반성한다. 우리가 잘해서 지지해주시는 게 아님을 알고 있다. 이번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그건 정부 감시 잘하면서 민생 위해 협조하라는 지시로 알고 겸손한 마음으로 일하겠다….”
현재의 야당 우세에는 한국 언론들의 무책임한 행태도 한몫했다. 좌파 진영에서 팩트들 가운데 자의적으로 뽑아 교묘하게 엉뚱한 그림을 만들면 대다수 언론은 우르르 따라간다.
대파논란도 한 예다. 윤 대통령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만 한 게 아니다. 농협의 온갖 할인적용으로 낮춰진 가격임을 지적하며 “다른 데서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대목은 쏙 빼고, 조작된 가격에 속아 ‘이게 지금 물가수준이군’이라고 만족하며 돌아온 ‘민생과 괴리된 우둔한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해 버린다.
대다수 언론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은 채 야당 주장에 확성기를 들이대 중계하고, 대통령실이나 여당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어? 어?’ 하다 당하는 이런 일이 수없이 반복돼 왔다.
또한 지금의 판세에는 △비명반윤 표가 3지대로 가면 야권 표가 분산될 수 있었는데, 지역구를 내지 않는 조국 당이 등장하면서 야권표의 지역구 투표 분산을 막은 점 △더 거세진 호남권의 권력의지와 전략적 투표 행태 △집단 병리현상에 가까운 세상 뒤집기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②번 질문, 즉 야권이 200석을 넘길 경우 상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예상은 비슷했다. 개헌선을 확보하면, 문재인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에서 ‘자유’ 문구를 삭제하는 게 강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외교안보 분야도 대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트럼프 집권 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질 텐데, 국회가 이를 받아줄 리 없어 결국 미군 감축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 지원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 국회에선 재벌특혜 논란이 거세져 결정이 미뤄지거나 지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거부권이 없으니 특검이 양산되고, 퍼주기 포퓰리즘 입법이 속출할 것이다. KBS 등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좌파진영이 장악할 수 있는 법도 강행될 것이다. 좌파 영구집권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③번 질문, 즉 사전투표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판세가 변할 수 있느냐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과거 선거 전례를 들며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선거에 임박해 이번처럼 갑자기 여당의 수도권 지지율이 15%씩이나 떨어진 예는 없었다. 이는 과거 총선의 정권 중간평가는 국정 방향에 대한 찬반 의사 표시였던 데 비해 이번에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한 주제는 국정방향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의 태도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정책과 국정방향에 대한 평가는 선거 직전 쉽게 바뀌지 않는데 비해, 사람의 태도에 대한 호감 비호감도는 태도가 바뀌면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그간 오만하게 비친 대목들을 사과하고 달라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면 표심은 변할 수 있다.
국무회의 등에서 “호주 대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제 본의와 다르게 국민이 납득 못 하는 대목이 있다면 그건 결국 제 책임이다. 귀중한 젊은이의 희생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서둘러 내보낸 건 경솔했다”고 유감을 표한다면 국민의 화는 상당 부분 풀릴 것이다.
이종섭 대사 본인을 위해서도 더 나은 길이다. 수사나 재판에서 결백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더 중요한 공무를 맡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반면 만약 유죄가 된다면 지금 대사직을 유지한다한들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협상 대표가 전권을 갖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오라”고 해야 한다. 강한 리더십은 국민의 박수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때 이뤄지는데, 너무 오래 끌며 피로감과 환자 가족의 걱정을 키워왔다.
남은 3년은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다. 요즘 3년은 예전의 30년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자존심과 고집을 내세우면 정권 망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보수의 미래, 자유민주주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
출처 : 동아일보. 오피니언 이기홍 칼럼, 한국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권력자의 오만
이종섭 호주대사가 사의를 표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재가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헛발질에 쓴 웃음이 나옵니다. 황상무 전 사회수석의 사직도 그렇습니다.
정치는 머리가 아니고 가슴이라는 말은 특히 선거 때에 가장 신경을 써야할 일인데 대통령이 현실 파악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서설이 그런 것인지는 제가 알 수가 없지만 그런 헛발질을 국민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이번 총선에 의협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임 회장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야가 비례대표 후보인 안상훈 전 사회수석, 김윤 서울대 교수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으면 조직적으로 개혁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직능대표 단체가 정부와 국민을 겁박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가 어떤 실정인지 알만하실 것입니다.
저도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나 직능단체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국 심은대로 거두겠지만 앞으로 3년이 걱정입니다.
時雨